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시인은 1975년 등단하여 ‘또 하나의 문화’, ‘여성신문’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시인이자 페미니스트 그리고 민중운동가입니다. 억압받는 여성, 자본주의와 노동 등 사회적 글쓰기를 쉬지 않았던 고정희 시인을 기억하며 하자의 청소년들은 매년 6월, 고정희 시인의 생가와 묘가 있는 멀리 해남으로 여행을 다녀오곤 합니다. 올해에는 고정희 시인의 시를 담은 시화작품 20여 점을 서울에 두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정희 시인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고정희 시인을 기억하는 하자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앉아, 좋아하는 시를 낭송해보는 ‘Poetry Night:하자의 시인들’ 시간도 가져보았습니다.
Poetry Night:하자의 시인들 참가자
2018년 6월 29일 금요일 저녁,
하나, 둘, 시를 좋아하는 하자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전시되어있는 고정희 시인의 시를 찬찬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집에서 뒹구는 엽서도 가져와 시인의 시를 필사해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시는 직접 손으로 옮겨 적어 배지로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시를 잊은 사람이 많다고들 하지만,
하자마을 누군가의 책상 위에, 침대 맡에, 마음속에
시 한 편씩 품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하자에서도 세상의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낼 줄 아는,
시인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마을책방 책방지기 푸른
아래에는 Poetry Night:하자의 시인들 리뷰와 참가자 자작시를 나눕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바람부는 광장을 볼 수 없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어두운 골짜기를 볼 수 없다."
-‘외경읽기: 눈물샘에 관한 몇 가지 고백’ 중, 고정희
고정희 시인의 시 낭송회, ‘Poetry Night’에 갔다. "어제는 이 정도면 갈 것도 같다 싶다가도, 오늘은 나도 잘 모르겠다.. 모르겠다..” 싶다던 누구의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다. ‘네가 왜 안 괜찮냐’고 묻는 주변사람들 때문에 스스로도 ‘나는 왜 그럴까?’ 하고 자꾸 탓하게 된다는 누구의 말도 머리를 맴돈다.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을 자꾸 설명하느라 힘들지만 그래도 힘내야죠, 하는 누구에게 “그럴 땐 힘도 내야겠지만 이런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꾸준히 만나는 것도 중요해요”라고 말하는, 나도 놀랄만큼 지혜로운 말을 하던 내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고정희 시인이 지금껏 살아계셨더라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목소리도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