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9일 목요일, 여느 목요일 오후처럼 마을책방에는 책모임 “조용한 혁명”에 참여하기 위한 하자센터의 죽돌들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이날엔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안부를 묻는 인사들이 오고 갔는데요. 지난 한 해를 정리하는 회고 모임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명 “조용한 혁명의 시간” 이었습니다.
회고 모임은 조용한 혁명이 함께 지은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돌아가며 자신의 2018년의 한 문장, 한 구절, 혹은 한 시를 낭송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였지요. 매주 모여 책의 밑줄과 시를 함께 읽던 “조용한 혁명”에게는 가장 익숙하게 안부를 주고받는 방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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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간 책모임 “조용한 혁명”에서는 어떤 책들을 읽었을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하나씩 골라 그때 작성하였던 리뷰를 읽어보며, 한 해 동안 자신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찬찬히 돌이켜 보았습니다.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것, 고민하게 된 것, 그때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공감과 위로의 이야기들까지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순서로는, 2019년의 혁명가에게 쓰는 편지가 있었습니다. 책모임에서 만나 다정한 이야기와 배움, 작당을 도모하는 힘을 주고받는 동료가 된 서로에게 보내는 축복이자 책 추천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회고 모임을 준비하며 조용한 혁명이 당일의 참가자 모두에게 쓴 편지글로 “조용한 혁명의 시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내년에도 마을 책방에서 도란도란 모여 앉아 따뜻한 차 한 잔과 이야기를 나누는, 다정한 시간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조용한 혁명이 쓴 편지를 하자마을 주민 모두에게 보냅니다.
조용한 혁명가들에게.
모두 안녕하세요. 한 해 동안 잘 지내셨나요?
어느덧 십일월과 함께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갑니다. 다들 어떤 일 년을 보내셨나요?
매주 목요일 네 시부터 여섯 시. 우리는 이곳 마을책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익숙한 공간과 따듯한 분위기, 다정한 혁명가들 사이에서 가슴 깊숙이 차오르는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일주일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용한 혁명에서 한 발짝 나서면 세상은 거센 물살처럼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물살을 혼자 견디다가 대피소를 찾는 나그네가 되어 마을 책방에 모였습니다. 혹시 잠자는 해달의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해달은 자기 전에 서로의 손을 꽉 붙잡고 잠에 든다고 합니다. 옆 동료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날 상대방의 안부를 물을 수 있도록, 동료가 떠내려간 뒤 외로워하지 않도록. 조용한 혁명 속에서 우리는 붙잡은 다른 이의 손이 얼마나 따듯한지 느꼈습니다. 거센 세상의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우리 내년에도 그 후에도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잘 살아봐요.
같이 아프고 분노하고 기뻐하고 근황을 나누며 서로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보아요.
조용한 혁명은 계속, 계속 바뀔 테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여전히 조용한 혁명을 이루어가며 맞잡은 손의 온기를 기억할테지요. 조용한 혁명가들을 기억하며 오랜 시간 함께 겨울을 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