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돌 원쓰입니다. 유난히 집에 오래 있게 된 올해, 기왕 집에 있게 된 거 '좀 더 잘... 집에 있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하자공방은 청소년들이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연습하고, 일로 만들어 보는 <자립과 생활기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시리즈로 기획 된 ‘프로집콕러_시작과정’에서는 코로나19로 부득이 집콕생활을 하게 된 청소년들이 자기 힘과 경험으로 주거 환경을 바꾸며 자립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도구와 기술을 익히고 적용해 봅니다. 이를 위해 2주간 도구와 재료를 '테이크 아웃' 하여, 기초기술을 배우고, 실습까지 함께 경험해보는 프로젝트 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조금 괜찮아졌던 지난 8월 오프라인 공간에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상황이 나빠지면서 온라인으로 전환하게 되어 총 세 번의 <시작과정>과 한 번의 <IOT과정>은 도구와 재료를 테이크아웃하는 방식으로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툴로는 구글 클래스룸, 줌, 카카오 오픈채팅을 활용했습니다.
<시작과정>에서는 아래의 과정으로 집 안의 손잡이, 배수관 등을 수리/교체/제작하는 방법을 함께 배웠습니다.
공구박스 탐구
방문 손잡이 교체
세면대 배수관 교체
싱크대 배수관 교체
멀티탭 만들기
심화과정으로 진행된 <IOT과정>에서는 스마트 콘센트 등을 연결하며 TV로만 보았던 "IOT 내 공간"을 구축해 보았어요.
IOT에 대한 이해
스피커 설정으로 홈네트워크 구축하기
스마트 콘센트
스마트 전구
특별히, 이번 프로집콕러 과정을 통해 "안전함"이라는 단어로 된 안경을 쓰고, "공간"과 "관계", "시간"을 들여다 보고 싶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콕" 박혀 있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여겨지는 지금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우리는 정말 안전한 것인지, 그 안전함을 서로 공감하고 또 능동적으로 확보해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야기 해 보고 싶었어요.
"평소 다뤄보고 싶었던 도구를 들고 남 앞에서 정비공이 된 척 으름장을 놓으며 스스로 간지났다고 느꼈다. 집이 그래도 보기에 깨끗한 부분은 엄청 깨끗한 줄 알았는데, 다 더럽다... 이젠 더러움이 익숙해져서 더러움과 깨끗함이 별 상관없어진지 오래... 공간은 깨끗함과 더러움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음!"
"내가 감히 손댈 수 없는 불가침적인 부분이 아니구나..! 이전에는 완전히 고장나지 않는 이상 배수구나 문고리를 살펴보지 않았었는데 이번 기회로 고장나기 이전에 수리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게 된 것 같습니다."
"정말 간단한 거라도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해냈기 때문에 사소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좀 더 재밌는 생활을 보낼 수 있을거라 예견합니다."
"집에 10년동안 살면서 전혀 관심없던 문고리, 세면대, 싱크대 등 한 번 작업하고 나니 그 친구들이 뭔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특히 문손잡이랑 멀티탭은 아무생각 없던 옛날과 달리 이거 해체했을때 이런 느낌이었지 하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처음 배울 때는 원래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걸 (당연하지만) 다시 실감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다고 생각도 안 해봤는데 배우면 할 수 있는 거구나 싶어 신기하고 뿌듯하고 좋았다"
"전엔 난관에 부딪혔을 때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프로집콕러 과정을 하면서 저에게 오기라는 게 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어요ㅋㅋ 저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배수관을 신경 써서 교체 할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통해 "자립과 생활기술"의 관계를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었다! 라고 느껴질 때 자립심(감)이 올라가더라고요. 우리가 익숙하지만, 안 해봐서, 몰라서 못하는 줄 알았던 생활 속 경험들을 하나 둘 성취해 갈 때 '어? 해볼만 하네'라는 자신감과 '또 다른 도전에 대한 의지'가 생겨나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경험을 함께 만들고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요즘처럼 에너지가 떨어져 있고, 무얼 해도 힘이 잘 안 나는 때에 필요한건... 사실 별것 아니어도 나를 움직이게 해줄 "계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실행해 보도록 하는 "초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역시도 청소년들과 함께 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계기"가 되어 컨셉을 만들고, 재료를 준비하고, 홍보하고, 초대하고, 진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이 과정을 잘 진행해 나가도록 "자원"을 연결하고, 말을 걸어 주며, 적당히 "약속"하고, 부담 가지 않을 정도로 함께 걸어가주는 정도의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각자마다 자신의 힘, 속도, 에너지를 확인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고 그것을 지켜주는 것 또한 제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자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으로 이미 제가 기대한 프로그램의 의미의 '반'은 채웠다고 생각했어요. 이 낯선 프로그램과 상황 안에서 주어진 도구와 재료로 각자의 공간을 주도적으로 바꿔보는 경험을 했고, 낯선 사람들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나와 내 공간을 공유하는 용기있는 일을 하신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 기대를 하며 기획하고, 열심히 준비하여 진행은하지만 저 또한 참가자 분들과 함께 가기 위해 저의 힘, 속도, 에너지를 들여다 보며 합을 맞추어 과정을 잘 진행 해 온것 같습니다. (쓰담쓰담)
"직접 작업해보니 크게 어려운 것들은 아니었죠? ^_^ 제법 난관이 있긴 했지만 안해봐서 그렇지, 적절한 도구와 재료, 약간의 연습, 힘과 시간, 마지막으로 의지 한 스푼만 들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헌데, 전엔 잘 모르니 그냥 다른사람에게 부탁했었죠. 그리고 해보니 다른 것도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고요. ^^ 물론, 나랑은 안맞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을수도 있죠. 그또한 배운거라 생각하고요. ㅎ;; 낯선 우리가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함께하며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 마지막 인사 중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지만, 한편에선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오는 때입니다. 누군가는 이후로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도 안전한 공간과 관계, 그리고 시간이 더 절실해 질 것 같습니다.
자립을 말하지만 혼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립하고자하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건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 주고 지켜봐 주는 존재들이 아니었나 돌아봅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마음을 내어주는 "의지 한 스푼"으로 인간도 자연도 우주도... 서로에게 안전함이 되어주는 '자(공공)립'이 되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