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애원이라고 합니다. 본명은 최해원이고요. 저는 새롭고 다른 것을 좋아해서 엘로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프로젝트에서는 그래픽디자인을 맡아 시각물을 제작했습니다.
Q. 자전거 문화를 조사하며 발견한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여러 정보를 찾아보며 한국에서 카고바이크가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크게 세 이유 때문인데요. 첫째는 자전거에 대한 인식 문제입니다. 외국에선 자전거를 자동차의 일종으로 생각하죠. 그래서 비교적 큰 비용을 들여 유지 보수에 적극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완구나 레저 일부분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쉽게 버리고 다시 구매하는 경우도 많죠.
둘째는 도로 문제로 인해 애매한 자전거 정체성입니다. 자전거 우선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인도가 자전거의 무대인데 대체로 좁습니다. 자전거 우선 도로가 있다고 해도 차량 위주의 도로 인프라로 인해 잠재된 위험이 늘 존재합니다. 자전거 이용에 제약이 따르는 도로교통법도 자전거의 모호한 정체성 형성에 한몫하죠.
마지막으로는 보관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기 어려운 이유로 ‘지형, 기동성, 주행 시 충돌위험’을 꼽았습니다. 일반 자전거보다 큰 카고바이크는 신체적, 심리적 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바퀴가 3개인 역삼각형 카고트라이크 형태에서, 우리나라 도시 인프라에 더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2륜 카고바이크를 제안합니다. 마마챠리에서 착안해 새로운 모델을 제작한 것이죠.
Q. 이번 프로젝트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았다고 들었어요.
회의를 거듭하면서 ‘서울형 카고바이크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대화 속에서 브랜드의 키워드는 <엄마와 아이, 안전함, 담다>로 정리됐어요. 그것을 토대로 네이밍을 진행했고 그 네이밍에 맞게 로고를 제작했죠. 또한 우리가 제안하려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를 고려해 컨셉에 반영했습니다. 컬러도 같은 과정을 거쳤고요. 그래픽 모티브를 토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각 매체에 적용했어요. 자전거, 스티커, 옷, 카드뉴스, 지도 등에 말이죠. 부족한 점도 있지만 나름 과정을 충실히 밟아온 것 같아요.
Q. 엘로 로고가 인상적인데요.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안전하다’는 메시지가 해외 카고바이크처럼 넓고 묵직해야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제품의 형태에서 제거된 안정감은 그래픽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죠. 최종적으로 그래픽을 통해 일상에서 가깝고 친밀한, 그러면서도 안전한 카고바이크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로고를 제작했습니다. 우선 로고 타입은 고딕 서체인 ‘Futura’로 정했습니다. ‘Futura’는 장식을 거두어낸 기본 글꼴입니다. 고전적인 서체에 바탕을 두고 변화하는 글자의 폭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리듬을 갖고 있어요. 둔탁함을 피하되 안정감을 주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네임이 최종적으로 ‘ELLO’로 선택됐어요. 로고타입의 형태가 카고바이크와 유사하고, 옐로우(Yellow) 컬러가 아이덴티티와 잘 어울렸죠. 그 후엔 로고타입을 도형으로 확장했습니다. 사각형은 짐칸의 특징인 ‘담다’를, 원은 바퀴의 특징인 ‘달린다’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타입 없이 도형만으로도 ‘ELLO’ 브랜드를 읽도록 유도하고 싶었어요. 컬러도 회색은 ‘도시’를, 노란색은 ‘활력’을 뜻하고 이 두 컬러의 배색은 ‘안전함’을 의미합니다. 서브 컬러인 초록색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일상, 생활영역, 여유’ 등을 의미합니다.
Q. 디자인을 진행하며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의 중반까지 카고바이크가 없는 상태에서 디자인해 나가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리서치와 병행하며 디자인을 진행했는데, 추후에 새롭게 발견되는 지점이 있어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동시에 좋은 경험이기도 했어요. 현장 리서치, 사용자 설문을 병행하며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단계를 거슬러 수정하는 일이 있더라도, 한층 단단하게 보완해 나가는 경험이었어요. 인사이트를 넓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Q.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안전함’의 의미가 재정립되었습니다. 유럽식 삼륜 카고바이크는 수월한 균형감 때문에 이륜 카고바이크 보다 훨씬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도로 주행이 어렵고 인도 주행을 병행 해야 하는 한국에서 ‘안전함’과는 먼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서 사용자의 인식을 보는 것(관찰)을 넘어 읽는 것(해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또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디자이너를 ‘비주얼적인 것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한정했던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들을 직접 만나고,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더 입체적인 단단한 디자인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사용자에게 제안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카고바이크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고바이크를 어렵지 않게 탈 수 있어요. 엘로 카고바이크는 일상 속의 익숙함을 새로움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