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수입니다. 이전 몇 편의 뉴스레터에서 저를 ‘10대 청소년 때부터 하자와 연을 맺기 시작하여 파니, PM, 동아리원, 크루 갖가지의 이름으로 하자를 오가는 청년’ 이라고 소개해 왔어요. 이번에는 그 갖가지의 이름들을 되돌아 보는 글을 남기려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바로, 하자의 추천을 받아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명단에 제 이름이 올랐답니다! 이 기쁨을 하자와 함께 나누며, 오랜 인연을 돌아보려 해요.
(* 여성가족부에서는 매년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이하여 다양한 사회참여, 청소년 활동을 실천한 청소년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어요. 법적으로 만 9세~만 24세를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고, 어느덧 장수는 청소년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표창장과 함께 판돌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받는 장수
2017 커리어위크 진로콘서트 강연 중
“늘 하던 고민이 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일 혹은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지 생각해요. 그 생각의 언저리에는 하자가 있었고,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어요. 모든 선택에 있어 자신이 조금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어떤 기준이 있을텐데, 그저 ‘내’가 가진 것으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기를 바랐고요. (…)
제가 가장 신기했던 건 전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저게 가능할까 싶었던 것들이 모두 실현되고 있고, 막연히 재미있겠다, 아 내가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했던 것을 누군가는 그걸 즐기면서 돈을 벌고 있는 거예요. 이러니까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싶어서 또 마구마구 일을 벌리고 있어요. (웃음)”
- 2017년 커리어위크, 진로콘서트 강연 중 -
하자를 처음 만난 건 17살 무렵이니, 어느덧 햇수로 8년 째 오가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처음 오게 된 것이 ‘C-cube’라는 이름의 창의 캠프였어요. 당시 제가 바라보는 세상은 열 일곱 살의 시선과 깊이에만 갇혀있는 것 같아 무척 답답하게 느껴졌고, 공부와 성적, 대학이 아닌 다른 단어들을 떠올리고 싶었어요. 학교 밖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호기심을 자극 시켜줄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찾아 다녔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 같아요. 그토록 우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 위해 애쓰던 10대를 마무리하는 겨울엔, 20대를 맞이하는 *스프링캠프에 함께 했었는데요, 모두 돌아가며 ‘20대에는 ___하자!’라고 외치며 블레싱 파티를 열었던 때가 이제는 멀리, 아득해졌네요.
(*스프링캠프 Spring camp: 야구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인 이른 봄, 날씨가 따뜻한 지역에 머물면서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 훈련을 말해요. 청년의 시기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타인과 소통, 협력하며 자신의 삶을 폭넓게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합니다.)
초기에는 참여자로 시작하였지만 점차적으로 활동의 내용과 폭은 다양해졌어요. 커리어위크의 파니(하자 서포터즈), 하자 내 동아리 추수작업실과 집떠나면 여행, 토요진로학교 사회변화게임 퍼실리테이터, 리빙랩 생활자전거프로젝트 PM, 자원활동 손편지쓰기 캠페인 진행강사…. 판돌 중 누군가는 제게 하자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재미있게,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기도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곳이 하자였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내 쓸모에 대해 세상에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주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하자가 어떤 곳이야?’ 라는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은 탓에, 그 마음을 달래고자 언젠가 ‘아마그럴지도’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아마그럴지도’는 여섯 명의 후기 청소년이 하자에서의 경험을 또래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영상이예요. 하자의 문화, 하자에서 해왔던 활동, 각자의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아직 못보신 분이 있다면 아래 영상을 클릭하세요!
다만 질문을 조금 바꿔, 제게 ‘하자란 어떤 곳이야?’ 라는 질문에는 플랜 C(Plan C)라고 답하고 싶어요. ‘이거 할래, 저거 할래?’ 물었을 때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다른거 해볼래.’ 라고 이야기 할 것이 ‘플랜 C’ 인 것 같아요. 덕분에 이런 삶도 있고, 이런 일도 있고, 이런 일터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여전히 방황하고 균형잡히지 않은 20대이지만, 하자에서의 모든 만남을 밑거름 삼아 앞으로도 어엿한 청년으로, 시민으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요.
:: 글_ 장수(하자에서 10대와 20대 청소년의 시기를 보내고, 이제는 법적 청소년의 최고령 스물 넷을 지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