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 되면 성년을 맞은 청소년들의 설렘이 하자를 채우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성년자들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번 성년식에는 하자에서 청소년기의 한 부분을 보낸 스무 명의 성년자가 자리해 각자 준비한 '성년의 다짐'을 들려주었습니다.
성년자들의 다짐을 사진과 함께 아래 공유합니다.
시원(이시원)
내가 십대 때의 경험들을 통해 배운 건,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살다 보면 어느새 그 길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어른이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들은 어떤 길로 가는지와 관계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따라 살고 싶다. 늘 나에게 ‘넌 뭐가 하고 싶니?’라고 물으며, 기회가 왔을 때는 망설이지 않고 ‘일단 저질러 보는’ 당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런 멋진 어른이 되어 하자에 돌아오고 싶다.
진(지호진)
20살, 그리고 성년식을 맞이하여
책임질 수 있는 행동만 하자
신체와 정신 건강 잘 챙기자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
가족, 친구, 사람, 생물, 자연 그리고 나를 사랑하자
이렇게 다짐해 보고 싶습니다.
성년이 되신 모든 분들, 축하드립니다.
유성 (전선희)
“나 어떤 삶을 살아야하죠?”
10대와 내 스무 살은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한 나, 전선희 스무 살은 오늘도 중간고사를 봤다. 아직 먼 미래인 졸업 후 성인을 생각했던 난 지금 어중간한 삶을 살고 있고, 이에 따른 불안감도 많았다. 어떨 때는 그냥 아무나 붙잡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자칫 실수해서 딴 길로 샌다면 내가 더 불안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이가 새롭게 바뀐 만큼 조금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 나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내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내 선택에 책임질 수 있어야하는 삶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현재에 관심 있는 것에 먼저 초점을 뒀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 길을 찾아나가자, 유성 파이팅!
샴푸 (채은비)
멋있게 살고 싶어.
멋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내가 살아가면서 매 순간 떳떳한 것.
자존심보다 자존감으로 가득 찬 것.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것.
여유뿐만 아니라 위기도 즐길 줄 아는 것.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줄 수 있는 것.
감정에 솔직한 것은 좋지만,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
남과 같지 않아도 된다는 것.
타인과 비교하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만으로 빛이 나는 것.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
발전 없이 제자리에 있기 보단 성장하려고 하는 것.
천(김동준)
하자 성년식에서 초례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제가 이제 성년식의 주인공이 되어 서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제가 가장 의문이었던 것이 있습니다. 아직 다 큰 것 같지 않은데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되는 그 1초 사이에 성인이 된다니. 정말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전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성인이 됐습니다. 아직 나비가 되진 못했다고 하더라도 번데기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짓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들(김서혜)
성인이 되기 전에 난 지금보다 두려움이 없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길 좋아했고, 가끔은 ‘옳은 말을 하는 나’ 에 심취하기도 했다. 지금은 종종 많은 것이 두렵다.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에 책임이 따른다는 걸, 무섭게 실감할 때가 많다.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은 마음과, 얼굴이 시뻘게질 때까지 화를 내고 싶은 마음. 두 마음이 내 안에 자주 공존한다.
나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나게 될까.
지금의 난, 다만 알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 대신에 하루하루의 작은 용기에 대해 생각한다. 오늘은 좀 더 얼굴을 붉히는 사람이 되자고. 서툴면 서툰 대로 천천히 하는 사람이 되자고.
현준(손현준)
내게 스물이라는 나이는 그리 달갑지 않은 숫자였습니다. 나이 앞자리 하나 바뀐다는 이유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아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달갑지 않다고 해도 시간이 흘러 저는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저는 원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흐르는 시간을 보며, 저도 계속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스물이라는 무거운 마음가짐을 앉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모든 걸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제 막 시작된 제 스물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차근차근 하나씩 성장하며 바꿔 나가겠습니다.
하마(박근하)
솔직한 나를 좋아할 거다. 거짓이 끼지 않은 투명한 상태의 내 마음과 감정을 아낄 거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될 거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을 거다.
이전에 꾸었던 꿈들을 잊어버리거나 놓지 말고 계속해서 꿈꿀 거다. 그리고 새로운 꿈도 꿀 거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내며 살 거다.
내 주위의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 거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도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될 거다.
