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하자 디지털 에디터즈 2기 뉴스레터팀 에디터 나무, 미운, 짱소의 '페미니즘' 주제 간담회 녹취록입니다. Z에게 5월의 편지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요!
이번 달엔 주제에 대한 나미짱의 이야기를 각자 풀어내기 전에 먼저 페미니즘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소소한 간담회(간담회란?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시간을 가졌어. 두 시간 가량 이어진 긴 대화에서 Z와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추려서 정리해봤어. Z도 우리와 함께 대화하는 기분으로, 편한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좋겠어!
페미니즘에 어떻게 관심을 가졌는지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나의 *빨간약 에피소드!
‣ 미운 내가 처음 관심 가졌을 때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였어. 그때도 아이돌 덕질용으로 트위터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트위터에서 가임기 여성 지도에 대한 트윗을 보게되었어. 가임기 여성이 많은 지역은 진한 분홍, 적은 지역은 연한 분홍, 이렇게 대한민국 지도를 칠해서 임신을 할 수 있는 여성을 숫자로 표시 해놓았는데, 그 지도 사진이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 충격적이었어. ‘여성을 아이를 낳는 기계로 생각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날 검색하다가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양의 충격을 받았어.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기분이랄까. 그때부터 페미니즘 서적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외면해선 안 되고,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깨닫고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페미니스트로 생활을 했던 거 같아.
* 빨간약: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가짜세계에 남을 수 있는 파란약과 끔찍한 현실로 나아가는 빨간약 중에서 선택하게 된다. 많은 여성들이 지금껏 살고 있던 세계를 깨고 여성혐오사회를 마주하게 되는 각성의 순간을 '빨간약'으로 비유한다.
‣ 나무 나도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들었어. 고등학교 다니면서 야자를 할 때, 자주 밤늦게 집에 들어갔었는데 부모님이 엄청 걱정을 하셨거든. 너무 늦게 오지 말라, 어떤 길로만 가고, 이어폰 끼지 말고 이런 얘기를 하시면서. 그 전까지는 그게 나를 걱정해서 하시는 말이고 나도 학습된 두려움이나 경계심 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어.
그래서인지 어느 날 뉴스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을 알게 되었을 때 사건 자체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어. 그런 사건은 너무 많았잖아. 영화에서만 봐도 그렇고 비슷한 실제 사건은 더 많고. 사건 자체보다 그 뒤의 붙여졌던 수많은 포스트잇과 시위가 더 인상 깊었어. 포스트잇에 적힌 ‘딸을 단속시킬 게 아니라 아들을 교육시켜라’는 문구나, 밤길걷기라는 시위에서 ‘여성의 빼앗긴 밤길을 되찾자’는 구호나. 멍 하더라. 뭔, 밤길을 되찾아? 내가 조심하는 게 아니라? 아니 내가 조심한다고 될 문제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 비슷한 시기에 한 성우 분이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고 개인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해고를 당한 사건도 있었고. 그때 친구랑 얘기를 나누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거 같아.
‣ 짱소 나는 2018년부터인 것 같아. 그때 혜화 시위가 활발할 때였고, 친구들이랑 만나면 미투 운동, 페미니즘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 그러면서 나도 뭔가(!) 온 거지. '아, 뭐지?' 이런 생각이. 그리고 이 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충격적인 일들을 많이 겪었거든. 이전에는 그냥 원래 그래~ 하고 넘어갔을 법한 일들 속에서 성차별이나 여성혐오가 보이기 시작했어. 한 번은 외국에 오래 살다 오신 분이 함께 일을 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주방 셰프님이 갑자기 "쟤는 수입산이네" 이렇게 말을 한 거야. 나는 그때 심장이 쿵- 했지. 너무 놀라서 '뭐지?' 싶었고. 그때 사람들이 되게 많았는데,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에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 또 한 번은 가게 밖에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셰프님이 그 중 여성분을 가리키면서 "아 나도 저런 애 끼고 다니고 싶다." 이렇게 말을 하는 거야. 그때 결심했어. 안 되겠다, 빨간약 먹어야겠다.
2017년 강남역, 사진 나무
2018년은 정말 이상한 해였어. 다들 그때 페미니즘에 대해 같이 얘기할 사람이 있었어?
