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영화 왔습니다! 9월부터 하자에서 활동하는 영화 상영 동아리 <1학년 보경이>가 영화 배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액션? 로맨스? 고어물? 호러? 만약 영화는 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1학년 보경이>들의 배달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 보경이들은 한 달에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관련 영화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가을타는 분들 취향저격, 로맨스 영화부터 우울함을 느낄 때 보면 좋은 영화, 퀴어, 페미니즘, 예술영화까지! 보경이들의 개성 있는 영화 배달을 지켜봐 주세요!
이번 주제는 1학년 보경이 동아리원 루꼴라의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첫사랑 영화>입니다.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다. 대중적, 상업적인 영화를 봐도 좋다. 때로는 종로 3가의 독립영화관을 찾아가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한동안 그 영화의 배경과 주인공과 음악에 매료되곤 한다. 취향이 까다롭지 않아서 쉽게 빠져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기 십상인 나에게, 무언가를 오래 잡고 그 잔향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램을 충족시켜주는 장르는 로맨스였던 경우가 많았다. 여운이 가장 길고 또 깊게 흔적으로 남는 장르가 나에겐 멜로/로맨스였다. 그중에서도 첫사랑 영화에는 대체로 드라마틱한 장치가 존재하는데, 비현실적이긴 해도 이입에 걸림돌만 되지 않는다면 나는 좋아한다. 영화를 보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살아보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본다는 의의도 있으니까. 극적인 사건이 담백하게 전개 되는 장면을 스크린에서 마주하면 왜인지 모르게 한껏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느낀다.
모든 영화에는 그마다 나름의 교훈과 감동과 생각거리가 있다. 혹시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가 필요하다면 아래 추천 영화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플립> 중
이웃에 새로 이사 온 미소년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사랑을 직감한 7살 소녀 줄리. 솔직하고 용감한 줄리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마냥 부담스럽다. 그렇게 자그마치 6년 동안 줄리의 마음을 못 본 척하며 외면하는데. 성의를 거부당하고 오해가 쌓이며, 줄리는 브라이스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한 순간에 변해버린 줄리를 보며 브라이스는 당황하고, 멀어진 줄리를 멀리서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 사랑을 고백하는 것에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나의 마음이 거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있어 굉장히 적극적이고 솔직한 여주인공 줄리를 보며 유명한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 사랑하라 ,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소중한 것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고 표현할 줄 아 는 줄리, 그런 줄리를 보며 조금씩 변화해가는 브라이스. 이 둘을 보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이 두렵고 겁이 날 때, 지금 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희미해진 때, 그때 따뜻하고 풋풋한 두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어떤 답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영화 <러브레터> 포스터
영화는 등산 중에 죽은 후지이 이츠키의 3번째 기일을 지내며 시작된다. 후지이가 죽은 지 3년이나 되었지만 그의 여자친구였던 히로코는 여전히 이츠키를 잊지못하고 있다. 후지이의 어머니를 집에 데려다 드리고 쉬어가던 중에 히로코는 후지이의 졸업앨범을 보게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후지이의 예전 집주소를 적어간다. 그의 옛 집은 이미 국도가 되어 사라졌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히로코는 아무도 받지 못할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놀랍게도 답장이 왔다.
→ 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여자 이츠키는 끝내 알지 못했다. 그 시절에 남자 이츠키가 보였던 모든 행동이 자신에게 던지던 메시지, 러브레터였음을 몰랐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캐치하게 되는 두 이츠키 간의 미묘한 감정 선이 영화의 장면을 한층 더 아련하게 만들어준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포스터
피렌체에서 유화 복원사 과정을 수련중인 쥰세이는 오래전 헤어진 연인 아오이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밀라노로 향하는 쥰세이. 그러나 아오이 곁엔 이미 새로운 연인이 있었고, 냉정하게 변해버린 그녀의 마음만을 확인한 채 다시 피렌체로 돌아온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 해 쥰세이가 일하던 공방은 문을 닫게 되고, 그렇게 쥰세이는 귀국행 비행기를 탄다.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이 몰랐던 아오이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된 쥰세이는 그녀의 행복을 비는 마지막 편지를 아오이에게 전하며 오래 전 두 사람의 약속을 떠올린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연인들의 성지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 한다는 그곳에 그녀의 서른 살 생일에 함께 가기로 했던 쥰세이와 아오이는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헤어졌던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추억이 작별을 고할 무렵, 쥰세이는 다시 피렌체로 오게 되고, 두오모 성당 위에서 아오이를 만나게 된다.
→ 완전히 뜨겁지도, 완전히 차갑지도 않은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그려지는 두 남녀의 감정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원한 사랑은 과연 가능한 문장일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이 작품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꿈을 꾸게 된다. 운명적으로 한 사람을 만나서 언젠가는 두오모 성당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 말이다. 쥰세이와 아오이는 서로가 첫사랑이라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행가고 싶게 만드는 피렌체의 풍경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1학년 보경이
1학년 보경이는 하자센터 동아리로, 독립 예술 장편 단편 영화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의 모임입니다.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 영화를 상영하고, 리뷰를 나누고, 글을 쓰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상영작은 <우리의 20세기>, <콩나물>, <우리들> 등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