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면서도 나를 표현하는 것에 서툴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나를 행복하게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드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 또 나는 혼자 있을 때 많은 생각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두려워서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그런 내가 10대 연구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모두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것. 여기에는 미숙하다며 우리의 생각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어른도, 주류의 잣대로 우리의 생각을 판단하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10대 연구소 활동을 시작하기 전, 난 나름 행복하고 그래도 괜찮은 10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지만, 내 안에서 나오는 동기가 아닌 외부 요인들에 의해 미래 설계와 동기 부여를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답답하고 불안했다. 큰 흐름에 자연스럽게 휩쓸려가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지다가도 자꾸만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나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10대 연구소를 시작한 건 ‘입시에 찌든 뻔한 고등학생’이 되지 않기 위한 나의 발버둥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나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무뎌지는 것이 싫었다.
10대 연구소에서 내가 연구한 주제는 청소년의 우울감에 대한 것이었다.(‘청소년은 왜 우울하다고 말을 못 할까?’) 내가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였다. 불안이나 우울은 오랫동안 집요하게 나를 쫓아다닌 문제였다. 연구를 하며 어쩌면 내가 속한 집단을 연구한다는 것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아픈 곳을 파헤치고, 피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주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청소년의 우울을 연구하며 내 우울했던 기억들을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되었고, 또 내 주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들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인터뷰이들이 자신의 우울을 말하는 것을 듣고 읽으면서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우울에 대해 고민했고 힘들어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팀원들과 우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자신의 우울을 말하지 못한다는 결과에 다다르며 우울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는 외로워서 우울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연구를 하며 우울해서 외로워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우울을 힘들어했던 것은 그 무게를 누군가와 나눌 수 없어서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청소년들은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할까? 우리의 주제 자체가 우울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울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들을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나는 10대 연구소를 통해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10대 연구소 연구원들과 다 같이 울고 웃으며 연구했던 1년 동안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이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만 털어놓았던 문제에 대해,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열심히 숨기려고 노력했던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연구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그리고 이상하게만 느껴졌던 나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내게는 소중하다.
우리 푸노푸노 팀원들에게, 그리고 10대연구소 연구원들 모두에게 정말 고맙고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