‣ 짱소 그때 나는 쉐어하우스에 살았어. 다들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 돌아가면 거의 항상 룸메이트 5명과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눴어.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되게 많이 도움이 됐지. 2018년이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세세한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같은 주제로 계속 토론했어.
‣ 나무 가족이나 중고등학교 친구들처럼, 원래 내 인맥 안에선 같이 얘기할 사람이 별로 없었어. 얘기하다가 싸우기도 여러 번 싸웠고.(웃음) 내가 이야기할 사람을 찾아가는 쪽이었던 거 같아. 그걸로 해소를 했지.
‣ 미운 18년도가 내가 고등학교를 들어갔을 때였는데, 중학교 때는 페미니즘을 같이 공부할 사람도 없었고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어서 얘기를 함께 나눌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어. 근데 고등학교는 대안학교를 다녔다 보니까 확실히 의식이 좀 높다고 해야 될까? 페미니즘을 알고 공부하려는 사람이 정말 많았어. 그때부터 좀 더 깊게 공부할 수 있었던 거 같아. 친구들이랑 1주일에 한 번씩은 기숙사에 모여서 얘기하면서 울고, 그런 경험이 엄청 많았어.
각자 살아왔던, 다녔던 학교나 공동체에서 페미니스트가 많았는지 혹은 어떤 성차별을 겪었는지 궁금해.
‣ 나무나는 일반 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우린 뭐 공교육이 다 그렇듯(웃음) 뭐 아무것도 없고… 페미니스트가 있었을까? 일단 나부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했고, 드러내지 못했어서.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남녀 분반을 했거든? 선생님들한테 남자반이 굉장히 힘들고, 걔네들 때문에 여자 선생님들이 특히 힘들다는 얘기를 건너건너 들었어. 일베도 있다고 들었어. 또 남자 선생님이 수업 중에 성희롱적인 말을 해서 우리 아래 학년이 그 선생님을 교육청에 신고한 적이 있었어. 그 뒤에 석식을 먹는데 그 얘기를 갖고 선생님들이 요즘 애들은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고 얘기 하는 걸 듣기도 하고. 옆에서 친구가 1학년은 좀 민감한 거 같다고 얘기 하는 거 듣고, 그랬었던 기억이 나네. 악, 그때 왜 아무 말도 안했지.
‣ 짱소학교 다닐 때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도 낯설었어. 성차별적 발언은 정말 많았지. 나는 여자고등학교를 다녔을 때, 스타킹은 되는데 레깅스를 신으면 안 됐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레깅스를 신으면 선생님들이 "너네는 누구 유혹하려고 그러고 다니냐"는 말을 했어. (나무: 어우..) 아직도 애들 사이에 두고 두고 회자되는 이야기는 축제 때 벌어졌어. 학교 축제 날, 옆 학교 학생들도 초대해서 함께 무대를 꾸렸거든. 그런데 남자 학생들이 무대에 함께 올라온 걸 보고 교장선생님이 "문란하다, 어디 무대에 남자여자가 같이 있냐."라는 말을 한 거야. (일동 경악) 머리핀도 색깔 있는 거 하면 안됐고, 교장선생님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빨간색 가방도 못 메게 했어. (나무: 와...) 장난 아니지.(웃음) 하복이 단추를 잠그는 옷이었는데 엄청 불편해서 친구들이 안에 티를 입으니까 그 흰 티를 못 입게 했어. 흰색 티를 입으면 단추를 풀고 다닌다고. 그것도 문란하대. (일동 짜증) 진짜 심했어. 그때는 여성혐오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되게 부당하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 이런 이야기는 되게 많았어. 다른 행동이나 운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게 아쉬워. (나무: 혹시 사립이었어?) 응.
‣ 나무요즘 사립에서 스쿨미투 많이 나오잖아. 사립은 고인물이 되기 쉬워서... 미투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짱소그러니까. 하고 있을까? 근데 스쿨미투 이야기가 나온 것도 2018년부터인가?
‣ 나무맞아, 2018년 용화여고에서 나온 게 시작인 거 같은데...
