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저는 현재 제천간디학교에 재학 중인 19살 한울(유한울)이라고 합니다! 제천간디학교는 6년제 중고 통합 비인가 대안학교이며, 20년 세월을 오롯이 우리 사회의 대안적 가치를 꿈꾸며 실현해온 대안학교입니다. 저는 삶을 옥죄는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배우고 참된 자신을 일으켜 세울 근거와 힘을 발견하기 위해 제천간디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간디학교는 ‘사회 참여를 통한 배움’으로 학교에서 수업이나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 이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교 밖 체험 학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 체험 학습에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 움직이는 학교(무빙 스쿨), 테마 답사여행, 문화체험, 봉사활동, 사회참여, NGO 체험, 공동체 체험, 인턴십 등이 있습니다. 올해 저희 학번은 고등학교 3학년을 맞이하여, 각자에 맞는 인턴십 교육 과정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인턴십 교육 과정은 본인이 원하는 진로와 직업을 직접 생각해보고 선택하며 단체를 접촉하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남을 갖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진행합니다.
저의 주 관심사는 그래픽 디자인입니다. 또한 음악 작업과 영상 작업도 좋아합니다. 그동안 제 주변에는 음악과 영상 작업에 대해 공유할 친구들은 많았으나 저의 주 관심사인 디자인에 관심 있는 동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디자인 작업에 대해 공유하고 나눌 기회가 적었고, 학교생활을 하며 ‘디자인’은 저 혼자만의 놀이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지내온 생활 속, 저에게 인턴십 교육과정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를 기회로 지금까지 개인작업만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함께하는 디자인 작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세상 속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는 일반 업체에서 단순히 로봇처럼 찍어내기만 하는 디자인은 하기 싫었습니다. 인턴십을 진행하기 위해 제 생각과 맞는 업체나 단체를 찾기 위해 종일 키보드를 두드려봤지만 인터넷의 도움만으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던 와중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자센터와 네모라는 판돌을 소개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자는 저에게 딱 맞는 공간이었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에 기반한 자기주도적 과정을 만들어가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 얼마 후 당시 하자 디자인공방을 담당하고 있던 판돌 네모를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디자인에 관련한 이야기, 미래에 대한 이야기, 인턴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네모는 디자인공방에서 디자인 프로젝트, 워크숍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인턴십을 시작할 때 즈음 디자인공방을 포함한 하자 메이커스페이스가 정비 시간을 갖게 되면서, 대신 저는 학습생태계팀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약간 다르게 시작했지만,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직도 첫 출근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긴장을 한 탓에 손에는 땀이 흥건했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고서는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학습생태계 판돌들, 그리고 하자에 계신 모든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셨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3개월 동안, 하자 뉴스레터 레이아웃, 입촌잔치 포스터 및 현수막, 음악작업장 오픈클래스 포스터, 뮤지션토크 포스터, 청개구리 작업실 가이드, 시농제 포스터 및 현수막, 성년식 포스터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외에 애고가 진행한 시트절단기 워크숍과 네모가 진행한 리소프린터 워크숍, 그리고 디자인 스튜디오 수목원과 함께한 플로터 활용 포스터 제작 워크숍에도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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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의 디자인 작업물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 가끔 시간이 날 때면 301 스튜디오로 올라가 음악 작업을 하며 머리를 식히곤 했습니다. 음악 작업을 하며 노래를 한 곡이라도 완성해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인턴십 일정의 반 정도가 지나갔을 무렵에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고생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하던 작업을 잠시 멈추고 하자 주변을 걸으며 산책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느덧 인턴십 일정은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이후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과 모여 함께 하는 디자인 워크숍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해볼 생각이었습니다. 워크숍을 기획하며 원쓰, 효효와 만나면서 수목원 팀까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현재 나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해보는 것보다 디자인이 혼자만의 놀이터였던 또래 청소년들과 이야기 나누고 동료를 찾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디자인 워크숍이 아닌 라운드테이블 형태로 방식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6월 22일에 진행하는 라운드테이블 <청소년 디자이너, 동료를 구합니다>를 마치면, 저는 다시 작은 시골 마을의 학교로 돌아갑니다. 이번 하자에서의 인턴십 과정은 졸업 후 사회로 나가기 이전 저의 청소년기 삶 속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발디딤이 되었고, 잊지 못할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꽃들과 어우러져 그들의 향기 속에 빠져들었고, 아름다운 풍경 속 한 일원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더욱 성장한 산골 소년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