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에게는 하자 디지털 에디터즈 2기 나무, 미운, 짱소가 기획하고 작성해온, <Z세대가 Z세대에 쓰는 편지>입니다. 2020년 4월~9월, 총 6통의 편지를 125명의 Z들에게 발송하여 열두 통의 답장을 받았고, 그중 공개 동의를 받은 일부 답장과 그에 대한 에디터들의 답을 여기 공유합니다. :)
봄이 완연한 지금에 아주 잘 어울리는 편지를 받아 마음이 기뻤어. 나도 채식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현실적으로 비건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채식의 날을 정해서 지키고 있어. 동물가죽을 이용한 옷이나 소품, 물건들은 절대 구매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게나마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 중이야. 짱소의 편지를 읽다보니 나물이 먹고 싶어졌어. 내일은 방풍나물을 무쳐먹어야겠어.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멈추니 지구가 다시 활기차진 것 같아. 전염병을 계기로 이런 다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지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항상 경계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어. 지구의 땅을 빌려 살아가는 인간들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다른 생명체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편지 보내줘서 고마워. 다음 편지도 기다리고 있을게.
- 린
린, 일주일에 한 번씩 채식의 날이라니 멋지다! 사실 나도 올해부터 환경을 아프게 하는 옷과 물건을 절대 사지 않기로 다짐했어. 우리가 같은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니, 정말 든든한걸!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날 때, '지구가 스스로 자기 치유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지만, 린, 너의 말대로 이제는 정말로 모두가 실천할 때인 것 같아. 지구가 멈추면 결국 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어.
방풍나물 좋아하는구나? 나도 얼마 전에 방풍나물을 먹었는데! 풍을 예방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래. 어쩐지 온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했어.
생각들 나누어줘서 고마워. 더 다양한 지점들을 고민하게 되었어. 다음 편지에서도 우리 함께 많은 이야기 나누자!
날씨가 많이 더워졌어. 환절기에 감기 조심해!
- 짱소
안녕! 친구들의 편지가 너무 반가워서 서둘러 메일함을 열고 끝나감이 아까워서 스크롤을 천천히 내렸더랬어. 나는 채식에 대해서 생각은 있었지만 여러 탓을 하며 미루다가 우연히 비건패밀리의 집에서 지내게되면서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비건을 하게되었어. 삶의 철학은 일상의 깨달음에서 온거라고들 하지. 나는 뒤늦게나마 자연과 내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 절대 뒤로(과거로) 물러설 수 없게 되었어. 그래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내 몫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다행히 너무나 쉽게 하루에 3번 정성을 다한 비건음식으로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 정말 멋지지않니?! 그래서 이번 편지에 코로나부터 채식, 지금 이 순간 너머 지속가능한 미래까지 가득 담은 친구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가고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어. 짧은 답장이지만 친구들에게도 작은 응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적어보아. 그럼 다음 달도 행복하고 멋진 날들 꽉 채우고, 재밌는 편지 기다릴게! 안녕!
- 새하
안녕 새하! 나는 채식 입문기에 대해 편지 쓴 미운이야.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답장 보내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나미짱 모두 엄청 감동 받았어.
나는 지금 비건 지향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비건 지향을 시작한지 한참인 지금까지도 많은 어려움들을 느끼고 있어. 집안에서 생기는 가족들과의 마찰 혹은 갈등이나, 편식이 심한 나의 건강문제 같은 것들로 말이야. 하지만 새하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잖아. 그래서 요즘은 가족들에게 비건 음식을 소개하거나 대접하기도 하고 비건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있어. 화장품이나 생활용품도 모두 크루얼티 프리 제품으로 바꿨지. 처음엔 ‘나 하나 비건 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생각 했었는데 요즘은 나도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비건 지향 생활중이야. 정성을 다한 비건음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새하처럼!
새하의 답장 덕분에 나도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어. 아마 짱소와 나무도 마찬가지일거야. 우리의 편지를 읽어줘서 고마워. 5월의 편지에서 또 만날 수 있길 바랄게. 건강하고 따뜻한 한달 보내!
- 미운
채식에 대한 메일 잘 읽어봤어. 사실 나도 축산업의 실체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고, 변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직접 실천하진 못했어. 십몇년동안 고기를 끊임없이 먹어왔고, 그 맛을 너무 알기 때문에. 이미 가죽이나, 천연모가 사용된 제품을 사지 않는 것에는 익숙해졌지만 음식은 끊기가 참 힘들었거든. 그치만 나무, 미운, 짱소가 보내준 편지를 읽고 채소에 더 정을 붙여야 겠다고 생각했어. 난 한 명의 사람일 뿐이지만, 나같은 사람들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걸 깨달았거든. 생각해 볼 수 있는 편지 보내줘서 고마워.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파 강회' 도 참 맛있어. 원래는 데친 파를 고기와 함께 먹는 거지만, 난 고기 없이 데친 파만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든. 안 먹어봤으면 한 번 먹어봐. 그리고 이 편지의 일부분은 공개해도 상관 없어. 그럼 이만 줄일게, 안녕.