‣ 미운나는 고등학교 1학년 말에 스쿨미투를 했어. 학교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다른 지역으로 공부하러 가는 게 있었는데 나는 여성인권팀이었고, 하루 일정이 끝나면 저녁마다 모여서 간담회 같은 걸 했거든. 그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특정)선생님이 애들한테 하는 게 좀 이상하지 않아?’ 하는 얘기가 나온거야. 되게 조심스럽게 나온 이야기였는데 그 자리에 있던 여학생 대부분이 공감했어. 그 선생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학교로 돌아와서 이 일에 대해 더 얘기를 하기 위해 따로 모였어. 성폭력 센터에서 오신 분과도 같이 얘기를 하고. 되게 겁이 났어. 익명이 보장될지도 모르겠고, 우리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학교 전수 조사를 하니 더 많은 피해사실이 밝혀진거야. 우리가 얘기했던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의 가해 사실도 나타났고. 그래서 다들 너무 놀랐어. 이렇게까지 많은 피해가 있을 줄 몰랐으니까. 증거가 많이 나왔다는 사실에 힘을 입어서, 대자보도 만들었어. 결국 선생님 두세 명을 학내재판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중 일부가 "근데 그 선생님 되게 착하지 않았어?", "그 선생님이 뭘 잘못했다고." 이런 이야기를 막 하는 거야.
‣ 나무좋으면 어.쩔.건.데
‣ 미운, 짱소그러니까.(웃음)
‣ 미운그런데 재판을 하고 나서 그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징계를 받았는지, 피해 학생들은 알 수 없대. 그게 그 선생님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서. 졸업한 언니들이 말해준 바에 따르면 그 선생님들이 미투를 진행한 우리 학년이 있을 때 까지만 학교에 없고, 우리가 졸업하면 다시 학교에 돌아온다는 거야.
‣ 나무썩었다, 썩었어.
‣ 미운 그러니까. 대안학교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웃음) 그때 너무 충격을 받고, 전의를 상실해버렸어. 그 선생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졸업하고 나서 학교에 다시 놀러올 수도 없고, 다른 후배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는데.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어. 학교에선 그 이야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하고. 우리가 너무 지쳐버려서 그렇게 끝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어.
‣ 나무 되게 고생했다.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잖아.
이번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지금 내가 집중하는 이슈?
‣ 나무사실 지금 제일 곤두서있는 건 N번방인 것 같아.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 청소년이고, 엄청 많은 청소년/비청소년 남성 가해자가 있잖아. 누구는 교육의 실패다 라고 하는데, 이건 교육의 문제 정도가 아니라 그냥 한 번 다 망하고, 싸그리 없애버린 뒤에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26만명, 최소잖아 그것도. 숨겨진 방이 얼마나 더 많을지도 모르는 거고. (일동 한숨)
‣ 미운 그 사건의 내용 자체가 너무 절망적이었어. 가해자들의 수가 너무 현실성이 없고, 가해 행위의 내용이 진짜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고. 무서운 마음이 정말 컸던 것 같아. 그렇게나 많은 숫자라면 내가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 중에 이 사건의 가해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거의 확신했지. 그래서 무기력해지기도 했어. 그 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왔지만 이런 규모의 일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거 같아서.
‣ 짱소기사 읽고 처음에 눈물이 났어. 어떻게 그런 짓을 하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지,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거기에 청소년이 많이 있다는 것도 엄청 충격적이었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는 희망적인 마음이 생기기도 했어. N번방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사건이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른 거잖아. 공론화를 위해 노력했던 많은 기자, 단체, 개인들이 있었고. 계속해서 분노하고, 청원하고, 힘을 모으고, 포토라인에 세우고, 길게 이슈화가 되어서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
N번방 말고도 요즘 되게 화났던 게 있어?
