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 얼마 전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 멸종위기 거북 97마리가 부화했대. 그 해변은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폐쇄된 곳이었어. 선박이 끊긴 콜롬비아의 바다에는 돌고래가 나타났어. 멸종위기였던 아프리카의 장미목은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인이 오지 않자 거래가 뚝 끊겼고, 숲은 잘려나가지 않게 되었어. 비슷한 소식들이 연달아 들리면서 내가 ‘적당히’ 알아서 되겠거니 했던 것들을 생각했어. 이 정도는 그냥 버려도 되겠지, 이 정도는 다들 사는데, 예전에는 이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 했던 것들. 내가 생각한 ‘정도’는 사실 별다른 기준이 없었어. 그리고 그 정도의 무신경함이 쌓이고 쌓이면 이 세상은 곧 망할 거라는 걸, 이젠 알아.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자 인간들은 집안으로 들어갔어. 사회는 꽁꽁 얼어 붙었지. 동물들의 사정은 어떨까.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서식지에서 내쫒긴 동물들이 돌아오기도 해. 인간이 사라진 바다와 산에서 거의 끊어질 뻔한 종족을 잇기도 하고. 그렇지만 마냥 좋은 상황도 아니야. 동물들을 팔아서 돈을 벌던 곳에선 이 기회에 동물들을 더 이용하거나, 방치하거나, 바이러스를 해결한답시고 죽이거나 동물실험을 강행해. 일본의 사슴공원에선 사람이 다칠까 뿔이 잘려진 사슴들이 굶주린 채 거리로 나왔고, 태국의 코끼리들은 이미 1000여 마리가 굶어 죽기 일보직전이래. 우리나라 펫샵 시장은 매출이 3배가 늘었대. 동물을 갖고 놀기 좋은 인형쯤으로 보는 사람들이 새끼 강아지와 고양이를 많이 사갔거든. 그에 반해 유기동물 보호소에선 입양을 가지 못하는 동물이 많아졌고, 버려진 동물들도 늘어났어. 결국 안락사를 더 자주 하게 되었지. 펫샵이 법으로 금지된 미국 캘리포니아와 시카고에선 유기동물 보호소의 동물들이 전부 입양되었다던데... 아직 우리에겐 먼 이야기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원인을 박쥐라고 말해. 어떤 사람들이 박쥐를 먹었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라고 말이야. 그럼 박쥐만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박쥐를 먹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꽃놀이를 즐기고 있을까? 아니, 그랬어도 우린 집 밖으로 못나오는 상황을 겪게 되었을 거야. 왜냐고? 바이러스의 숙주는 박쥐이지만, 박쥐에게는 책임이 없어.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한 사실이지. 바이러스는 인간들에 의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사냥을 당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박쥐들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생겨. 잡힌 박쥐들은 좁다란 케이지에 몇 십 마리씩 갇혀 시장에 팔리고 사람들이 감염되기 시작하는 거지. 그러니까 책임은 오히려 인간들에게 있는 거야. 근데 이게 박쥐를 먹는 일부 ‘미개한’ 사람들 탓이라고 할 순 없어. 말했잖아, 박쥐가 문제가 아니라고. 지금까지 인류를 위협해왔던 바이러스는 닭, 돼지, 원숭이, 침팬지 등의 동물들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생겨났어. 다시 말해 어떤 동물, 어떤 나라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동물을 상품 취급하는 육식주의 자체가 문제인거야. 우리가 동물과 자연을 소비하고 파괴할수록 그 피해는 더 끔찍한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오겠지.
Z야, 바이러스는 또 다시 올 거야. 여태껏 그래왔거든. 수십억 마리의 소와 돼지와 닭과 그 밖의 여러 동물들이 몸을 틀수도 없는 케이지에 갇혀있는 한, 육식 위주의 사회가 계속되는 한 말이야. 그 때마다 동물들은 거리를 헤맬 거고, 우리는 더 강력하고 지독한 바이러스를 맞이하게 되겠지.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채식은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야. 그들을 먹지 않는 것, 소비하지 않는 것, 물건 취급하지 않는 것, 존엄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 대하는 것. 그들과 잘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지. 채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나 하나 고기 안 먹는다고 뭐가 바뀌겠냐고? 한 작은 새의 이야기를 들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