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왔던 논쟁이지만,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1)’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한국에 ‘페미니즘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2021년 현재. 페미니즘을 맞이한 한국 사회는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학교 안의 풍경은 어떻게 바뀌었고, 학교 안에 들이닥친 페미니즘은 어떤 식으로 인식되고 있는가? 나는 청소년 당사자로서(현 후기청소년) 학교 안의 페미니즘을 돌아보기 위해 이 에세이를 기획하였다. 초‧중‧고‧대학교를 아우르는 ‘교내’의 페미니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함으로, 설명이 포괄적인 점을 미리 말한다.
페미니즘이 활성화되기 전의 학교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당시 학교는 여남 분반으로, 성별도 교복도 이분법적으로 당연하게 나뉘었다. 코로나 19가 없던 시절이었지만 여학생들은 화장을 하지 않은 일명 ‘생얼’을 두려워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다. 여학생들이 바지를 착용하는 건 금지되었으며 남학생들과 달리 체육이 아닌 ‘무용’이라는 과목을 강제로 수강해야 하는 등 교내에서 정한 규칙에 따르거나, 혹은 그 규칙을 벗어나 '일탈'을 하려 들었다.
중학교 재학 당시 신설된 ‘무용’ 과목을 들으며 왜 여학생들만 체육이 아닌 실내에서 춤을 배워야 하냐고 항의를 한 적도 있었지만, 일부 여학생들의 항의는 그저 수업에 제대로 임하고 싶지 않은 ‘불만’으로 함축되어 무시당했다. 교복의 경우에도 이후에는 여학생들도 치마 대신 바지를 혼용하여 입어도 된다는 규칙이 생겨났으나 ‘왜’ 바지를 입어야 하는지 이유를 밝혀야 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당시에는 화장이 교내 규칙으로 금지였음에도, 화장을 하지 않는 학생이 ‘비정상’에 해당할 만큼 많은 여학생들이 화장을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입술에 틴트나 립밤을 바르지 않은 날에는 불안해하며 입술을 숨기곤 했다.
여학생을 향한 교사 및 동급생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범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2) 학교폭력 만큼이나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그만큼 가시화되지 않는 성범죄는 피해자를 탓하는 시선과 보수적인 학교 방침 때문에 묻히는 일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차별과 범죄 사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접한 지금, 이러한 학생들과 교내 분위기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학교 내에 페미니즘을 불러일으킨 가장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는 역시 학교 미투 운동, 일명 ‘스쿨 미투’이다. 2018년 4월 ‘용화여자고등학교’의 창문에 붙여진 포스트잇 ‘위 캔 두 애니 띵’이라는 작은 문구를 시작으로 교내 성폭력을 알리기 위한 운동이 각 학교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3) 스쿨 미투 운동 이후 교내 성폭력 사건들이 드러나며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았고, 교육부에서도 페미니즘 및 포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이러한 스쿨 미투 운동이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페미니즘의 이름을 단 페미니즘 교육과 성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며, 이전까지 성을 터부시하고 조심성만을 강조하던 성교육은 더 상세한 교육 내용으로 발전해 나가는 중이다. 여전히 많은 반대에 시달리고 있지만 변화를 시도하려고 한 움직임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 역시 페미니즘 운동 중 ‘탈코르셋 운동’을 맞이하며 변화하기 시작했다.4) 사회에서 여성에게만 규정한 코르셋. 즉 화장, 치마, 조신한 몸가짐 등의 사회적 코르셋에서 탈피하자는 ‘탈코르셋 운동’이 학생들에게도 성큼 다가온 것이다. ‘탈코르셋’을 접한 여학생들은 화장품을 버리고 머리카락을 잘랐다. 여학생에게 치마를 강요했던 교칙이 사라지고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되는 등 당시 학교에 재학 중이던 친구들 사이에서 탈코르셋 운동이 교내까지 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내가 대학에 재학 중인 지금,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를 짧게 자른 여학생들은 소수가 아닌 여럿으로 분명히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나는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이후 급진적으로 변화하다,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과 젊은 세대가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의 입을 막으려는 백래시 역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도기를 무사히 거쳐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평등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페미니즘을 접한 학교는 이전과 다른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의 외침과 변화를 바라는 울림은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 개인을 넘어서서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이전의 부조리함과 고지식한 의식을 벗어던질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학교 내 페미니즘을 보고 겪은 여러분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었으면 한다.
다음 6월에는 학교 안이 아닌 학교 밖, 즉 페미니즘이 가져온 우리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라는 한정된 시공간이 아닌 만큼 더 광범위하고, 학교 안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부분이 많은 이야기를 가져올 것 같다.
:: 글_댕(2021 하자 뉴스레터 청소년 에디터) 본업은 작가, 부업도 작가, 대학생은 일코용 직업입니다.
사회적 문제와 약자들을 위한 글을 쓰는 청소년 작가입니다. 취미는 일 벌이고 후회하기, 특기는 마감 싫다고 징징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