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모라고 합니다. 하자센터 디자인공방을 운영하며, 청소년들과 함께 디자인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프로젝트매니저(P.M)들을 도와 서비스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지난 봄 서울혁신파크는 리빙랩(Living Lab)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공모했습니다. 하자센터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사회혁신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엄마들의 생활자전거 프로젝트를 기획했죠. 최종 선정 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프로젝트 엘로(ELLO)는 생활자전거를 통해 자전거생활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엄마들의 생활을 반영해 카고바이크를 제작하고, 이를 서울의 라이프스타일로 상상할 수 있게 브랜드와 서비스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Q. 이번 프로젝트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서비스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인가요?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을 뜻합니다. 상품개발 분야에서 사용자 경험을 반영하며 발전했고, 지금은 UX디자인, 디자인경영, 디자인씽킹 등 여러 분야에서 발현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공공영역에서도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시민의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Q. 생활자전거 프로젝트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서비스디자인을 넓게 해석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 만들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디자인에서 디자이너는 사용자와 관계 맺으며, 사용자의 필요를 발견하고 구체화하는 일을 하죠. 우리는 생활자전거를 통해 자전거생활을 이야기하고자 해요. 자전거생활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데, 이 관심과 참여를 이끌기 위한 서비스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그렇군요.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와 관계 맺는 일이군요.
서비스디자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그 의미와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그럼에도 핵심은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죠. 서비스디자인은 목적과 단계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돼요. 개발자가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해 조사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사용자가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죠. 전자는 상품개발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국민디자인단에서 사용하는 방법이에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해요. 우리는 시민들의 자전거생활이라는 큰 목표를 뒀고, 단기적으로는 생활형 카고바이크 제작과 제안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사용자를 관찰하고 사용자의 필요를 발견하는 용도로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했죠. 이를 바탕으로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제작자와 함께 해결점을 찾아갔습니다.
Q. 이야기하고 싶다는 자전거생활은 어떤 걸까요.
자전거생활에 가장 큰 장벽은 산업 중심의 도시 인프라입니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 인프라가 생활 중심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여요. 변화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자전거를 타는 것. 단순하지만 가장 혁신적인 행동이죠. 시민운동이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내듯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시민들이 도심 속 자전거생활을 기대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생활자전거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제안합니다. 시민들을 자전거생활로 초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엘로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일부죠.
Q. 엘로의 진행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먼저 PM들과 함께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익히고, 프로세스에 따라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방법론은 ‘공공서비스디자인 운영툴킷'과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튜토리얼’을 참고했습니다. 먼저 데스크리서치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현장관찰과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사용자의 필요를 발견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후에는 페르소나를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PM들은 개별 프로젝트를 기획해 진행했습니다.
Q. 진행하며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저는 PM들을 도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전반을 해석하고, 다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죠. 상황이 어려워지고 다음 방향을 풀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PM들도 어려워했죠. 한편 서로 의견이 달라 자주 충돌했습니다. 다툼은 없었지만 저마다 일을 풀어가는 속도와 방법이 달라서 오해가 생겼어요. 팀이 만들어지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갈등이지만, 팀을 이끌고 진행하는 역할에 있으니 모든게 어려웠죠.
Q. 수고 많으셨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역량은 부족한데 상황도 도와주지 않아 난감한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똑같은 상황에서도 차근히 풀어가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열악한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일을 조급함 없이 풀어나갔죠. 다들 힘들어하는 이유는 비슷했습니다. 결국 자기가 세운 목표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서였죠. 프로젝트를 끝내며 다들 아쉬움을 느껴요. 스스로 아쉬움이 남고 다른 사람에게는 서운함으로 남기도 하죠. 아쉬움 없이 프로젝트를 즐겼던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목표와 기대를 쫓은 사람뿐이었어요.
자기 역량에 맞게 일하는 감각은 모두에게 필요한 감각인데,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이런 고민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혁신 프로젝트 전체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사회혁신은 우리의 역량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문제인지, 해외사례가 맥락 없이 이식 되는 것은 아닌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긴박함에 쫓겨 문제를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이러한 점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Q. 끝으로 못다 한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리빙랩은 취지처럼 한국사회의 생활영역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미디어와 시장영역에는 성공사례들이 많지만, 아직 생활영역에는 채워가야 할 부분들이 많죠. 우리는 생활 환경의 주체인 주부들의 경험에 주목하고, 엄마들을 위한 자전거 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엄마들의 생활자전거 엘로는 생활형 카고바이크를 연구한 프로젝트이자, 나아가 도시 속 자전거생활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엘로를 통해 시작한 생활자전거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해 갈 예정이니,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