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호두과자? 유관순? 천안은 하늘 천(天) 편안할 안(安)자를 써서 천안이라고 불립니다. 하늘아래 가장 편안한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요. 천안은 남쪽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입니다. 삼국시대 당시 고구려 백제 신라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천안이 편안하면 한반도가 편안하다”하여 천안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동학농민운동, 기미만세운동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천안에서 주말로드스꼴라는 어떤 여행을 했을까요?
여행자 MAP 만들기 │ 여행 전 공부
4월 천안의 주제는 3.1운동과 유관순이었습니다. 유관순이 태어났던 당시의 상황과 그녀의 부모 이소제와 유중권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와 생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천안여행
여행 첫 날 이정은 선생님에게 기미년독립만세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혁명은 썩은 문짝을 차 엎는 것이다”라고 말하셨습니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 권력자들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1919년 조선총독부는 썩은 문짝이 아니었습니다. 교사들은 허리에 칼을 차고 강단에 올랐고 총을 든 순사들이 거리를 걸어 다녔습니다. 3.1운동은 강력한 탄압 속에서 터져 나온 조선 사람들의 운동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천안에는 열사의 거리가 있습니다. 천안의 인물들을 소개하는 비석이 거리 곳곳에 서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지켰던 김시민 장군, 조선의 코페르니쿠스 홍대용, 독립만세운동 유관순 모두 천안의 인물입니다. 그늘에 앉아 그들의 생애를 차근차근 읊어보았습니다. 떠별들이 직접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비석에 적히진 않았지만 유관순과 함께 3.1운동을 주도했던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유관순의 무덤에는 시신이 없습니다. 무덤에 시신이 없다니 무슨 일일까요? 서대문형무소에서 돌아가신 유관순은 이태원의 공동묘지에 묻히게 됩니다. 하지만 이태원 공동묘지를 군용기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 후 그녀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초혼묘가 조성되었습니다. 떠별들은 초혼묘에서 그녀를 어떻게 추모해야할까 고민했습니다. 지금 내가 사는 이 삶이 어쩌면 유관순이 가장 살고 싶었던 삶일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유관순을 기억한다는 건 자유와 정의와 평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정의롭게, 평화롭게 살기로 그녀에게 약속했습니다. 더불어 명량하게 살 것도 다짐했습니다.
유관순의 생가도 가보았습니다. 그녀가 밟았던 땅에 발을 포개보고 그녀가 앉았을 돌 위에 털썩 앉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맞았던 바람이 볼을 간질였고, 그녀가 쬐었을 햇볕이 피부에 닿았습니다. 그녀가 엎드려 독립선언서를 베끼던 그 마루도, 태극기를 그리던 방바닥도 여전히 그곳에 있었습니다. 생가에서 우리는 그녀와 눈을 마주했습니다. 한 사람의 숨결이 닿아있는 생가를 들여다보는 것. 여행에서 하는 공부의 묘미는 이런 것이지요.
천안여행 며칠 전 세월호 4주기가 있었습니다. 떠별들은 천안의 꽃집에서 꽃 한 송이씩을 사들고 모였습니다. 영국인 감독이 만든 <After the Sewol> 과 4.16프로젝트의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본 후에는 둥그렇게 놓인 촛불 뒤에 앉아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꺼내보았습니다. 가라앉는 생명들을 재빨리 구해내지 못했던 시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깊게 알고, 오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 떠별들은 기억의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습니다. 서른 명의 떠별들이 담담하게 불렀던 노래는 흐르고 흘러 천 개의 바람에게 전해졌겠지요.
<서울역을 국제역으로>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정착역은 천안아산역이었습니다. 레츠피스와 떠별들은 천안아산역 광장에서 퍼커션 공연과 서울역을 국제역으로 플래시몹을 했습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마지막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천안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습니다. 공연 전, 손을 한데로 모아 “비에도 지지 않고 레츠피스!”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 진행했던 공연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빗속에서 떠별들과 렛피들은 남북관계, 그리고 평화의 새 출발을 둥둥 널리 알렸습니다.
4월의 여행지 천안에서는 3.1운동과 유관순의 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가 독립을 외쳤던 나이는 지금의 떠별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4기의 떠별들도 유관순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역, 목포역, 천안역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마음을 담아 춤추고 노래하는 떠별들. 앞으로의 여행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