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집(하자 본관 앞 에너지 자립하우스)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시작한 ‘살살하자’는 올해 뜨거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컨테이너로 제작한 살림집은 외부 온도와 맞먹는 온기를 품었고, 늦여름이 되어서야 그린 커튼이 무럭무럭 자라 살림집을 덮었습니다. 때문에 여름 동안에는 살림집에 머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살림집의 봄은 시끌시끌했던 것 같습니다. 거인의 제안으로 레아와 함께 살림집의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에너지 자립 하우스’라는 이름에 맞춰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들여놓고, 한 켠에는 붐비는 제 옷장에 쉴틈을 줄겸 ‘살림옷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카페 그냥 한 켠에 있던 옷장의 옷들과 저의 옷들을 놓았습니다. 간만에 살림집에 문을 여니 많은 이들이 오고갔습니다. 판돌들과 로드스꼴라의 길별들은 물론이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 들른 영등포의 주민도 있었고 하자를 지나가는 시민들도 왔습니다.
살림집의 에너지마켓과 살림옷장의 문을 여는 세레모니로, 먼저 작업장학교를 졸업하고 비전화공방에서 시간을 보내던 까르가 커리와 난을 구워 성년식에서 나누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기존의 공간에 새로운 일들이 계속 일어나니 살림집은 문전성시를 이룰 때도 있었습니다. 기온이 높아지고 더 이상 제 옷장에서 가져올 옷들이 없어질 즈음 살림집을 구매 목적으로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대신 우렁각시처럼 자꾸만 옷과 구두, 가방과 화장품을 한아름 가져다놓고 사라지는 이가 있었습니다. 연락처도 이름도 모르는 그 이는 두 세 번쯤 계속 왔습니다. 쓰던 화장품과 이제는 아무도 신지 않을 것 같은 구두, 알 수 없는 브로콜리 수프와 함께! 이쯤되니 난처한 마음과 함께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에게 이런 공간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이야기를 쓴다거나 본인이 직접 판매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나는 더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안쓰는 물건을 둘 공간이.
공급은 넘쳐나고 수요는 줄어들어 고민을 하다, 수요일마다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했습니다. 그간 쌓인 물건들을 모두 내놓고 균일가에 판매를 하기로!
내년의 살림집은 올해보다 더 많은 후기 청소년들이 사부작거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11월에 살림집에서 직조 워크숍을 시작으로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청소년들은 살림집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