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페 그래서 상반기 운영 팀 ‘느린 별’입니다. 저희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각자의 속도대로 삶을 즐기고자 카페를 열게 되었습니다. 벌써 ‘카페 그래서’를 운영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저희가 지나왔던 이야기들과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직 춥던 3월, 타고난 게으름뱅이이지만 만성 조급증을 앓고 있는 해일은 카페 그래서 모집 안내문을 읽게 됩니다. 알고 있는 거라고는 카페 그래서가 영등포에 있다는 것밖에 없던 그는 사전 설명회에 참석했고 지금 당장 지원서를 내지 않으면 일생일대의 후회를 만들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해일에게는 마땅한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짧은 전화번호부를 뒤져 랑이를 찾아냈고, 그에게 설득 아닌 강요를 하게 됩니다. “우리 이거 꼭 해야 된다.” 해일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온 랑이는 히든카드를 섭외하게 되는 데, 그가 바로 릴리였습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해일이지만 릴리와는 이유 없이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아마 운명이었나 봐요.
그렇게 모이게 된 셋은 지원서에 간절함을 가득 담았고 면접에서 불 같은 열정과 천성이 착하다는 걸 열심히 어필했습니다. 그 후, 그들은 차분히 결과를 기다렸고, 지난 달 4월 6일, 그동안 긴 잠을 자고 있었던 카페 그래서는 새롭게 깨어나게 되었습니다.
[1편, 랑이의 이야기]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시작했던 저는 대학 생활에 대한 후회도 미련도 느낄 새 없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0년 지기 친구 해일이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고, 그녀에게서 ‘카페 그래서’에 대한 제안을 여러 번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카페 운영과 학교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점이 걱정돼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어쩐지 확고해 보이는 해일의 열망이 저에게까지 전이되어 부지런히 지원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한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요즘, 감사하게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따뜻한 칭찬과 격려의 말씀 역시 카페 한 켠에 켜켜이 쌓여왔습니다. 격려해주신 분들과 함께 해준 팀원들 덕분에 카페 그래서의 운영은 저에게 있어서 ‘쉼’의 과정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내일이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던 시기를 지나, 미래를 기대해보게 되기까지는 ‘카페 그래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2편, 릴리의 이야기]
새로움과 즐거움의 연속이었던 20대 초반의 짜릿한 시기를 지나 대학교 4학년이 되자, 잠잠해진 일상의 편안함과 더불어 불안함이 함께 몰려왔습니다. 이 와중에도 새로움을 찾아다니며 방황하던 찰나 랑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영문을 알지도 못한 채 해일과의 첫 만남을 가졌고, 이렇게 저희 카페 그래서의 ‘느린 별’이 만들어졌습니다. 카페에서 일한 경험은 있지만,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알지 못했던 저는 느린별 팀 멤버 해일, 랑의 도움으로 조금씩 알아가며 배웠습니다.
막연히 카페 창업에 대한 상상과 기대만 가지고 시작했던 카페 그래서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혼자 뒤처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가 야속하기도 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며 판돌님들과 이야기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며,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 혹은 남들과 같은 속도에 맞춰 미친 듯이 나아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다른 청소년들 또한 뒤쳐진다는 생각에 불안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하찮다 생각하는 일이더라도 나를 편안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무언가를 하며 느리게 흘러가는 삶을 즐기는 것 또한 그 나름대로 성공한 삶이라고 모두에게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3편, 해일의 이야기]
어느 날 우연히 카페 그래서 모집 공고를 보게 된 것도, 그리고 죽이 잘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한 팀을 이루게 된 것도, 결국 운영팀으로 선정되어 카페를 맡게 된 것도 모두 엄청난 행운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행운이 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저희 세 명 모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학업과 병행하며 카페 비품을 준비하고, 운영 규칙을 정하고,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것이 가끔은 힘들기도 하지만, 저희 카페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 분들이 이따금씩 들려주시는 칭찬 한 마디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빠듯한 현실 속에서 우리 각자의 여유를 찾고자 시작하게 된 카페가 어느새 저희와 함께 성장하고 처음보다 많이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늘 우스갯소리로 우리의 진짜 컨셉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열정적으로’가 아닐까 말하지만, 카페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어지러운 사적인 삶에서 벗어나 오로지 카페만을 생각하며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운영 기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상투적이지만, 카페 그래서가 아니었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경험들을 겪게 되었고 이 모든 추억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글_ 랑이, 릴리, 해일(카페그래서 2019 상반기 운영 팀 '느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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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그래서는 하자 본관 1층에 위치한 카페 공간입니다. 카페그래서 프로젝트는 연 3~4회 17~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카페그래서 운영 청소년 파트너 공모’를 진행하고, 선정된 팀에게 카페그래서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선정 팀은 60일 동안 주제가 있는 카페를 운영하며 주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