안녕! 난 혜주야. 느즈막히 일어나 엄마가 싸주신 김밥 한 줄을 먹으면서 너희들이 보내준 뉴스레터를 차근차근 읽어봤어. 그리고 오늘의 편지가 나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싶어 답장을 써본다. 우리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하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나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집에 혼자 있을 때, 밤길을 걸을 때 무서운 상상을 하곤 해. 남들은 너는 너무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 때도 있지만, 우리에게 이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잖아. 나도 요즘 너무 많이 일어나는, 그리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에 스스로 점점 무던해지고 있다고 느꼈어. 분노는 하지만 매번 똑같은 말로 욕할 수 밖에 없고 내가 욕한다고 해서 그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생산성 있는 대화를 하는 것 만으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 나는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을 탈피하려고 노력중이고, 가까운 친구들과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있어. 페미니즘 뿐 아니라 다양한 인권, 동물권, 노동권에 관련해서도 페미니즘을 알기 전 보다 훨씬 많은것을 알게되었어. 이렇게 페미니즘은 내 인생을 생각보다 완전 새로운 국면으로 변화시켰고, 나는 이렇게 바뀐 내가 참 좋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힘이 난다. 그리고 달 마다 이런 편지를 보내주어서 너무 고마워. 여러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존경스러워! 내가 평소 관심있던 주제도 많고, 내가 몰랐던 사실도 많이 배울 수 있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그리고 나의 추천 노래는 이랑의 '잘 듣고 있어요' 와, 이예린의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어' 야. 두 곡 다 새벽에 혼자 할 일을 할 때, 하루를 정리할 때 듣는 걸 추천할게. 너희 덕분에 꽉 찬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할게. 고마워.
- 혜주
안녕, 혜주! 난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에 대해 편지 쓴 미운이야. 혜주의 답장을 받고 우리 나미짱은 전부 아주 큰 감동을 받았어. 우리의 이야기를 재밌게 봐주고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를 전해주어서 고마워!
나는 이번 편지를 쓸 때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도 혹시나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겐 보편적이지 않은, 나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어. 또 한편으론 우리가 이 판타지같은 이야기에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라 차라리 나만 느끼는 감정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지. 혜주가 나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니 기쁘면서도 슬픈 마음이 함께 드네. ‘우리가 계속해서 생산성 있는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너의 말에 아주 동의해. 이번 편지를 위한 나미짱 간담회를 진행하면서도, 혜주의 답장을 받아보면서도 느꼈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는 것 자체가 우리를 무너지지 않게 만들어주잖아. 생산성 있는 대화가 너와 나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와 우리, 모두의 것으로 나아간다면 분명 대화가 불러 일으키는 시너지는 더욱 더 커질거야.
나 역시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나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고, 많은 것이 달라졌어. 그 이전의 내가 부끄럽고 안타깝게 느껴질만큼 아주 성장했고 강해졌어. 그리고 그 덕분에 이렇게 혜주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거기도 하지.
우리의 편지를 기쁘게 받아줘서 고마워. 우리에게 혜주의 모든 말이 정말 큰 힘이 돼. 혜주가 추천해준 두 노래 꼭 들어볼게! 추천 고마워. 이만큼 자라고 변해서 특별한 대화를 나누는 우리가 참 멋지고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서로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힘을 내어 살아가자. 다음 편지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또 만나자! 정말이지, 답장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고마워.
오랜우울증으로 나는 요근래 내 생일선물겸 정신과를 찾았어. 내 우울증은 가족에게 비롯되었고 환청까지 들릴지경이였거든. 매일 잠도 못자고 몇시간씩 울고 그러다가 처음으로 병원가서 진료 받았어. 중증 우울증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였더라. 그후로는 쭉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먹고 매주 상담을 받고있어. 그러다가 가끔씩 약으로도 힘든 우울이 몇번 찾아와. 그게 오늘이였거든. 깊은 좌절감과 나를 비하하는 말들로 너무 괴로워서 일찍 수면제 먹고 잠자리에 누웠어. 자기전에 이메일을 보는데 이번달 편지가 와있지 뭐야! 더군다나 우울에 관한거라 위로받으며 읽었어. 나는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도 있고 원체적인 우울증을 가졌던터라 참 공감이 많이가던 편지였어. 편지 고마워! 그래도 이편지를 읽고 조금이나마 덜 우울해질거같아. 한번씩 산책도 나가고 꽃내음도 맡아볼거같아.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