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청카운 3기로 활동 중인 헤다라고 합니다. 남은 2019년 하반기 100일 동안 카페그냥의 공간지기로 머물게 되었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을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저의 소망은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작은 공간을 꾸리는 것입니다. 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저는 춘천에 있는 독립서점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빵 굽는 냄새, 커피를 내리는 냄새, 그리고 책의 잉크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작은 독립책방. 따뜻하고 포근한 온기가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방은 책과 음료를 파는 것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독서모임, 영어 회화 모임, 글쓰기 모임, 필사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요일별로 진행하고 있어 저는 자주 책방을 기웃거렸습니다.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른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좋은 공간이 가까이에 또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작은 여유와 가치를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을 키워 나가며 관련된 경험을 쌓고 싶어 평일에는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카페에서의 첫 알바는 저에게 수많은 고민거리를 안겨 주었습니다. 손님이 많은 날에는 잦은 추가 근무를 하고 손님이 적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휴무 통보를 받으며 불규칙한 노동 환경 속에 있었고, 주 4일에서 5일 매일 7시간 이상 서서 일을 하며 몸과 마음이 크게 지쳐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일 수십 잔의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따르고, 수십 리터의 우유와 생크림을 섞어 빙수 얼음을 내릴 때면 내가 너무 많은 동물을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괴감에 빠지곤 했습니다. 맛있는 디저트와 음료를 파는 카페들은 이미 수없이 많지만 일회용품을 지양하고 선순환을 지향하면서 지구와 환경에 조금 더 무해한 카페도, 특별한 모습으로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카페는 적다는 걸 느끼며 저의 막연한 꿈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카페 그냥에서는 제가 지향하는 공간의 모습을 이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올해 청카운 3기를 하며 지켜본 카페 그냥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음료와 디저트가 구비되어 있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문턱이 낮은 카페가 되었고, 스스로 음료를 제조하고 뒷정리를 하는 무인 시스템의 카페, 다양한 워크숍과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였습니다. 하자의 쉼터와 같은 그냥의 모습은 늘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카페 그냥에서 앞으로 100일 동안 제가 바라왔던 공간의 모습을 실현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새로운 시도로 카페를 정돈하고 꾸며나가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벌써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카페 그냥의 공간지기로 카페에 어떤 손길을 남겨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공간지기로서의 100일이 저 개인과 그냥에 어떤 가능성을 남길지 기대됩니다.
앞으로 매주 화요일, 수요일 그냥에 머물며 카페를 정돈하고 다양한 비건 디저트와 핸드드립 커피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카페 그냥은 어떤 모습인가요? 또 여러분에게 카페 ‘그냥’은 어떤 공간인가요? 그냥으로 오셔서 피드백을 적어주세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서 카페를 가꿔 나가보려고 합니다! 가끔씩 워크숍도 열어 하자마을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도 만들어 보려고 하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여유가 필요할 때 카페 그냥으로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