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행복하신가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금 세상은 행복한 세상일까요? 이 질문에 행복하다고,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하실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하나 더 여쭤볼께요. 불행한 세상을 행복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답을 정해놓고 드리는 질문 같지만 실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청소년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 때 저는 ‘왜 이리 세상은 불행할까’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입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했던 학교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 이외의 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왜 교육은 이럴까, 우리가 진짜 원하는 교육은 이런 게 아닌데’라고 한숨을 내쉴때가 많았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교육 제도를 우리가 만들고 결정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나와 관련된 일을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그 민주주의는 교과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청소년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고, 보호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이 무척 답답했습니다. 뭔가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학교에는 학교 운영 전반과 관련된 내용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기구인 학교 운영위원회(학운위)가 있습니다.학운위에서 결정하는 여러가지 내용 중 대부분은 하루를 온전히 학교에서 보내야만 했던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을 결정했습니다. 당시에는 정작 우리의 생활을 결정하는 학운위에 학생을 대표하거나 학생의 의견을 전달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의아했습니다. 교육기본법에서는 학교 운영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운영기구에 참여할 수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청소년 헌장에 적혀있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뜻이 맞는 청소년들과 함께 모여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자고 목소리 냈습니다. 국회에 초중등교육법 제31조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 조항에 학생 대표 참여 내용을 넣도록 법 개정을 청원했습니다. 벌써 14년 전의 일이었고 당시에는 현실화 될 수 있을지 불투명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각 지자체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 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참여권이 보장되고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당시 이렇게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저를 두고 부모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열린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저를 더욱 사회참여 활동에 몰두하게 만들었습니다. 참정권은 다시 공직선거법에서 정하는 나이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국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쉽게 이야기하면 나와 관련된 일을 결정하는데 제 나이는 20이 넘었지만 여전히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없었습니다. 다시 바꿔야 했습니다. 수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선거나이낮추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단체,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18세선거권낮추기공동연대를 구성해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해 활동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4년 6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6월 민주항쟁 17주년 기념 대통령 오찬에 청소년을 대표해서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찬장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18세 선거권을 주장했습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자신과 관련된 일을 결정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자리에 계신 대통령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경청해주셨습니다. 오찬이 끝나고 대통령께서는 선거연령 인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셨습니다. 결국 정치권, 시민사회, 그리고 수 많은 청소년의 노력으로 1950년 6월 제정된 국회의원선거법에서 정한 만 20세였던 선거연령이 55년만에 2005년 8월 4일, 만 19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선거 연령이 낮춰지면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질 거라고, 행복한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거연령이 낮춰지는 게 곧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대표를 뽑거나 혹은 그 대표가 될 수 있는 선거권은 아주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그 권리가 참정권 그 전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한번 주위를 둘러볼까요? 나의 삶과 관련된 여러가지 일들은 오늘도, 지금도 계속 결정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결정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4~5년에 한번 있는 선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 삶과 관련된 일을 결정하는 그 과정에 우리가 항상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우리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하게 바뀔 수 있게 참여합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을 우리는 ‘시민’이라고 합니다. ‘시민’은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받고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시민’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우리 주변, 내가 발딛고 있는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참여 방법을 배워봅시다. 그리고 한번 실천해봅시다. 오래걸리더라도 우리의 참여는 아주 작게나마 변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우리 함께 ‘시민’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