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의 문화, 사회적 흐름이 한국사회의 그것보다 10년 정도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마을만들기, 초고령화, 히키코모리, 청년실업 등 근 미래 한국사회에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될 사회 이슈들, 간간히 만나오던 일본 사람들로부터 듣거나 책이나 영화로부터 봐왔던 이슈들을 이번 국제교류 연수를 통해 드문드문 확인할 수 있었다.
때때로 일본의 다양한 기관에서 하자센터로 기관방문을 할 때마다 원탁에 둥그스름 앉아 일본의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듣고는 했는데, 청소년과 청년이슈에 대한 관점과 일본의 정책적 대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일본의 청소년센터에 대한 궁금증이 스믈스믈 자라나고 있을 때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2018년 5월 29일부터 6월 1일 3박 4일 동안 총 세 곳의 일본 청소년 기관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연수에 함께 했다. 이 글은 방문일정에 따라 각 센터가 소개한 내용, 질의응답을 통해 알게 된 내용, 그리고 투어를 하며 촬영한 사진을 중심으로 소개해 나가려고 한다.
가장 먼저 방문했던 기관은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였다. 청소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이 기구는 청소년 교육, 지도자 육성, 조사 연구, 유스호스텔 공간 운영까지 어떤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보다 다기능적인 일을 광범위하게 하고 있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선수들이 사용하던 숙소 장소를 리모델링하여 지금의 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 1970년-80년 일본은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학교 외의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의 청소년은 고교 진학률이 90%에 육박하던 시기였으므로 대부분의 청소년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일본의 청소년들 사이의 화두는 이지메, 학교폭력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의 역할은 크게 5가지라고 밝혔는데 첫째는 청소년들이 처해있는 환경을 조사하는 것, 두 번째로는 국가의 정책과제와 청소년 교육을 진행하는 것, 셋째는 청소년연수를 시행할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하는 것, 네 번째로 청소년 단체와 관계기관과의 협업하고 연대하는 것, 마지막은 민간단체가 실시하는 활동을 함께 조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 중 관심이 갔던 것은 첫 번째로 말했던 조사연구 사업이었다. 최근 청소년의 체험 활동에 대한 의식 조사가 실시되면서 자연체험이나 생활체험에 대한 조사가 전국단위로 실시되었는데, 자연체험이 풍부한 청소년일수록 지금의 내가 좋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 라는 ‘자기긍정감’의 경향성이 높게 나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청소년, 지금의 청소년은 어떻게 분류를 하는지 (예를 들어 밀레니얼 세대, Z세대와 같이), 히키코모리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나 활동은 없는지 등에 대한 질의가 있었지만 사실상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거나, 이러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아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시설의 규모가 워낙 크고 방대하여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유스호스텔로서 기능이 가장 두드러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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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기나미 아동청소년센터]
유스기나미 센터는 1994년 시작한 기관이다. 컨셉은 열린 장소, 중고생이 주역인 공간, 의견이 살아있고 질적으로 의미 있는 곳,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소라는 4가지 컨셉을 갖고 시작했다. 연간 52,000명의 인원이 이용하고 있으며 한 해 3억의 예산이 지원되고 이용 인원 중 중고생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단체로 등록하고 시설을 이용하는 팀은 276개이며 음악밴드가 다수를 차지할 만큼 스튜디오 시설이 매우 잘 갖춰져 있었다.
유스기나미 센터는 한국의 청소년수련관과 가장 비슷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고 갖춰진 시설로는 클라이밍을 비롯한 체육시설, 요리 스튜디오, 스튜디오, 공연장 등 청소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두며 지역과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일본 기관에서 재미있었던 지점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공간예약은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받지만 그 안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직접 보드 판에 기재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일하는 어른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을 늘린다든지. 편리함이 우선이 되기보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그에 맞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런 작은 단서들로 시작해서 결과적으로는 청소년들과의 관계 맺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스기나미는 이번 국제교류 방문 기관 중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무엇보다 센터나 국가에서 정한 프로그램이나 공간구성이 아닌 청소년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서 현실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조금은 거칠고 촌스럽더라도 청소년이 우선인 공간, 존중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안심안전’이라는 키워드였다. 안정감이 있어야 케어가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심리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결국 자립심까지 연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청소년 한 사람 한 사람을 신경 쓰고 케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활동을 하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속내를 이야기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청소년의 이야기를 듣는다, 의견을 듣는다’ 라는 말 속 내면에 들어있는 센터 직원의 노력과 고생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갈 때 일본의 청소년 정책 중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복지라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그 다음은 교육이라고 했다. 그리고 공무원이나 관의 평가는 청소년센터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도 이야기 했다. 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앞으로의 방향, 컨셉에 대한 질문에는 지역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중고생과 어른의 비율이 50:50으로 가는 것을 가장 크게 염두해 두고 있다고 했다. 양쪽으로 밸런스를 맞춰가려고 노력중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 밸런스를 맞추는 시기쯤, 다시 한 번 재방문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삼청동이라 불리는 키치조지 옆, 무사시노 시에 자리한 이곳은 14만 명의 인구, 복합 융합 공간이었다.
크게 4가지 기능을 하고 있었는데 도서관, NPO 시민활동, 평생학습, 청소년 지원으로 나뉘었다. 매일 6,000명 정도 인원이 방문하며 연간 90만 명이 방문하고 있었다. 2011년 7월에 개관을 했으며 청소년에게만 맞춰진 특화시설은 아니었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시 안에 400여개가 넘는 NPO단체가 있다 보니 마을만들기 일환으로 시민사회의 요구와 정책이 맞물려 도서관이 만들어 진 케이스였다. 그 중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이 가장 컸으며 층마다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 노년까지 세대가 어우러져 볼 수 있는 환경과 감수성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면서 청소년들이 자연스레 어른에게 배우고 어른도 청소년을 돌볼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무사시노 플레이스 관장이 기관소개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청소년들이 머물러야 한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규칙을 만들지도 않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정해진 것들을 만들지 않아도 스스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우선이지 않을까 하는. 그리고 동네의 분위기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것도 지금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간의 문화를 만든 것도 있다고 솔직히 답변했다.
무사시노 플레이스는 도서관이라는 기능이 크다보니 사진촬영과 견학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방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검열이 존재해 투어를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용자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편하게 작용되는 나름의 문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세 개의 기관을 다녀보면서 중앙기구로서의 관리나 학술연구에 포인트가 있는 곳, 단순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로서 존재하는 곳, 책이라는 큰 매개체를 통해 시민사회와 연결의 결과물로 남아 있는 곳. 각각의 색이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공간들이었다. 어떤 곳이 더 인상적이었다는 말보다 고유의 색과 다양성을 보유하고 디테일의 차이들이 조금씩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