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책방 책모임 “채식 한 권”을 소개합니다. “채식 한 권”은 작년 겨울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에 모여앉아, 비거니즘, 생태, 먹거리 민주주의 등에 관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를 마무리하고 <침묵의 봄>을 읽기 시작했어요. 비거니즘? 채식? 책모임? 이들은 어떤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4월13일 토요일, 좌측부터 꼬리,그루,자야,유나,칩코
Q. 책모임 <채식 한 권>을 왜 시작하게 되었나요?
꼬리: 저는 동물권 감수성을 키우면서 채식을 시작했지만, 채식 관련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었어요. 채식을 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 당연했어요. 많은 이유가 있을 필요 없이, 동물들이 이렇게 많이 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채식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은 그렇게 간단하게 행동으로 옮기지 않더라고요. 이런 사람들한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게 됐어요. 더 깊이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요.
자야: 저도 꼬리와 비슷한 이유에요. 1년간 비건으로 지내면서, 저 스스로 실천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다만 주위 사람들의 답답한 소리에..(웃음) 내가 대답을 하려면 논리적으로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고요.
유나 : 저는 학교 채식 동아리에서 독서세미나를 하고 있어요. 통쥐가 또 다른 책모임을 한다길래, 한 번 놀러가는 마음으로 왔었어요. 그런데 와보니 배울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제가 기존에 만나던 사람들과는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었어요. 좋은 얘기도 많아서 쭉 나오게 됐어요. 저는 논비건들을 반박하기 위함은 부수적이었고, 저 스스로 공부하는 계기가 된 게 컸어요.
Q. <채식 한 권>에 참여하며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꼬리: 저는 한국에 비건이 너무 없으니까, 고립되는 경험이 많았어요. 논비건들과 대화를 하는 게 외롭고 힘에 부쳤어요. 그런데 <채식 한 권>에 와서 서로를 확인하는 경험을 했어요. 우리의 존재가 있고, 조금씩 늘어나고, 사회도 조금씩 반응하고. 돈 벌려고 비건 사업하는 사람도 생기듯이(웃음).
그루: 저는 미성년자이다 보니 부모님과 함께 살아요. 부모님은 페스코만으로도 너무 놀라셨었어요. 언젠가 나도 비건이 될 거라고 하니 ‘그렇게까지?’라고 생각을 하셨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채식 한 권>에 들어온 게 부모님에 대한 일종의 시위였어요. 책을 읽고 부모님께 직접 권하기도 해요. 부모님도 실제로 채식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넓어지셨어요. 저도 많이 배우면서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그게 좋아요.
자야: 가지가 뻗어 나가듯이, 제가 바란 게 딱 이거예요. 하자에 채식책모임이나 요리모임이 생겨서 논비건들도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되는 효과를 기대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산하가 하자센터 다닐 때는 산하도 채식을 하고, 채식하는 죽돌들도 몇몇 있었대요. 그런데 이런 모임이 없다보니 뿔뿔이 흩어지는 거예요. 하자에 채식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그 사람들이 다 제대로 못 먹고, 주변에서 ‘너 대단하다~’, ‘너 이거 못 먹어서 어떡해’ 이런 말 듣고 있는 게 마음이 아팠죠. 지금은 그래도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게 좋아요.
유나: 저는 하자센터라는 공간을 알게 된 게 좋았어요. 대안학교를 가까이서 본 것도 처음이에요. 이렇게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걸 보면서, 여러모로 시야가 넓어졌어요. ‘비건들이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었어요. 또, <채식 한 권>에서 공부를 하고 <채식 한 접시>에 가서 요리까지 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 함께 요리하는 게 정말 건강한 시간인 것 같아요. 저는 요리도 잘 안하고 해도 건강하게 안 하니까, 다른 분들게 많이 배워요.
칩코: 저는 너무 ‘착한’ 비건이었어요. 흉폭해져야 하는데(웃음). 비건을 하다보니까 인간관계가 열악해져서 한동안은 그냥 타협하며 살았어요. 설득할 힘도 없고, ‘너는 너 나는 나’하면서 살았죠. 그런데 <채식 한 권>에서 하자센터 내 카페에 두유 옵션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하는 편지를 보내는 거예요. 함께 간 ‘비건캠프’에서도 놀랐어요. 비건을 지향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말을 해주니까. 지금은 저도 더 전투력(?)을 높이려고 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걸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채식 한 권>에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유나: 저는 저희의 활동들을 더 잘 기록해두면 좋겠어요. 또 전투력을 단체로 발휘하면 좋겠어요(웃음). 하자 내에서도, 밖에서도. 비거니즘이 당연해질 수 있게.
자야: 하자 내에 제2의 <채식 한 권>, 제3의 <채식 한 권>이 생기면 좋겠어요. 공부 아니고 그냥 수다떠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요.
그루: 저는 책모임이 아침이라 너무 힘들 것 같았는데, 너무 재밌으니까 자꾸 와요(웃음). 저는 사람들이 우리 모임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면 좋겠어요. 이 모임이 왜 만들어졌는지, 왜 채식이 중요한지 알아주면 좋겠어요. 자야 말처럼, 또 다른 채식 책모임들이 많아지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