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자는 예술인복지재단이 주관하는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이하 예술인사업)에 지원해 예술인과의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하자센터와 매칭이 된 4인의 예술인(띠용, 채, 지나, 구리)과 1인의 퍼실리테이터(11, 십일)는 6개월-8개월의 기간 동안 하자를 오가며 하자마을에서 예술을 매개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띠용의 <부르는 일기>, 11의 <피아노 하자>, 채의 <시월목소리>, 지나의 <소리로 보기>, 구리의 <숨어서 소리내는 작은 기계들> 이렇게 5가지의 최종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예술인사업이 종료된 11월의 어느 날, 예술인사업을 담당했던 흐른, 퍼실리테이터 11, 예술인 프로그램 최다 참여자인 나무, 예술인사업 최대 조력자 센이 모여서 그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하자에서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첫 만남
11: 10대 연구소가 워크숍 하는 걸 뒤에서 참관을 한 후에 40분 정도 같이 대화를 나눴는데, 참관할 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진보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사회적인 문제나 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편은 아닌데 청소년들이 그런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는 걸 보고 신선했고요. 이후에 저 포함해서 예술가 3명이랑 같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예술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본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예술도 다른 이슈, 사회적 문제들과 동등한 그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센: 제가 스튜디오 301 관리를 4월부터 시작했어요. 스튜디오 301에서 혼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기에 막막한 감이 있었는데 예술인들은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으니까 같이 해볼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뵙게 됐어요. 작년에 예술인들을 봤을 때는 약간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살갑게 반겨주셔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하자에서 예술하자
나무: 예술인이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건 직접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소중했던 것 같아요. 미술관 같은 데를 가면 제가 보는 것 이상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부르는 일기>도 그렇고 제가 직접 목소리를 내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즐거웠어요. 11이 했던 <피아노하자>도 피아노 뚜껑을 열어서 소리가 나는 구조를 봤는데 그런 작업은 어디서도 못 하는 경험일 것 같아요. 마이크로 녹음도 해서 직접 들어보고 전체적으로 신선했던 것 같아요.
센: 예술이라고 하면 접근하기 어려운 게 없지 않거든요. 근데 워낙 예술인들이 참가자들이랑 융화가 잘 되다보니까 단순히 하자에 예술인들이 왔다는 게 아니라 하자 마을 주민 중에 예술하는 분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기획안을 읽어보면서 ‘이런 게 예술이구나’ 하면서 어렴풋이 감을 잡았던 것도 있고요. 튜토리얼 예술 같은 느낌이랄까.
11: 그런 것 같아요. 직업으로서 예술을 하는 분들의 경우에 대부분 예술계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거든요. 예술인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하자에 와서 워크숍을 하면서 청소년들을 예술작업의 관객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같이 뭔가를 하는, 작업이면서도 완전 닫힌 작업은 아니고 워크숍이면서도 완전 교육 워크숍은 아닌, 그런 선을 잘 잡는데 난이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예술가분들도 여러 가지로 느낀 게 많았어요.
하자와 예술인은 어떻게 만날까
나무: 조용한 혁명 같은 경우에는 하자 내에 책을 쓴 사람이 있으니까 저자와의 대화를 한다거나. 사진모임에서도 사진작가를 모셔 와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레슨을 간단히 받아보자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저는 소모임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같이 할 수 있다면 큰 배움의 기회도 될 것이고 이야기하면서 얻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센: 저희 301 스튜디오는 프로그램을 단순 기획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거든요. 단지 예술인이 아니라 이걸 함께 하는 사람으로서 여기에 참여해주셔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워낙 재미있는 분들이 많으시니까
아쉬움
나무: 기간이 짧았던 게 아쉬워요. ‘시월목소리’란 제목으로 퍼포먼스를 했는데 시월 중 딱 하루로만 끝났잖아요. 구월목소리가 있어도 좋았을 것 같고. 딱 한번으로 끝나기보다는 이어졌으면 좀 더 거기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을 것 같고.
센: 내년에도 같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리고 좀 더 길었으면. 뭔가 교생선생님 떠나보내는 기분이에요.
예술의 의미
나무: 함께 한다는 것, 예술이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걸 통해서 같이 교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예술이 연결고리가 되는. 예를 들어 부르는 일기의 경우에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자기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이 같이 있었고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제가 만든 곡도 어떤 친구를 위한 곡이었거든요. 그런 연결고리가 있었던 게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개인의 고뇌 이런 느낌이잖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혼자 하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왔던 것 같은데 올해 이걸 하면서 같이 하는 예술도 즐거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센: 저는 음악하시는 분들과 가끔 얘기할 때는 있지만 순수예술 쪽 하는 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그랬는데 그 분들이 하는 워크숍이나 그 분들이 쓴 글을 보고 예술이 하나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느낌에 대해서 감을 잡는 것 같아요. 나무가 말했듯이 메시지나 본질에 대해서 워크숍이나 전시와 같은 걸로 다 같이 공유함으로써 사람이 그 메시지를 통해 연결되는 느낌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11: 그 과정을 같이 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아닐까요. 예술가가 작업을 어디서 만들어 와서 딱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참여로 그 시간이 만들어진 거니까 1/n씩 작업에 기여한 거라고 생각해요.
흐른: 올해 하자에서 예술인사업의 의미를 시월목소리에 참여했던 분이 한 말에서 느꼈어요. 이렇게 “깊은 예술”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신선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하자에 예술 쪽 일을 하는 판돌도 많고 예술 관련된 프로그램도 있지만 예술의 유용성이 청소년 진로와 관련해서 의미가 없으면 하자에서 진행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거든요. 근데 예술의 유용성이라는 건 언어로 설명되기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소위 ‘깊은 예술’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예술인사업을 통해 그게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당장 청소년의 미래와 진로에 유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청소년에게 의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