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카페에서 ‘카페그냥은 기억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건 회의를 통해서도, 어떠한 기획과 추천을 통해서도 아니었다. 고민없이 던진 말로 시작되었다. 매번 기억하고, 되새겨야할 많은 시간들을 하자에서 지나보내는게 아쉬워 그랬는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우리의 글과 그림으로.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4월 나는 기억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촛불을 들고, 노란 리본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숙이 기도했다. 그러나 손목의 노란 팔찌도 가방의 리본도 금세 익숙해져 버렸다.
‘기억한다는 건 그다지 쉽지 않았다.’
무턱대고 약속한 것은 아닐까 무서웠다.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겠다며 약속했는데 이렇게 약속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마음속에 묻어둔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카페그냥이들에게.
‘카페그냥은 기억합니다’ 매달 모이는 그냥이들은 서로 기억해야할,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무슨 날이고, 오늘은 어떤 날이며, 오늘은 그런 날이라고. 혼자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훨씬 든든하다 해야 할까. 기억하겠다는 약속이, 버거웠던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깊숙하게 약속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잠깐 붙잡았을 뿐인데 우리의 기억들이 카페그냥의 벽면에 가득 찼다. 누군가는 지나가다 인사하듯 쳐다볼 테고, 누군가는 무슨날일까 하고 검색창에 입력해볼 테고, 누군가는 우리처럼 시간을 붙잡을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이 되새기는 시간일 것이며 기억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에겐 기억해야 할 시간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살아내야 할 시간들도 무수히 많다. 그렇기에 각자의 방법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만들어 가면 된다.
거센 태풍의 환영을 받으며, 나의 첫 번째 서밋이 시작되었다. 바람을 타고 하자에 가는 길은 태풍 때문일까 더욱 붕붕 뜨는 설레는 기분이었다. 하자의 모든 공간에서 ‘움직임’을 목격했다. 수동적 움직임이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움직임이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늘 수동적인 움직임이 익숙한 내게는 새롭고 놀라운 광경이었다.
카페그냥의 기억합니다, 비건 베이킹, 카페운영, 오랜만에 만나는 그냥이들. 다양한 전시와 춤, 노래 그리고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었고 토론의 주제였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었다. 온몸에 이것저것들을 묻히고 붙이고 떼고 스치고.
하자의 움직임에는 상상력이 가득해 보였다. 그들이 가진 상상력들이 여기저기 전시되어있었고 그런 풍경에 생명들은 호기심을 가졌다. 물론 나도. 다채로운 색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 무지개를 띄우듯 ‘하자의 목소리가, 우리의 실천이 여기에 있었다.’
무사히 서밋은 끝이 났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의 마음이 나와 조금은 닮아있음을 느꼈기에 하자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안전불감증’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더 많은 청소년과 하자를 응원하는 비청소년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