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서밋을 시작으로 청소년 하자투어를 기획, 진행해왔던 시유공은 하반기에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모았다. 하자투어를 준비하면서 하자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위주로 의견이 모였고 그 중에 하나가 네트워크 파티였다.
하자에 모이게 되면 우리는 알 듯 모를 듯 아는 얼굴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 아는 얼굴들이 서로 인사하는 사이가 되게 하고 싶었다. 특히 하자에 있는 청소년 활동가, 죽돌들을 한 자리에 모아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질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기획할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되는 친구들끼리 모여 틈틈이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만나 네트워크 파티를 준비했다. 어떤 곳에서 모이면 좋을지 부터 어떤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하면 좋을지까지 이야기했다.
우리는 카페 그냥에서 하자 청소년 네트워크 파티 ‘놀하유’를 진행했다. 1부는 참가한 팀 소개의 시간을 가지고, 2부는 새로운 팀을 짠 뒤 시유공이 준비한 5가지의 질문들로 네트워킹하는 시간들로 구성되었다. 차크라와 지삼선의 오프닝 공연으로 놀하유가 시작되었다. 차크라의 차분하고 은은한 목소리와 지삼선의 풍부하고 신나는 합주에 모두가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되었다.
청소년운영위원회 시유공, 청카운, 평화책 전시의 큐레이터 왕왕, 영화동아리 1학년 보경이, 마을 책방의 책모임 조용한 혁명과 채식한권, 10대 연구소와 문제없는 스튜디오에서 참여해주었다. 각자 준비한 사진들을 가지고 지금까지의 활동들을 발표했다.
2부에는 입장할 때 나눠받은 색깔 스티커대로 팀을 나누어 진행되었다. 한 팀당 한 명씩 시유공 구성원들이 팀장으로 들어가 진행을 맡았다. 우리가 제시한 질문 다섯 개 중 한 개를 골라 빈칸을 채운 뒤 글을 쓰고 나누는 것이 2부의 핵심 활동이었다.
‘내가 오늘,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나는 하자에서 ( )가 제일 좋다.’
‘나는 어쩌다 하자에 왔을까?’
‘나는 요즘 ( )가 고민이다.’
‘나는 요즘 ( )가 재밌다’
우리는 하자에서 만난 만큼 주로 하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자에게 고마웠던 것들,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모여 발표하고 싶은 사람들의 발표를 들었다. 그리고 ‘인생은 티키타카’와 ‘귤꼴라’팀의 클로징 공연으로 놀하유가 마무리되었다.
우리가 신관에서 네트워크 파티를 하고 있을 때, 본관에서는 하자의 스무살을 축하하는 홈커밍데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지만 놀하유에 참여해준 사람들도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서로에게 경청했다.
하자 마을에서 오가며 보지만 아직은 낯선 죽돌끼리 인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물꼬를 틔우고 싶었고 하자에 관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든 즐겁게 나누며 서로에게 충분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 처음엔 ‘네트워킹’이라는 단어 때문에 다양한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서로가 깊이 연결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 그런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오가며 얼굴만 보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익힐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꼭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만 네트워킹이 아니라 얼굴 보고 어디의 누구인지 인사할 수 있는 자리. 그 자리를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이 드니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느낀 만큼이나 참여했던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하자에서 만났다. 우리는 놀하유를 통해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거나 답을 했지만, 지금까지 하자는 개인들에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크고 작은 물음과 답을 던져주었을 것이다. 놀하유는 하자와 개인에 관한 사소한 질문들을 던졌고, 다 같이 모여 아주 일부의 대답들만을 공유했다.
하자에 대한 생각도 더 많은 이웃과 고민하고 공유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부터, 관심을 가지는 일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오가는 얼굴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