‘왜 사람들은 스무 살이면 대학생일 거라고 생각할까? 우리처럼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은 분명 있는데, 왜 비대학청년의 삶은 보여지지 않을까?’
대학 밖에서 스무 살을 보낸 나무, 르네, 유랑, 찌루가 만든, 비대학청년 유튜브 ‘진진팟’! K-입시도 끊고 부모님과 연도 끊을 뻔할 썰, 인도 여행만 생각하며 불판 닦은 썰 등등 전무후무했던 대학 밖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풀어내며 많은 분들께 공감과 응원을 받았어요. 이후 시민방송(RTV)에 방영되기도 하고 신문사 인터뷰를 하면서 다음 해에 시즌 2까지 찍었지요. (어머, 유튜브 최초 비대학청년 유튜버 진진팟 아직 안 보신 분이 있으시다고요? 여기)
<대안학교, 일반고 졸업 "요즘 스무살"들의 대학 밖 고군분투기! 진진팟 1화 졸업 직후 현실 편> 2018년 12월
요즘도 종종 댓글로 저희 소식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넷 중에 제일 한가한 르네가 이렇게 소식을 전해드리려 왔어요. 처음 공개되는 진진팟의 비하인드스토리와 악플 달린 썰까지 훌훌 털어볼까 하고요. 나무, 찌루, 유랑의 근황도 마지막에 살짝 알려드릴게요!
시즌 2의 우울감
‘진전은 없지만 진정은 시켜드립니다’는 진진팟의 인사말이에요. 어디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속을 털어놓고 서로를 토닥여주면서 살아갈 힘을 얻자는 뜻이지요. 저희 모두 이 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름도 ‘진진’으로 붙이고 마음에만 담아뒀던 이야기들도 마구 쏟아냈죠.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니면 그냥 백수가 되는 이곳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한 일이 많았던지, 한 번 촬영하면 녹취록만 스무 장 넘게 나왔더랬죠.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났어요. 2020년 1월, 찌루와 유랑은 9개월간의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참이었고, 나무는 대안학교를 다닌 뒤 수료를 앞두고 있었고, 저는 생계형 알바를 하며 여러 활동을 하고 있었지요.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던 비대학 2년 차. 막연한 두려움이 마음을 조여오고 있었어요. 이제 진전해야 할 것 같은데, 나도 진정이 안되는데 어쩌지 싶은 마음으로 시즌 2를 찍었죠. 예전엔 ‘내가 행복한지 안 행복한지 따지는 건 우울로 빠지는 지름길이다’고 말했는데, 이번엔 ‘그렇게 우울감으로 급행열차를 타버렸다’며 멋쩍게 웃기만 했어요. 우리의 삶을 꺼내놓는 용기와 다정함이 어색하게 느껴지던 그때, 목과 마음에 무엇이 걸려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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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읽기
그로부터 몇 개월 전,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에 저희가 인터뷰한 기사*가 오른 적이 있었어요. 예상대로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지요. 그냥 고졸이지 무슨 비대학이냐, 알바도 결국 경쟁이다 등등. 대학이 곧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증명하는 세상이다 보니, 아주 당연하게 심지어 ‘공정’하게 비대학 청년을 비난하고 있었지요. 악플들의 매운맛에 놀라서 저희가 그만 혀를 데이고 만 것이었을까요? 안 그래도 매일 불안한데, 나를 깎아내리는 말들을 떠올리며 우물쭈물 입을 다물어 버리곤 했으니까요. * 대학 밖에서 꿈을 찾는, 나는 비대학생입니다, 서울신문 2019.02.25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 손을 입에 모아 크게 외치고 싶었어요. ‘대학 안 갔으니 고졸이라고요? 저기요, 대학생도 고졸이에요! 당신들이 보여주는 그런 파렴치한 문화가 바로 저희가 철저하게 거부하는 것이랍니다!’
사실 모두가 명문대에 다닐 수 없으니까요. 그들도 어딘가에선 학벌을 이유로 무시당할 거고, 본인이 당한 만큼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을 한낱 인터넷 뉴스 댓글 창에 쏟아내며 자신의 처지를 위안 삼는 것 같았어요. 행복을 성적순으로 따지다가 우울감으로 급행열차를 타버린 것처럼요. 그렇다면 그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행복이 아닐까요? 대학을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두는 것. 대학을 그저 경쟁과 차별의 수단으로 보았던 사람들은 어쩌면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가져보지 못한 자유일 테니까요. 그러자 악플에 대한 분노는 사라지고 연민인지 안타까움인지 모를 요상한 감정이 어색하게 남아버렸죠.
앞으로의 진진팟
몇 년 동안 스스로를 ‘비대학 청년’으로 소개하다 보니 종종 헷갈릴 때가 있었어요. 대학 자체를 거부한 것인지, 대학을 둘러싼 공고한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인지 말이에요. 사실 저는 대학이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K-입시만 생각하면 수명이 반 토막 나는 것 같고, 꼭 공부를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스무 살이 아니어도 언제든지 대학을 선택할 수 있길 바랐어요. 그건 앞으로의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를 고민할 때, 때와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한껏 시작하고픈 마음이기도 했지요.
진진팟은 그런 고민과 공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용기와 다정함이었어요. 그렇게 ‘진전은 없지만 진정은 시켜주는 진진팟’이 되었고, 이제는 또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어요. 여전히 공정과 경쟁이 갖는 힘은 크고, 불안과 무기력에 한없이 잠식될 때도 있지만! ‘진정 원한다면 언제 어디든 진전하는 진진팟’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죠.
:: 글_르네(2021 하자 뉴스레터 청소년 에디터) 이제는 하자 고인물(?)이 되어버린 학교 밖 경력 5년 차 르네. 학생도, 취준생도, 직장인도 아닌 사람이 있다? (상상도 못한 정체 ㄴOㄱ) 비대학 청년 유튜브 ‘진진팟’, 하자 sns 에디터 ‘하디에’ 등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서 여기 뿅 저기 뿅 등장합니다. 햇빛을 받으면 렌즈가 선글라스가 되는 멋찐 금테 안경을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