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보고대회를 다녀와서 소수자, 차별, 여성, 페미니즘, 난민 등 여러 주체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난민에 관한 생각과 토론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난민하면 무슬림, IS(테러조직), 여성 혐오 등등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인종, 종교, 문화를 떠나서 한 명의 사람, 가정의 가장, 누군가의 아들로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할 이유도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볼 필요가 없지 않을까. 나 또한 국가가 나와 나의 가족을 보호해주지 않고 기본 생존도 보장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에 가서라도 살아남고 싶었을 것이고, 자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그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것이다. 더불어 가족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취업은 일순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그들을 취업난 속 경쟁자, 여성을 혐오하는 종교, 범죄를 일으키는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무엇이 그들을 혐오하고 배척하게 만드는 것일까. 실제 제주에 들어온 일부난민들은 고학력군임에도 일용직이나 생산직 같은 직군에 속해있다. 그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강국에 속하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일자리에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그마저도 언어와 소통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범죄는 존재한다. 그들로 인해 더해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예상하는 범죄라는 것도 사실은 확신할 수 없다. 우리의 불확실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을 다시 위험 속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것이, 과연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유 모를 두려움으로 그들을 다시 밀어낸다면 그들은 이 넓은 지구에 표류하며 목적지 없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행운을 가지고 태어났다. 세계라는 영역에서 최소한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나눠져야 할 책임을 없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 글_토마토(정민정, 청소년카페운영진)
2018 인종차별보고대회
“저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이 마을이 인종 다양성이 적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어요!” -영화 ‘서버비콘’ 중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꼽히는 서버비콘. “서버비콘은 아주 평화로운 마을이죠.” 백인 뿐인 이 마을에 어느 날 흑인 가족이 입주해 온다. 그러자 백인 중심의 안전한 삶을 지켜온 사람들은 흑인 가족에게 차별과 폭력을 행한다. 그들은 흑인 가족의 집에 불을 지르고, 차를 부수고, 그들에게 폭언을 퍼붓는데... 흑인 가족은 백인 주민들을 향해 “저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그들을 안심시켰지만 사실 백인 주민들이 말한 “(사람들이) 가장 살기 좋은”이라는 기준에서 '사람'이란 백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장면을 영화의 설정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혐오’의 감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래로, 대한민국은 제주 난민에 대한 혐오로 가득하다. 그들이 ‘제주 여성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느니, 그들을 강제 송환해야 한다는 등 난민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퍼트리는 한편, 그들의 안전과 정착을 보장하기는커녕 그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양상, 어디서 본 듯하다. 워마드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슷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워마드가 그렇게 행동하게 된 이유나 그들의 목적을 외면한 채, 그들의 자극적인 면만 공론화하며 그들을 매도한다. 무지에서 비롯되는 공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배제로 이어지는 혐오가 되어버린다. 누가 그들을, 우리를 그러한 존재로 만들었는가?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