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하자 학습생태계팀 거품이라고 합니다. 학습생태계팀은 청소년들이 세대 내, 세대 간 서로의 관계 속에서 배우며 성장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습생태계팀의 대표사업이라 할 수 있는 <10대 연구소>는 8개월간 10대의 입장에서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파헤쳐 나갑니다. 이 연구 과정에서 10대 연구원들은 세상을 읽고 쓰고 말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는 연구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10대들이 감각하고 경험하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습니다. <10대 연구소> 연구원들은 교과서나 참고서를 통해 일방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가 말한 ‘경험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배움과 성장을 도모해 나갑니다.
작년부터 학습생태계팀은 하자를 알리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말로는 ‘홍보’입니다. 하자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을 잘 정리해서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SNS 그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대외적으로 공유하는 일이지요. 온라인 공간에서 하자에 대해 궁금해하고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하자를 소개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하자가 설립 이전부터 지금까지 매우 중요하게 여겨 온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 한 청소년으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대안학교에 다닌다’라고 말하면 ‘대안’이라는 이름명의 학교, 즉 ‘대안 학교’가 고유 명사인 줄 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하자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하자는 지난 20년 간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적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소개글이 이분들에게는 어떻게 전달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예전처럼 ‘대안’을 찾는 이들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운운하지 않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였을까요? 주변에서 ‘하자에 한 번 가봐라’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대체 하자가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대안 교육’, ‘사회적 기업’, ‘창의적 공공지대’, ‘지속가능한 사회’, ‘마을 의례’, ‘자공공-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 ‘우정과 환대’, ‘조한’ 등 ‘하자’의 연관 검색어가 어렵고 낯설다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자가 하고 있는 일들이 더 이상 기존에 하자를 설명해주던 단어들로는 이해와 공감을 얻기 힘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자를 모르는 사람에게 하자를 설명하기
아마도 매월 한 번씩 하자 소식을 받아보고 계신 뉴스레터 구독자라면, 하자에 대한 호기심, 연결감 혹은 애정 어린 마음이 있는 분들일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20년간 하자는 대안 교육을 지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 성장해 왔습니다. 2019년 하자는 ‘대안 교육’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과 부모, 교사를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하자를 알게 되고 경험한 청소년들은 하자에 있다 보면 하자가 안전하다고 느끼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하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곳이 주변에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시공간이 청소년들 주변에 많아지려면 하자는 무엇을 해나가야 할까요? 하자가 존재하는지도 몰랐고, 하자를 생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하자를 대체 어떻게 설명해내야 할까요?
솔직히 하자를 알리는 일이 어려워진 것은 낯설어진 연관 검색어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자를 알게 되고 정보를 접하는 미디어 환경이 기술 발전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중이지요.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하자가 소개되어도 그 정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요즘 유튜브 세대는 국민 MC 유재석이 누군지 모른다고 합니다. 공중파와 일간지와 같은 전통 매스미디어의 정보 전달의 힘이 줄어든 대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셜미디어가 정보 공유의 힘을 발휘하며 확장하고 있지요. 하자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언어와 기술을 학습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하자는 ‘브랜딩branding’을 새롭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자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확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을 열다
“Stay Weird, Stay Different”
“누구나 존재감을 갖게 되는 곳”
“다양한 삶의 경로를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하자는 알록달록해요! - 노노단 어린이의 말”
“삶에 대해 듣고 말하고 읽고 쓰다: 삶 리터러시”
“이렇게 살아도 됩니다. 저렇게 살아도 되고요: 나답게 다른 이와 함께 살기”
“이곳에 있으면 무엇이 화려하고 과장되고 오만한 것인지, 무엇이 즐거우면서 신선하며, 창조적인지 분명하게 알게 된다. - 헤르만 헤세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중에서”
지난 4월 4일 목요일, 하자 판돌들은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서 브랜딩 전문가와 함께 ‘하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판돌들이 생각하고 있는 하자의 가치와 미션, 차별점과 장점을 위 단락처럼 한 문장으로 표현도 해보고, 하자를 응원해 줄 미래의 부족은 어떤 이들일지 상상도 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와 언어를 찾아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미래세대라 불리는 청소년의 배움과 성장의 시공간이자 플랫폼으로서의 하자, 그리고 ‘스스로 돕고, 서로를 살리는, 새로운 공공성’이라는 하자의 가치와 미션을 실천하는 판돌들이 바로 하자의 ‘브랜드’이며, 하자를 보다 적확하게 정의하는 하나의 언어를 찾기보단 오히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언어와 몸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하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워크숍 중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유는 ‘하자’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함이긴 하지만, 단순히 ‘하자’의 방문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죽고 죽이는 ‘배틀 로얄’ 같은 입시 경쟁에 청소년들을 몰아세우지 않고, 성장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자와 같은 청소년을 위한 시공간이 청소년들의 삶에 당연한 일부가 되기를 희망하시나요? 판돌들이 하자를 소개한 ‘한 문장’ 중 여러분의 마음에 가닿은 문장이 하나라도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이 계신 그곳을 그 문장과 닮아지도록 만들어 보세요. 여러분이 계신 곳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은 아닐지라도 청소년들이 자라서도 하자와 비슷한 시공간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일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하자가 기대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과 연대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