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2일, 15일 2회의 워크숍을 정리하며 영메이커 '만세'가 작성한 글입니다.
첫 기획, 첫 진행의 결과는요.
"왜 인지 잘 할 것 같아요."
"효효가 이렇게나 신뢰하는 영메이커는 처음이에요."
등등의 말이 워크숍 기획 회의 중간에서 나왔다.
네 자신있어요 하하.
정말이지 자신 있었다. 20살 경제적 독립 이후 춤을 배울 수 있는 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각종 ‘무료 춤 워크숍’ 등등의 것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녔다. 틈만 나면 온갖 예술관련 웹사이트를 뒤져 하루에 연속으로 두 개의 워크숍도 듣기도 했었다. 다년간 쌓아올린 워크숍 참여 경험으로부터 온 자신감이랄까. 워크숍에서의 음악의 중요성, 시간 중심이 아닌 스토리 중심의 워크숍, 또 참여자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진행 능력을 각종 워크숍을 다니며 남 몰래 캐치하고 있었다. 때 마침, 효효에게서 ’춤 워크숍 기획‘을 제안 받았다.
내가 지금껏 경험한 워크숍들을 토대로 ‘나의 워크숍’을 구성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진행자의 역할로서 있을 때 나의 모습. 분명 또 무료 워크숍을 찾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닐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날 기회일 것 같았다. ‘정말 내가..?’ 따위의 생각이 덮어버리기 전에 얼른 하겠다고 대답해 버렸다.
그렇게 혼자 기획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확실히 재미도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은 자신감이고 실전은 실전이었다. 시간 위주로 구성을 짜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안정감’을 위해 분 단위로 워크숍을 기획했다. 그러다보니 시작 시간보다 늦게 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확인한 순간, 당황스러움도 함께 찾아왔다.
또 하루에 4시간 이상 움직이는 나의 일상의 몸과, 나보다 더 움직일 수도 덜 움직일 수도 있는 사람들의 몸 상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몸’이란 엄청나게 다양할텐데 말이다. 그 다양함의 기준을 ‘나’로 하는 실수를 해버렸다. 또 신청자 인원의 수가 짝수가 아닌 경우에 진행자와 관찰자의 역할을 놓치고 참가자로 변신하는 일들이 번번이 생겨버렸다.
해서 내가 자신감 있게 만들었던 계획을 부숴버려야지만 워크숍이 잘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되어버렸다. 많은 것을 나누고 싶었으나, 욕심을 내면 안 되었고 시간을 체크해야 했지만, 시간 중심이 되면 안 되었다.
그러니깐 한 마디로 어려웠다.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이 남아서 아쉬우나, 내가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 인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라는 마음도 동시에 든다.
힘, 들다
“힘 빼! 힘을 빼!”
“손 끝에는 힘을 주고! 다리에는 힘이 없어. 배에만 (코어) 힘이 있는 거야! 힘 힘 힘 힘 힘 힘..”
춤을 전문인에게서 배우며 내 귓가에 가장 많이 들려오는 단어였다. 힘을 빼라. 힘을 줘라. 힘을 느껴라. 힘을 컨트롤해라. 여기서 결국 이 말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힘’이 있어야 하며 지금 내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어야 했다.(=인식)
‘힘’에 대해 궁금했다. 다른 사람 몸에는 어느 정도의 힘이 있고 없는지가 궁금했으며, 본인들의 힘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 지 궁금했다. 신체 중 가장 무거운 머리부터 시작했다.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바닥에 떨어집니다. 머리의 무게를 느끼며 떨어트려보세요’ 라는 말과 동시에 누군가의 머리는 너무 가벼운지 생각보다 바닥에 일찍 떨어져 있고, 누군가의 아주 무거운 머리는 겨우겨우 바닥에 떨어트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몸에는 골반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누구의 몸에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워크숍 중 나의 무게를 다른 사람에게 싣는 부분에서는 자신의 힘을 완전히 빼고 다른 사람에게 싣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누군가는 자기 힘을 잔뜩 안은 채 파트너에게 살짝 기대는 정도였다.
어떤 것도 맞고 틀린 건 없지만, 본인들이 지금 힘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힘’ 에 대해 생각하기까지 5개월 정도 걸렸으니깐...
이틀의 워크숍이라면 '힘'의 ‘ㅎ’ 에서도 아주 작은 삐침 정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첫 기획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 기회와 워크숍 참가자들이 ‘ㅎ’의 동그라미까지 느낄 수 있는 다음 워크숍을 구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