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에서는 한 여름 무더위와 흙과 물,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자연으로 길러낸 농작물을 가지고 한해살이를 보낼 김장을 하였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오랜 시간의 흐름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김장은 시작하였답니다. 각 집에서, 마을에서 함께 김장을 하는 이 행위가 어쩌면 길고 추운 겨울을 맞이하면서 곧 올 새로운 한해를 잘 맞이하고자 하는 기원의 마음을 담아 각자가 서로를 돌보는 의미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한 마음을 모아,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을 무사히 잘 이겨낸 농작물들을 수확하여 김장을 진행하였습니다. 하자에서 키워낸 것 뿐 아니라 해남과 횡성 등지에서 농부님들이 정성으로 길러낸 고춧가루와 배추가 보조를 해주었습니다. 그간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가 하자 내에서 나눴다면 올해 김장잔치에는 김치 일부를 가까운 이웃인 영등포 쪽방촌 각 집마다 나누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 더욱 풍성하게 진행하였습니다.
하하(로드스꼴라 농사 교사)의 안내로 김장을 할 때 어떠한 재료가 들어가며,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지. 우리가 가볍게 먹는 김치 하나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이해하며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걸 새로운 감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서툰 칼질을 하고 무거운 배추를 이리저리 옮기고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첫날을 보내고 두 번째 날 아침. 모두가 둥글게 모여 인사하고 준비하며 김치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삼삼오오 둥글게 모여 김치를 버무리면서 올 한해를 돌아보고 함께 나눌 주위를 생각하며 고된 작업이지만 유쾌하게 다함께 하였습니다.
김장이 마무리 될 무렵, 이틀 간 고생한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고 하자의 곳곳에서 힘써주고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해 아침부터 살림집 앞에서 불을 때우며 끓인 된장국과 잘 삶은 수육, 그리고 신선한 굴과 함께 준비한 김치를 나누는 모두의 밥상으로 김장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자에서는 시농제에서 김장잔치에 이르는 올 해 또 한해살이를 해내며 곧 올 새로운 한해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