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채식 한 접시'에서는 냉이파스타와 양배추된장국, 샐러드를 다 같이 만들어 먹었다. 처음에는 4명 정도 인원으로 시작한 채식 한 접시가 어느새 공유카페 부엌을 꽉 채울 정도로 사람이 늘었다. 재료도 처음에는 시중의 재료를 구입했다면 지금은 언니네텃밭에서 농부들이 농사지은 작물을 직접 보내주는 제철꾸러미를 받아서 요리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늘어서 요리하는 시간도 확 줄어들었고, 이제는 남는 손도 생겼다. 그래서 이번 채식한 접시에는 3가지 메뉴를 하는 만큼 세 팀으로 나눠서 요리를 하게 됐다. 나랑 유나, 해온이 함께 냉이파스타를 만들었다. 나는 혼자 지내는 만큼 혼자 요리하는 게 익숙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요리하는 일이 채식한 접시 때가 아니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번에 같이 하면서도 나 혼자 요리할 때처럼 너무 내 마음대로 해버린 것 같아 같이 한 사람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들었고, 실수도 했다. 어차피 바로 소스로 만들테니까 냉이페스토를 만들며 토마토도 같이 갈아버리고, 페스토 간을 지나치게 짜게 해버렸다. 그렇지만 완성된 맛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서 천만 다행이었다.(이게 내 착각이 아니면 좋겠다.)
채식 한 접시를 할 때 마다 항상 기분이 좋다. 비건을 하고 혼자 서울에 올라와 지내며 스스로에게 '나는 먹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질문을 계속했다. 동물성식품이 함유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건 당연했고, 장을 볼 때도 시중마트를 이용하기 보다는 한살림이나 생협을 가야했다. 뭘 먹을지 생각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음식을 먹는 그 모든 과정에서 왜 이렇게 까지 하나 자문하며 지쳤던 것 같다. 공유카페 부엌에서 이렇게 비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같이 요리를 한다는 게, 단순한 채식 요리를 만들어먹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재료가 어떤 농부가 만들었고,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요리하는지 그 모든 과정들을 알고 다 같이 먹는다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혼자서 요리해 먹을 때는 나를 외롭게 만들었던 것들이 다 같이 모임으로서 기분 좋은 시간이 되고, 힘이 된다는 게 참 신기하다. 왜 다같이 요리를 해 먹으면 혼자 먹을 때 보다 더욱더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 공유카페에 적혀있는 혼자 못사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 나구나 늘 실감한다.
채식 한 권에서 반다나 시바가 쓴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를 책을 지난주에 다 읽었다. 책을 마무리하며 책의 마지막 파트에 나온 '우리 자신이 곧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변화가 되도록 하자' 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는데, 나는 채식 한 접시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이 모여 같이 요리하고 함께 먹는 게 우리들이 곧 우리가 되고 싶어 하는 변화가 되는 중이 아닐까 생각했다. 너무 큰 의미 부여일까? 아무튼 이렇게 지난 채식 한 접시도 다 같이 요리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 글_ 산하(채식 한 접시 멤버)
3월 말쯤 하자 옥상에 감자를 심었다. 아직 감자는 기지개를 펼 생각도 않는다. 빨리 감자를 먹고 싶다고 보채도 소용없다. 감자는 더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고,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날이 따뜻해질 때마다 감자를 생각하는 일밖엔. 자연은 늘 이런 식이다. 아쉬운 쪽이 기다려야한다. 겨울에 가지를 달라고 조를 수도 없다. 그냥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아쉬운 게 없다. 겨울에도 플라스틱 랩으로 예쁘게 포장된 가지를 먹을 수 있다. 달라는 대로 먹을 수 있다. 이러니 자연이 우릴 괘씸해하는 거다.
'채식 한 접시'는 3월부터 ‘언니네 텃밭’의 제철꾸러미를 받는다. 여성농민들이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격주마다 한 꾸러미씩 보내주시는 것이다. ‘오이는 빼고, 단호박만 주세요’ 하기도 번거롭다. 난생 처음 보는 들풀이 와도, 몇 주 씩 같은 채소가 와도, 그냥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그게 철마다 다른 얼굴의 텃밭이 우리에게 허락한 음식이니까. 덕분에 채식 한 접시는 메뉴를 정하기가 아주 수월하다. 그저 보내주신 채소를 잘 조합해서, 이번엔 이걸 국에 넣고, 저건 밥에 넣어 먹자, 정할 뿐이다. 자연의 속도에 맞추는 법만 배우면 된다.
이번 꾸러미에는 두부, 콩나물, 버섯장아찌, 당근, 근대, 열무, 고추부각, 식혜가 왔다. 두부는 삶아서 볶은 김치와 먹고, 콩나물과 당근으로 볶음밥을 만든다. 근대와 열무는 섞어서 된장국으로. 거인이 공원에서 따온 진달래가 깜짝 손님으로 왔다.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화전도 부치니 식탁이 꼭 봄텃밭 같다. 아! 봄이 왔네. 자연이 주는 밥상을 감사히 받는 사람들, 이들과 오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배를 채우는 주말의 오후. 새로운 사람이 오고 가고, 새로운 풀들이 오고 가고. 흙과 공기의 온도, 비와 햇빛의 양에 따라 늘 달라지는 채식 한 접시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