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라는 말은 쉽게 우리를 압도한다. 느낌은 때로 실체를 가장 잘 드러낸다. 청소년은 지식의 수용자일 수는 있어도 생산자일 수는 없을 것만 같은 강력한 느낌적인 느낌. 그것은 정확한 이유를 대기도 전에 당연한 전제로 떠오른다. 지식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분배되는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어져 왔기 때문이다. 10대 연구소는 이와 같은 믿음에 대해 도전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구의 지식인가? 무엇이 지식이 되는가’는 오랫동안 경계에 선 사람들의 질문이었다.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머릿속에 어떤 정보가 입력되었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식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그것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통제한다. 서양이 동양에 대한 지식을 구성하고, 남성이 여성에 대한 지식을 구성했듯이, 청소년에 대한 지식은 청소년 당사자로부터 분리되어 왔다. 청소년은 비청소년들의 사회에 나타난 ‘문제’로 정의되고 연구 ‘대상’으로 남았다.
2018. 9. 8 10대연구소 중간 발표회 <필드에서 막 돌아왔습니다!>
10대 연구소의 청소년 연구원들은 연구 당하는 10대가 아닌 연구 하는 10대가 되고자 올해 3월부터 연구의 여정을 시작했다. 말하는 주체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지식 생산자로서 10대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교육사회학자인 버드 홀은 당사자 참여형 연구가 해답을 내는 연구자와 연구 당하는 대상 간의 간극을 무너뜨리고, 당사자에게 지식의 권한과 정당성을, 그리고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힘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한다. 당사자 참여형 연구는 연구자와 연구대상의 권력 위계와 분리를 넘어서는 대안적 지식생산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청소년에 대한 더 타당하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지식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10대연구소의 1년을 보냈다. 청소년 연구원들은 지금 2018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청소년의 삶은 어떤 위치인지, 어떤 의미인지를 동료 청소년들과 함께 탐색하고 의미화 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더 이상 이 사회에서 고통을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자기착취를 하게 되는 청소년들의 고통에 대해, “살아남기 위해 입을 닫은” 10대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해, 그리고 당사자들만 아는 일상적 학교폭력인 교실 내 서열에 대해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인터뷰로, 관찰로, 설문으로 탐구했다.
오는 12월 15일 6시에는 2018년을 살고 있는 오늘의 청소년에 대한 당사자들의 지식을 최종발표회를 통해 나눌 예정이다. 연구의 결과를 나누고 대화하는 자리는 지식을 구성하는 주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청자로 위치한다’는 어쩌면 비청소년이 청소년에게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지의 한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질문은 언제나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