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우리는 강화도 석모도로 기획여행을 다녀왔다. 이 여행은 우리에게 쉼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나의 진짜 ‘쉼’을 찾아보기 위해 기획한 것이었다. 요즘 청소년이나 어른들이나 다 자기 자신의 쉬는 방법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뭘 해도 쉰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 ‘쉼’이라고 느끼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석모도는 택시가 없고, 버스 배차시간도 평균 30분에서 1시간 정도인 곳이었다. 조용했다. 사람이 많이 없으니 쉬기 딱 좋다고 생각했다.
여행 내내 흙길을 맘껏 걸을 수 있는 게 가장 좋았다. 아스팔트와 벽돌의 딱딱한 길들보다 흙길의 푹신푹신함이 좋았다. 매끄럽게 포장돼서 바닥을 보지 않고 걸어도 되는 길보다 울퉁불퉁 돌들이 나뒹굴고 풀들이 자라 있어서 신경 써서 걸어야 하는 게 좋았다.
온천에 낙조가 아름답다 해서 보러 갔는데, 나는 그 반대편 달이 뜨고 있는 하늘이 더 예뻤다. 몽환적이고 그림 같았다. 보랏빛하늘에 분홍빛 구름, 환한 달. 내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절대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에 담았다. 그때의 그 마음과 기분을 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의외로 석모도 수목원은 별로였다. 나한테는 별로 볼 게 없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장소가 없었다. 풀이 마음대로 우거져 있고, 진짜 ‘자연이다’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다 인위적이었다. 사람도 많아서 가만히 앉아 쉴 수가 없었다. 이런 쉼은 나한텐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 여행을 하면서 내가 이제껏 ‘쉼’ 이라 정의내린 것이 바뀌었다. 나는 쉼은 혼자서 하고 싶은 대로 쉬고, 먹고, 노는 걸 진짜 쉼이라 생각했다. 사람을 만나서 함께 있는 것은 많이 피곤한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돗자리 피고 4명이 누워서 별을 보며 수다를 떠는데, ‘사람이 4명이나 함께 있는데도 되게 편안하고 피곤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꼭 혼자 쉬는게 아니더라도 같이 쉴 수 있나? 하는 질문이 생겼다.
여행이 끝난 후에는 좀 더 잘 놀게 됐다. 애들이랑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있을 수 있게 됐고, 여럿이서 같이 있어도 쉰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집에서 혼자 쉬는 건 여전히 좋은데, 요즘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도 좋다. ‘함께 있음’ 의 즐거움을 알아서 인 것 같다. 버스에서 머리카락이 휘날리던 것, 윷놀이 윷을 열심히 만들어놓고 한판 한 것. 둘째 날 너무 힘들어서 뻗은 것, 불막창 소스 씻어서 먹은 것. 새벽 산책할 때 지저귀던 새소리들, 새까만 하늘을 장식해주던 별들 등등.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 잔반처리반 같다 하면서도 즐거웠던 우리들 모습까지. 소소한 것들을 잊지 않고 다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 속 어딘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