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에는 어떠한 그물망이 있다. 10대와 청년, 부모와 판돌, 토종 민들레와 청보리, 이리저리 거처를 옮기는 그릇과 컵들. 이들은 모두 하자의 그물망에 걸려 있다. 그리고 이 그물망에 <10대 연구소>도 있다. <10대 연구소>에는 자신만의 사연과 문제의식을 가진 청소년 연구원이 모여 지식을 도모한다. 토요일 오후 2시, 4쿼터 동안 진행되는 <10대 연구소>는 10대들의 마음이 얽혀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연구원들은 여기서 함께 먹고, 마시고 이들이 겪는 일상에 대해 말한다. 함께 대화하고, 질문을 던지고 마음을 열어젖혀 서로를 이해하며 곁을 만든다.
십대 연구원들은 질문한다. 왜 우울감을 느끼는 청소년이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할까? 왜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혐오와 욕이 되었을까? 왜 학원을 다니는 청소년도, 다니지 않은 청소년도 함께 불안함을 느낄까? 중간고사-기말고사 그리고 또 다른 ‘공부’가 기다리는 방학의 주기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정면으로 마주하는 얼굴 없는 교실의 풍경을, 10대의 불안을 조장하는 장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부서진 10대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함께 모여 배제된 경험과 아픔, 분노와 우울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들이 성토하는 마음에는 이해하기 힘든 현실에 대한 인식, 경쟁과 획일성을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성찰이 응축되어 있다. 공교육을 살아내는 10대의 삶의 단면은 비청소년의 삶과 닮아 있고, 이들의 성나고 부서진 마음 또한 소위 말하는 ‘어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회운동가 파커 파머는 마음을 통해 심층적인 앎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통해 “함께 세계를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아는 바대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실, 실패, 좌절, 배신 등으로 인해 마음은 부서진다. 하지만 마음이 깨져 열린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대 연구소>에 모인 마음들 또한 강력한 성찰과 새로운 삶에 대한 용기를 품고 있다.
한국 사회는 십대들에게 말해왔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사무치고 아린 마음을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감내해야 한다고, 흘러가는 시간에 감사함을, 무뎌져 가는 감각들에 어쩔 수 없다는 회의감을 붙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모두가, 다, 그러한 것이라고, 그 마음들을 체념하며 두리뭉실 떠 보내라고. <10대 연구소>에서는 이 흩어질 수 있는 마음들이 모여 질문한다. 10대 연구원의 질문은 지금 현재를 함께하는 10대의 얼굴이기도 하며,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이들은 사회를 성찰하고, 모두를 향해 경청의 길을 트고 있다. 그 길목에서, 나는 마음을 열고 그들과 만나는 날 함께 나눌 간식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