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를 만난 지 일 년. 내가 하자를 찾게 된 것은 그동안 지겹게 들었던 ‘대안’을 찾기 위해서다. 나는 청소년 시기 대안교육을 받고 대학진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학은 생각대로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배움이라는 시도가 좋았고 학습하며 성장하는 내가 좋았다.
그러나 대학은 학습욕구를 충족시켜주었을지 몰라도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하지 않았다. 결국 응어리가 맺힌 질문을 따라 휴학을 결정했다. 휴학 후 잊던 질문들을 다시하기 시작했고 그 질문들을 글로 기록했다. 글을 통해 깊숙한 마음속에 숨어 보이지 않던 불편한 것들을 드러냈고, 풀리지 않던 답답함을 찾을 수 있었다.
2019년, 일 년 만에 복학을 했다. 다시 돌아온 학교는 전과 비슷했지만 나는 그간의 질문을 모아 내 것을 찾기 시작했다. 기존의 학교라는 공간은 내게 대안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찾기 시작했다. 대안교육에 지친 줄 알았던 나는 사실 대안이 그리웠던 것 같다. 학교의 일방적인 학습문화와 대화는 질문을 던질 수 없게 만들었고 질문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눈요깃거리가 되는 것이 일상이었다.
상상력에 권력을
나는 68혁명의 구호를 좋아한다. 나를 나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구호이기 때문이다. 하자는 내 질문을 좋아했다. 그리고 질문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힘을 실어주었고, 내 이야기를 소중하게 듣고 지켜주었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었다.
청소년 시기 다양한 대안교육을 만났고, 지금도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과거의 내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대안을 찾았던 것과 지금 다른 것은 ‘실천’이라는 것이다. 학교 공동체에서 대안적인 학습을 경험한 것을 넘어 실천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동안 하자에서 다양한 실천을 마주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질문하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청소년카페운영진 3기
'카페그냥'은 하자의 문을 두드리기 아주 좋은 공간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 해낼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 '그냥'이라는 이름 안에 의도 없는, 때로는 의미 없는 작당들이 시작된다. 일 년 동안 하자를 드나들며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났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줄곧 글을 쓸 때만 작게 적어보던 사랑하는 내 이름 ‘달새해’. 하자에선 모든 사람들이 나를 '달새해!'라고 불렀다. 글을 마무리하고 한 쪽에 달새해라고 적는 것 보다 누군가가 나를 달새해로 불러줌으로써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내가 될 수 있었다. 이새해로 불러지며 해야 할 것을 열심히 하고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내가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달새해로.
카페그냥은 하자마을주민들부터 죽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청카운(청소년카페운영진)은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매순간 고민했다. 아무 기준이 없는 곳에서 창작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근황토크가 가장 재미있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늘 무언가 새로운 작당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때로는 누군가의 뜻밖의 질문으로 1시간을 기획하고, 하루를 보내고, 내일을 만들어 갔다.
금세 지나가버린 하자와의 만남 그 끝자락에는 하자의 스무 번째 생일이 있었다. 하자의 생일 날 우리는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한 끼를 나눠먹었다. 그 중 어느 순간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간질거리는 시간이 떠올랐다. 마치 우리 엄마의 모습 같기도 했던, 소심하지만 감추고 싶지 않은 신나게 흔들리는 마음. 그 순간을 위해 이곳에 왔을까. 너무 소중한 그 순간을 어떻게 저장할 방법이 없었다. 사진으로도 글로도 쓸 수 없었다. 오로지 나만 간직할 수 있는 기억이 되었다. 큰 추억을 가슴에 안고 2019년 올해의 하자와 인사했다.
2020년
2020년 나는 하자에서 스페인, 필리핀으로 떠나기로 했다. 산티아고 행을 결심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19년 한 해 동안 난 참 많이 솔직해졌다. 즐거움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우울을 다루기 시작했다. 툭툭 뱉는 나의 언어들이 낯설었지만 소중했다. 순례길에서 걸음이 빠른 나를 적나라하게 만나보고 일 년 동안 하자에서 생긴 질문들에 보다 천천히 답해보고 싶다. 그리고서 다시금 질문해보고 싶다. '달새해! 넌 어때?' 2020년은 운이 좋게 나의 질문들로 필리핀에서 '평화대학'을 함께 만들어보기로 했다. 내가 느끼는 대안교육/학습에 대한 가치를 아시아 청년들과 마음껏 토론하고 그 철학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이곳저곳에서의 경험들과 하자에서 가진 질문들로 아시아의 청년들에게 질문할 것이다. '이제 내겐 질문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대안을 만들어보자
청년들은 공간이 필요하다. 후기 청소년으로서 하자에서 활동하며 가끔 불편했던 것은 '누군가 나의 의견을 권력적으로 느끼지 않을까'란 고민이었다. 나의 언어가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질까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면 하자에서 청년(후기청소년)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한창이라는 포장 속에 오갈데 없는 청년들이 모여 토론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고민했던 대안교육에 대한 질문들을 나누어볼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질문하고 싶다. 내가 하자에서 질문을 가졌듯 나의 질문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도전과 재물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채로운 질문들로 채워 하자에 돌아온 순간 하자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