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타조라고 합니다. 본명은 윤지원이고요. 프로젝트매니저로서 사진 촬영과 영상제작을 담당했습니다.
Q.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전 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영등포 주변을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영등포의 자전거 문화에 중점을 두며 지역을 둘러보고 촬영을 했어요. 인근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의 등교 시간대 모습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의 통학 형태를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프로젝트 회의 모습, 카고바이크 제작 모습 등 프로젝트 전반의 활동들을 촬영했습니다.
Q. 자전거 문화를 조사하며 발견한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크게 느낀 것은 지역성의 차이입니다. 서울 영등포 보다 제가 거주하는 용인 수지지역은 거주와 생활권에 가까워요. 상당수의 사람들이 서울 혹은 다른 지역으로 통근을 하죠. 교통 시스템은 서울과 비교해 단조로워요. 반면 영등포는 청과물 시장, 전통시장, 기차역, 유통 거리 등 상권과 생활권이 혼재된 도시 환경입니다. 그 때문에 일일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에도 무리가 있죠.
이런 면들 때문인지 일상 속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의 모습을 영등포에서 훨씬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영등포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자전거 활용도가 높은 만큼, 개인이 직접 개조를 하거나 부품을 부착하여 카고바이크 형식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유통업 쪽에서 그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바퀴가 3개인 카고트라이크부터 아이를 태우는 유아용 간이 의자가 안장 뒤에 부착된 형태까지 다양한 카고바이크에 대한 니즈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진행하며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의 한계점은 처음부터 명확했습니다. 도로 인프라 그리고 시민들의 인식 문제입니다. 카고바이크의 취지는 좋고 그에 대한 니즈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비용의 문제, 그리고 그것을 이용할만한 도로 인프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상용화되기 어려운 것이죠.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전부터 카고바이크가 다방면에서 시도 되어 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 된다면 카고바이크의 도입, 그리고 상용화가 앞당겨질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겠죠. 동시에 이는 기존의 자전거 문화에 대해 더 다양한 담론들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자체가 충분히 의미가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계점 자체가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이군요.
거창한 것 같지만 단순합니다. 한계점을 재확인함으로써 미션이 명확해지니까요. ‘한계점’을 너무 강조한 것 같지만 그 외에 세부적인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엄마들을 위한 자전거를 기획했는데 정작 엄마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엄마들의 니즈를 확인하는 정도였어요. 이번 프로젝트의 경험을 반영하여 추후 이어지는 카고바이크 프로젝트는 엄마들에게 먼저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다음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겠죠.
Q. 본인의 프로젝트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사진·영상이 겉으로 먼저 내보이는 영역인 만큼 부담이 있었습니다. 카고바이크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사진은 필름카메라를 통해 촬영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우선 제가 가진 카메라가 필름카메라였습니다. 필름카메라가 갖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 이 프로젝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의 취지와 어울리는 일상성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선명함보다는 좀 더 일상과 친숙한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또한 저희 프로젝트의 멤버들이 전문가보다는 아마추어에 가깝습니다. 이런 점도 필름카메라가 가진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토대인 영등포를 보여주기 위해 타임스퀘어와 근처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도시 전반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영상을 통해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일련의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여기에는 PM들의 인터뷰를 삽입하여 카고바이크 뿐만아니라 프로젝트의 목표와 취지에 대해서도 설명했죠. 주민들이 영등포 시장과 골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 길가에 세워진 다양한 모습의 자전거들도 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영상은 비고로가 카고바이크를 제작하는 모습을 담은 부분이었는데, 생소한 장면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부품과 납땜 작업이 매력적으로 어우러져 근사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고민들이 느껴지네요. 작업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걸까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주하는 순간들을 촬영했는데, 이것은 모호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제가 계획했던 이미지와 모습들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연성에 기대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인터뷰 영상이나 PM들의 프로필 사진, 혹은 영등포 주변을 촬영할 때는 어떤 식으로 담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호성과 계획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느낌이랄까. 제 성향이 계획적인 편은 아니라서 촬영을 미리 계획, 실행하고 PM들의 피드백을 얻는 과정들은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Q. 이번 경험을 통해서 다음 작업에 반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이번 작업을 통해 제 감성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물로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동시에 만족스러워요. 영상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조금 느끼기도 했고요. 다음 작업에는 좀 더 다양한 색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제가 이어오던 ‘아날로그' 감성뿐만 아니라 다른 느낌의 작업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일정 조율과 계획, 작업을 위한 사전 스케치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꼈습니다. 세부적으로 작업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이 밀도 있는 작업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경험한 것이죠. 이런 부분들은 계속 챙겨가고 싶습니다.
Q. 끝으로 못다 한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번 프로젝트 덕분에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습니다. 그렇다고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훨씬 유용하고 매력있는 수단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전거는 '꽤' 괜찮다는 것 입니다. 꽤 괜찮은 자전거를 조금 더 우리 일상 속으로 들여올 수 있는 방법으로써 카고바이크를 조명해보는 시간은 유익했습니다. 속도와 방향성에 대한 성찰이 이어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이 다시금 재조명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이러한 부분을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