실수해도 괜찮을 거다.
건강한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될 거다.
내가 바라는 것들을 하면서 나를 위해 살 거다.
다른 생명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살 거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될 거다.
이제는 잊지 말아야지. 나의 다짐과 꿈을 간직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한울(유한울)
성년이 된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성년이 되기까지 그동안 내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 두려웠고, 살아가면서 더 많이 생길까봐 두려웠습니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계속 부끄러워하고 배우려고 할 것입니다.
동등한 사회를 꿈꿉니다. 지금은 이상적이라 말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이상적임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비누(오민영)
성년이 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른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어른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하던데 저는 아직 제 자신에게조차 서툴러 ‘좋은 어른’에 번번이 실패하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가도 이따금 드넓은 하늘이나 나무의 흔들림 같은 걸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늘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쭉 좋아하는 걸 잊지 않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두(이연수)
성인 뿐 아닌 어른이 되겠습니다. 나를 돌볼 줄 알며, 공동체에서 나누어 갖는 서로의 영향력을 알고, 앎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10대가 끝나고 20대가 시작되는 시점인 지금 나는 무구히 많을 나의 날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내가 만드는 만큼 우리 모두의 미래는 활기찹니다. 나와 함께 성년을 맞은 친구들과 밝은 미래를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조연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제 어리숙하고 미숙하다는 이유로 나의 실수를 용납할 사람은 없고, 가정과 사회와 법으로부터 보호 혹은 간섭받지 않는다. 그토록 갑갑했던 울타리이건만 더 넓은 세상으로 벗어날 준비를 마치니 왜 이리 두려움만 앞서는지.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새로운 땅에 발을 디디는 것 마냥 낯설기만 한 나의 신분이다.
오리(정지원)
성년의 날은 비청소년이 된 나를 고민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청소년이었던 나를 기억하는 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성년의 날을 맞아 나의 청소년기를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청소년이었던 나의 고민과 말하기를 지우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청소년기에 하자 안팎에서 많은 동료를 만났습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 많은 스물을 동료들과 함께 맞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흔들리겠지만 고민과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일에 더 용기 내고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김삼색(정혜린)
어릴 적에 제가 생각한 성인은 어른이었습니다. 부모님처럼 많은 것을 책임질 수 있는 멋진 사람일 줄 알았습니다. 막상 성인이 되어보니 여전히 저는 작년과 그다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기까진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늘 배우고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멋진 어른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덜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곤(최서연)
자신을 믿고 나아갈 것이며 저는 성인으로서 제 일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고, 삶의 주체로서 마음을 다할 것이며, 수없이 탄생하고 숨이 다하기를 반복하는 많은 생명들 중 하나로서 살아감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고 기도하는 정신으로, 순수한 태도로, 푸르른 마음으로, 꿋꿋하지만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이가 되겠습니다. 외면하지 않고 순간순간 지나쳐가는 것들을 잡을 수 있는 이가 될 것입니다. 명민하고, 청명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과 의지하고 배우고 어울리며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며 나아갈 것입니다.
유영(형다진)
다짐문이라 하니 무언가를 다짐해야 할 것만 같은데, 사실 그런 건 딱히 없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기 귀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그저 제 이름 ‘유영’처럼 흘러가는 대로 잘 살아가렵니다. 해야 하는 것들은 어차피 마음이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니, 다짐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유영아! 빗속에서도 춤을 추며 그저 살아가보자.
호야(신선호)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 성년의 날의 정의입니다.
사회인으로서의 책무, 성인으로의 자부심, 사실 저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바뀐 것도 사실 술을 먹게 된 것 밖에 없고요.
하지만 분명 성인이라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선택의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어떤 삶을 살던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되,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으면서 천천히 앞으로의 저의 삶을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나에게 성년은 그 시작점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헤윰(최윤령)
20대의 나는 나에게 더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순수한 앎’의 즐거움을 찾고 싶다. 무언가를 해야 해서 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공부할 때의 그 설렘과 상쾌함을 느끼며 여유를 갖고 싶다. 또한 10대의 모습 그대로 더 열린 마음과 다름을 아는, 다름을 통해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고 싶다. 아무런 조건을 갖다 붙이지 않고 사람 대 사람 또는 사람 대 생명체로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