‣ 미운나는 *창원 여성 살인 사건, 40대 남성이 식당에서 피해 여성이 고기를 구워주지 않고, 자신이 단골인데 상냥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를 계획하고 실행한 사건인데, 너무 전형적인 여성 혐오 범죄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더 화가 났어.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여성은 자신을 대접하고 자신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혐오적이더라. (나무: 엄벌밖에 답이 없다.) 기사를 보면서 과연 이번엔 몇 년 형이나 나올까, 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드는 거야. 항상 이런 일이 있어도, 고작 10년 형도 안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 짱소 최근에 울산에서, 팬티 빨아오라는 숙제 내준 선생님 기억나? 자신이 학교 아빠라고 하던 교사. 나는 그 사람이 자기 블로그에 쓴 글이 진짜 충격적이었어. ‘나는 군림하는 권위자고. 초등학생들은 양인데, 내가 잘 구슬리면 얘네를 다스릴 수 있고’ 이런 식의 글이었어. 그 사람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나 가부장제, ‘여성한테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일동 한숨)
‣ 나무 제대로 해결되는 일이 계속 없는 느낌이야. 요즘 점점 화를 안 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예전엔 정말 들끓듯이 화를 냈었는데, 밤에 잠이 안 오고 막 그랬는데. 벌써 무감해지나 하는 생각에 놀랐어. 물론 매번 화를 내고 살 수 는 없지만 그래도 계속 관심을 갖고 청원을 한다던지, 액션으로 이어져야 하는 건데. 반성을 하기도 했고. 그러던 참이었는데 정준영 최종훈 판결을 듣고 다시 화가… N번방도 결국 이것들의 연장선상인 거 잖아. N번방이 시간 상 더 앞서 있으려나. 클럽에서 성접대 하고, 마약하고, 약물 강간하고, 정준영 카톡방에서 영상 돌려보는 거 다 똑같잖아. (짱소: 카톡에서 텔레그램으로 간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지.)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형벌은 오히려 더 줄어 들었어. 한 사건이라도 제대로 해결 되어야지 다른 사건도 제대로 조치가 될 거라는 기대를 품는 건데. 승리 군대가고, 정준영, 최종훈은 5년, 2년 6개월 판결받고. 나중에 연예계 복귀하겠지? 후...(분노). 이거 내가 화를 안 낼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되는 게 없잖아. 무력하게 만들잖아. 이제 정부에서 응답해줄 수 밖에 없어.
분노와 두려움을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 짱소나는 이렇게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거! 오늘 얘기를 하면서 나는 좀 희망을 느꼈어. 우리가 계속 생각을 이어가고 있고, 계속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같이 움직여 나가다 보면 그래도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분노와 두려움은 물론 여전하지만, 그만큼 힘도 많이 생겼달까? 이렇게 모임에서 서로의 분노와 두려움을 공유하면 자극을 많이 받고 그게 또 더 큰 행동으로 이어질 때가 많거든. 그러면 또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그리고 오늘은 내가 좀 더 행동으로 실천하고 공부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겠구나, 하는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어.
‣ 미운나는 분노와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글을 많이 쓰려고 해. 화가 나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에서 그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면 바뀌는 것도 없고 내가 얻는 것도 없더라고. 그래서 글의 형식이 일기이든, 그냥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든.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이 들고 어디에서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고.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맞는 생각인지, 그걸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근거는 뭐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아주 충분히 오래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는거야. 그러다보면 내가 화내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화를 냄으로써 나에게 해로운 에너지 소모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때가 있어. 그리고 내가 화 난 이유가 내 주변 사람들로 인한 것이면 그 사람에게 내 마음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돼.
‣ 나무나도 그동안 글 쓰고, 친구 만나서 수다 떨고 시위도 자주 나갔는데. 요즘은 노래를 들어. 지금은 사람을 많이 못 만나기도 하고. 내가 뭘 할 필요 없이 듣기만 하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될 때가 있기도 하더라고. 가수가 계속 나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들을 들려주는 거잖아. 그 생각이나 느낌이 좋은 에너지가 될 때가 있어. 노래에 담긴 느낌은 글이나 대화랑은 또 다른 것 같아. 해소보단 안정제 같은 역할?
후기 한 마디!
‣ 나무뭔가 간담회를 더 많이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중에 준비를 좀 하고 해봐도 좋을 것 같고. 아무튼 얘기하는 거 정말 재미있었어.
‣ 짱소나중에 판을 더 크게, 더 많은 사람들과 이런 자리를 함께 한다면 재밌을 것 같아.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거야. 나도 오늘 얘기가 정말 좋았어.
‣ 미운나 혼자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기력 해질 때가 많았는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