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던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뮤지션들은 어떻게 앨범을 만들고 어떻게 공연을 하게 되는 걸까?” 지난 4월에 열렸던 하자음악작업장 <뉴트랙>의 뮤지션토크는 뮤지션들의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청소년들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전자음악가 키라라, 밴드 ‘9와숫자들’의 리더 9, 싱어송라이터 이랑이 들려준 창작, 작업,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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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하자 음악작업장 <뉴트랙> 뮤지션토크에 함께 한 키라라, 9, 이랑
음악, 잘 몰라도 괜찮아
키라라 편의점에서 열심히 미디를 찍어서 <moves> 앨범을 만들었어요. 저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음악을 만들지 않거든요. 제 방식대로 만들다 보니 주변에서 그렇게 음악 만들면 안된다고 ‘꼰대질’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 앨범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라고 하더라고요. 이상한 걸 하더라도 계속 밀어붙이니까 되긴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전자음악은 음악에 대한 기초지식을 전혀 몰라도 할 수 있어요. 대신 어떤 소리들이 잘 어울릴지에 대한 감이 필요한데 그 감은 음악 많이 들으면 생겨요
이랑 저는 아는 게 없어서 성공한 케이스예요.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뭘 만들어야 좋은 음악인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놀듯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죠. 이런 예술가가 좋은 예술가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들 때 잘 만들어야 된다는 강박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만들 때부터 이건 아닌 것 같다며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별로면 휴지통에 넣어 놓으면 돼요. 몇 년 후에 오히려 거기서 재미있는 걸 발견할지도 몰라요.”
기록이 모여 음악이 된다
9 저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각 잡고 컴퓨터 앞에서만 작업할 수 없어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스케치를 구상하고 디테일을 계속 고민하다가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오면 작업실에 가서 녹음도 해보고 정리를 해요. 그래서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이 저한테는 정말 중요해요. 기획이나 곡 아이디어가 생기는 즉시 메모해요.
이랑 메모, 아카이빙을 많이 해요. 음악이 한번에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엄청나게 많이 기록하고 연습하고 훈련을 해야 나와요. 제가 10년 전에 찍어놓은 비디오 메모가 있는데, 그때는 자신감이 많이 없어서 그 비디오를 볼 때 부끄러운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부끄럽지 않아요. 일종의 자료로서 과거의 나를 볼 수 있게 된 거죠. 여러분도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를 기록하고 자기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기록이 자양분이 돼서 노래가 만들어지거든요.”
음악만 잘 하면 된다? 창작자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9 아티스트의 정치적인 올바름이 창작이랑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아티스트의 작업을 윤리적으로 판단하자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고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다 봐주는 것도 아니거든요. 내가 좋아했던 어떤 아티스트가 알고 보니 성범죄자였다면 내가 그 아티스트를 좋아했다는 사실에 화가 날 수도 있어요.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랑 예전에 야동이 소재로 등장하는 단편을 쓴 적이 있어요. 그 글은 남성들의 야동문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어요. 그렇지만 최근 남성 연예인들의 단톡방 사건이 불거지면서 불법촬영물이 ‘야동’으로 소비되는 문화가 논란이 됐잖아요. 그래서 그 원고를 삭제했어요. 제 글이 피해자를 양산하는 야동문화의 일부가 되는 걸 원치 않았거든요. 아티스트가 작업물을 발표할 때 어떤 소재를 어떻게 발표하고 어떤 사람들과 나눌 것인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책임감은 감수해야 되는 것이죠.
혼자 있지 마세요
키라라 음악을 하고 싶다면 혼자 있지 마세요. 혼자 있거나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안 돼요. 제가 무대륙에 가서 공연활동을 시작했던 것처럼 밖에 나가서 돌아다녀야 해요. 어디든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의 음악을 들려주세요. 절대 혼자 있지 마세요
9 혹자는 인디씬이 죽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함께할 사람이 있는 씬이 있어요. 창작하는 사람들끼리 교류하고 서로 의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다 하는 게 아니거든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화면 안에서는 혼자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크리에이터들끼리도 서로 교류하고 있더라고요. 화면에 보이지 않는 스탭들도 있고요.
9는 뮤지션토크를 마치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업하다가 어려운 점이 있으면 연락하세요. 음악하는 사람들은 다 같은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예비) 음악가 청소년 여러분들에게 하자음악작업장은 새로운 길(new track)과 새로운 음악(new track)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가 되고자 합니다. 우리에겐 음악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