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깔개 위엔 화관과 다짐의 글이 놓여 있고, 어느새 하자 사람들로 내부가 가득 채워졌다. 리허설을 위해 몇 시간 전부터 와있었지만 막상 내가 성년이 됨을 환영받고 다짐하는 식을 치르려니 살짝 긴장이 됐다. 박수소리와 함께 우리 성년자들은 준비된 자리에 빙 둘러앉았다. “같이 산다는 건 날 덜어내고 널 채우는 일~ 같이 산다는 건 내 우주 너의 우주 만나는 일~” 솔가와 이란의 노래로 성년식이 시작되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꿇어앉았던 자세를 슬며시 양반다리를 틀고 앉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식이 진행되었다. 멀리 덴마크에서 하자를 찾아온 손님들이 우리의 성년을 축하해주었고 하자의 오랜 주민인 조한이 주례를 맡아 이어갔다. 이름을 호명하면 대답하는 ‘문명’을 마친 후 성년자들을 각자 미리 써온 ‘성년자의 다짐’을 읽었다. 나는 이 시간이 좋았다. 다른 성년자들의 다짐을 듣는 것도 내게 도움이 되었고, 내 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 내어 읽는 것도 분명 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성년이 된다고 번갯불에 콩 굽듯 바로 달라지는 건 없다. 열아홉이나 스물이나 고작 한 살 차이로 어른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게 된다면, 사실 어른 됨은 그렇게 무겁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징하는 바는 있다. 스무 살의 패기나 청춘 같은 상투적인 표현을 제쳐두고 성년식만 해도 그렇다. 스무 살이기에 성년식을 한다. 이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내가 그간 잘 자라서 성장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받는 것이 참 포근하고 정다웠다. 하루하루 나는 커갈 것이고 매일 그 성장을 기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저 내가 어떤 나이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화관을 씌우고 술잔을 채워준다면 그 나이를 즐기는 데에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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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고마운 분들의 축사를 끝으로 성년식을 마쳤다. 잔치국수를 준비해주신 덕에 든든히 먹고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성년자의 다짐을 쓰면서 느꼈던 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지나간 나날을 되돌아보았다.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꺼내놓고 하나하나 쓰다듬어 주면서 네가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년자의 다짐에도 앞으로의 바람만 쓰지 않고 그 감정도 적었다. 청년들이 힘든 시대라고들 한다. 개국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지만 끝없는 경쟁 아래서 우리는 불행하다. 이젠 행복마저도 스펙이 돼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어떤 나이가 되었다는 이유로 축하받는 것이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필요하다. 미래와 비전뿐만 아니라 지난날의 아픔도 바라보는 시간도 절실하다. 이 땅의 스물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