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의 오랜 이웃이자 오디세이 4기 채식밥상 길잡이 역할을 해주실 유이에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전합니다.
“건강하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디세이학교 : 고등학교 1학년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1년 동안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중점과정을 선택하여 깊이 배우며, 자기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는 기회를 얻는 서울시 교육청 주관의 고교자유학년제 교육과정입니다.
오디세이 4기 채식밥상, 2018. 4. 25
지난 4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디세이에서는 채식밥상 첫 시간을 가졌습니다. 채식밥상은 한 달에 한 번 다 같이 채소로만 밥상을 차려보는 시간입니다. 그날 우리는 앞으로 채식밥상을 함께 진행해주실 유이를 만나고, 채식밥상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유이가 차려주신 밥상을 함께 먹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함께 만들고 함께 차려 먹습니다.
오디세이 첫 여행지 금오도에서 따온 방풍나물로 만든 장아찌. 소금 한 꼬집 넣고 익힌 기장과 퀴노아, 그리고 셀러리와 사과. 토마토, 양파에 올리브유를 넣고 집간장과 레몬즙을 더한 타불레. 마늘쫑 떡볶이와 표고버섯, 우엉차, 다시마로 진한 맛을 낸 달걀 꽃 된장국, 영화 <코코>를 장식한 주황빛 꽃을 닮은 겹꽃삼입국화의 잎을 무친 나물까지. 소중하게 차려주신 밥상이었습니다.
채식밥상 요리들
하지만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처음 보는 식재료들과 더불어 고기 한 점 없는 밥상은 처음이었고, 심지어 겹꽃삼입국화 나물은 늘 뽑고 보는 ‘잡초’로 만들었다는 말을 들으니 새롭고 낯설었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랐던 점은 우리가 늘 뽑고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이름을 찾아보지도 않던 ‘잡초’로 요리한 음식을 먹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겹꽃삼입국화에 대해 들으며 유이가 하고 계시는 ‘자연농법’에 대해 간단히 들었는데, 자연농법은 ‘땅을 갈지 않고(무경운), 비료를 쓰지 않고(무비료), 김매기를 하지 않고(무제초), 농약을 쓰지 않는(무농약) 농법’이라고 합니다.
오디세이 4기 죽돌들
농사를 시작하기 전 늘 땅을 갈고, 비료를 뿌려 섞고, 잡초를 뽑는 우리에게 이 농법은 정말 생소했어요. 감자, 토마토, 바질, 콩, 케일을 키우기 위해 주위의 땅에서 나는 풀들이 희생하는 게 아니라 땅의 주인인 풀들과 함께 살고, 그 풀들을 먹는 농법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자연농법이 더 궁금해져서 그날 하루 닫기 때 ‘오디세이 밭농사에서 잡초를 뽑아야 하는지’를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채식밥상을 차리고 자연농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유이
또, 잡초에 대한 유이의 생각을 물어보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잡초’란 인간종이 수익을 위해 제한된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을 제거하려는 목적에서 분류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들풀로도 멋진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어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풀들과 벌레를 적으로 삼지 않는 자연농법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밥상에 들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잡초’란 말을 쓰지 않습니다. 야생초, 들풀이란 말이 더 어울리며, 들풀을 먹는 것은 자연과 온전히 하나 되는 길이라 여깁니다.”
어떤 한 존재를 내 이익을 위해 판단하지 않고 그냥 그 존재로 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채식으로만 차린 밥상을 먹으며 ‘채식’이라는 단어와 조금 친숙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조금 더 건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시작을 했습니다. 아직은 생소하고 너무 새로워서 당황스럽기도 한 ‘채식’이라는 단어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