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의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기보다 SNS 화면을 통해 더 많이 대화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기 매달 한 번씩 모여 앉아 편지를 쓰는 이들도 있습니다. 혹, 당신은 최근에 편지를 썼던 기억이있나요?
우리는 이 일-편지를 쓰는 일-을 자원 활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말로 할 수 없던 것들을 글로 적어 보내는 일입니다.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것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진심을 글로 전하는 문화. 바로 손 편지 쓰기 캠페인 활동입니다. 매달 스무 명의 청소년들이 한 가지 정해진 주제로 편지를 쓰고, 직접 전달하거나 혹은 우편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어느 덧 4번째 모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지난 편지들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려 합니다.
# 3월, 봄을 맞이하는 편지
우리의 첫 모임은 3월 31일, 따뜻한 봄이 다가온 때에 4월의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편지를 쓸 대상에 대해 생각하고 전할 말들을 떠올려 늘어놓는 일들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라 여겼던 마음이 부끄럽게도, 펜을 쥐고 한참을 망설이다 한 줄 한 줄 고심하며 채워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성 들여 쓰여진 편지들이 모여 416 기억주간에 쇼케이스에서 전시되기도 하였습니다.
* 편지를 쓰기 전에는 굳어 있던 손과 마음을 풀어보는 준비운동도 합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집중해서 글을 쓰려면 꽤 높은 집중력과 말랑한 감성에 젖어 들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매 주제에 대해 환기할 수 있는 영상을 보거나, 몇 가지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며 경험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 4월, 편지로 주고받는 고마움
4월에는 주변의 관계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고 늘 곁에 있는 사람들, 가까운 관계에서 소홀했던 마음을 대신하여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들도 아주 많았습니다.
# 5월, 아픔에 공감하는 편지
5월에는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어려움, 외로움들 속에서 상처를 회복시킬 수 있는 치유와 희망을 담은 손편지를 주제로 모였습니다.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거나 소외 받고 있는 또래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을 담은 편지로서,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매 시간의 회고에서는 ‘오늘 함께 편지를 써 본 소감은 어땠나요? 이후에 편지를 쓰게 된다면 누구에게 보내고 싶은가요?’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 뒷이야기를 짧게 공유해 드립니다.
“편지를 써본 적은 친구 생일에 'Happy birthday!'라고 써 선물과 준 기억 밖에 없어서 이렇게 의자에 앉아 제대로 편지를 쓰는 것이 어렵지만 스스로에게 신기하기도 했다. 다음에 편지를 쓴다면 친해지고 싶은 친구나 오해를 풀고 싶은 친구에게 쓸 것이다.”
“오늘 편지를 쓰게 된 기분은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도 해보고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시간이었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나면 항상 관계가 좋아져요.”
# 6월, 한 해의 절반을 돌아-내다보는 편지
6월 손 편지 쓰는 날은 23일 토요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달은 ‘나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어느 덧 한 해의 절반을 보내고, 올해 계획한 바를 잘 이루어 냈을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 년을 되돌아보고 내다보는 반성과 다짐, 스스로에게 전하는 든든한 메시지를 남기고자 합니다. 앞으로 몇 번의 만남과 얼만큼의 편지가 쌓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세요.
:: 글_장수, 10대 청소년때부터 하자와 연을 맺기 시작하여 파니, PM, 동아리원, 크루 갖가지의 이름으로 하자를 오가는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