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하자와 인연을 맺고 매년 5월 하와이 워크숍을 진행해 주신 알로나(Alona)께서 올해는 손자인 쿠포노(Kupono)와 함께 오디세이학교를 찾아주셨습니다.
*알로나(Alona Naomi Quartero) : 하와이 힐로 섬에서 1995년부터 하와이 전통과 의례를 통해 역사와 언어를 가르치며 환경과 문화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함. 빼앗긴 삶의 터전을 되찾고 하와이 고유문화와 언어를 되살리는 운동을 전개하고 평화와 공존을 실천해 온 교육자.
하와이 하면 아름다운 해변과 휴양지가 떠오르고 훌라와 챈트는 색다른 문화를 감상하는 공연 정도로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알로나, 쿠포노와의 워크숍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요?
Aloha Wau Ia Oe (I Love You)
알로하(Aloha)는 사랑을 의미하는 동시에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 하는 인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하와이 삶의 중심에는 사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안아주시며 이름에 담긴 의미를 묻고 기억해주신 첫 만남부터 알로나와 함께한 시간과 공간에는 어느 것 하나 정성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첫 워크숍에서 하와이 전통 의상을 죽돌들에게 입혀주시며 매듭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다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전통 의례에 필요한 의상, 악기, 장식 모두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전통에서도 사랑과 정성을 중시하는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 Hana Wale! (Just Do It!)
하와이에서 교육은 일일이 설명하고 답을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고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한 가지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질문과 문제의 해답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믿음입니다. 훌라와 챈트를 배우는 워크숍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훌라 동작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미리 설명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열심히 보고, 듣고, 따라하면서 몸으로 익히는 시간을 먼저 갖았습니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호기심, 질문, 이해, 의미는 뒤 따라 옵니다. ‘I Ku Mou Mou’를 때창하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선창하는 시간, ‘공동체 안의 모두가 리더이며, 그 순간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바로 리더다’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남았습니다.
* 훌라와 챈트는 개인의 정체성과 역사인 동시에 하와이언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전통과 역사이기도 합니다. 지식과 지혜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전달자이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I Ku Mou Mou : 지치거나 낙심할 때 때창을 하며 서로 응원하고 힘을 불어 넣는 챈트
O Wai Kou Inoa? (What Is Your Name?)
판돌과 죽돌 모두에게 하와이언 이름을 지어주시며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겼던 시간은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떤 이름에는 알로나와 함께한 추억이 담겨 있고, 어떤 이름에는 첫 만남에서 받았던 소중한 느낌이 담겨 있고, 어떤 이름에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에 담긴 사랑과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하와이의 영혼을 노래하는 가수 Islael Kamakawiwo’ole의 노래 ‘Hawaii 78’을 함께 감상하며 항쟁의 역사와 자연과 공존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폭력적인 합병에 의해 빼앗긴 삶의 터전을 되찾고, 자연을 파괴하는 핵실험과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하와이언 고유의 언어, 문화, 전통을 훼손하는 정책들에 저항하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제는 더 이상 휴양지 하와이가 아닌 공감과 연대를 이어가야할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죽돌들이 좀 더 주체적, 능동적으로 하와이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오디세이 교육과정 맥락 안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여 구성원들이 교육 활동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인문학 수업의 일부로 하와이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작업이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어떻게 진화한 형태로 알로나 하와이 워크숍의 의미를 찾아나갈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남았습니다.
A Halawai Hou Makou~~~ (Until We Meet Again~~~)
헤어질 때 하는 인사는 ‘굿바이’가 아닌 ‘다시 만날 때까지(A halawai hou makou)’라며 환하게 웃으며 떠나시는 알로나의 뒷모습에 아쉬움과 기대의 감정이 섞여있습니다. 오디세이 죽돌들이 마지막 날 알로나와 쿠포노에게 지어 준 순우리말 이름 ‘한빛’(세상을 이끄는 환한 빛)과 ‘가온길’(정직하고 바른 가운데 길)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셨습니다. 광주와 해남 여행에서 웃고 울며 함께한 시간들, 마지막 날 함께 불렀던 ‘E Huli Macou’, 알로나가 실천으로 보여주신 사랑, 평화, 공존, 연대의 메시지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