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6일은 하자마을의례인 성년식이 예정되어 있던 날이다. 하지만 심각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되었고, 그마저도 오프라인으로는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기다리던 6월 13일 3시, 온라인으로 성년식이 진행되었다.
3년 전 오디세이학교에 다니던 때, '나도 스무 살이 되어 성년식에서 다짐문을 낭독할 날이 오겠지' 생각하며 친구들과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바로 성년식이었는데 온라인으로 한다는 말에 내심 아쉬웠다. 오랜만에 하자 사람들과 오디세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코로나가 가로막는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다.
온라인 성년식 날이 다가오자, 하자에서는 성년자들을 위해 국수(하자에서는 성년식이 끝나면 늘 잔치국수를 나눠먹었다.)와 다짐문집, 그리고 책 한 권을 택배로 보내주셨다. 다짐문집에 있는 내 글과 오디세이 친구들의 글을 읽으니 괜히 울컥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우리가 벌써 성인이라니. 열 일곱 살의 친구들의 얼굴이 글과 함께 겹쳐 보이는 느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6월 13일 토요일, 성년자들만 모이는 사전모임 후 정식으로 성년식이 시작되었다. 초록색이 드레스코드인지 몰랐던 나는 부랴부랴 인형을 준비해서 세워뒀다. 그렇게 오디세이 3기부터 다짐문 낭독을 시작했다. 나래를 시작으로 나무 차례, 그 다음이 내 순서였다. 엄청 짧은 글을 읽는데도 기다리는 동안 괜히 떨렸다. 하지만 내 앞 순서인 나무가 내 소개를 해주는 순간 긴장이 다 풀렸다.
‘우리 오디세이에서 고독한 대식가를 맡고 있는 리프입니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내 별명이지 싶은 생각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모든 사람의 다짐문 낭독이 끝나고 하자판돌들의 스케치북 이벤트가 이어졌다. 모든 판돌들이 활짝 웃으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성년이 된 우리를 축하해주셨다. 그리고 큰산의 특별영상도 틀어주셨는데 그때 살짝 울컥했다. 못 뵌 지 오래된 큰산을 화면으로나마 만나 뵐 수 있음에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온라인 성년식이라 화면을 넘기며 친구들의 얼굴, 판돌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제일 특별했던 건 포토타임을 화면 캡쳐로 대체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맨 처음에 온라인으로 성년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하다가 신청을 했는데 안 했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너무나도 알찼던 온라인 성년식이었다. 오히려 온라인이라 한 명 한 명이 내는 목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본래의 성년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어 색달랐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온라인 성년식에 참여한 성년자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길 바라고, 온라인 성년식을 준비해주신 판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