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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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고 새봄이 찾아오면, 새 학교 새 학년 새 학기 등교 첫날의 감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내 자리는 어디일까?’, ‘같은 반 친구들은 어떤 애들일까?’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예측불허라는 두려움과 불안함. 상반되는 감각이 뒤엉킨 긴장 속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출발의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책을 읽더라도 때때로 우리는 서로 다르게 읽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기억하곤 하지요. 서로 다른 기억과 경험을 가진 이들과 만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기실 두렵기도 합니다.
 
하자에서는 낯선 타인이라는 존재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혹은 내가 경험할 수 없었던 세계로 나를 넓혀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어줄 수 있는 ‘장치’가 하나 있답니다. 바로 하자의 약속 문화입니다. 하자에는 이미 일곱 가지 약속이 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하자에서 동고동락하는 동안 지켜야 할 약속을 참여 그룹끼리 한 번 더 만들기도 합니다. ‘남을 때리지 않는당!’, ‘욕을 하지 말자!’는 2024년 <어린이 동행캠프> 참여자들이 즐겁고 신나는 캠프 생활을 위해 스스로 정한 약속입니다. 2024년 <글쓰기 작업장> 멤버들은 글 쓰고 합평하는 활동 취지에 맞게 ‘서로 다르고, 서로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를 인정하자, 나의 모난 점, 취약성을 공유하고 포용하자’라는 약속을, 2024년 <문화공간기획작업장>에서는 MBTI ‘I’라고 도망갈 수 없도록 ‘이름 뒤에 ~핑 붙이기, 귀여운 척’이라는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약속들은 지켜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 스스로가 만든 약속이기에, 멤버들과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면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군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함께하는 멤버들에게 미안해하는 진심이 전달되어야 서로가 편히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하자의 약속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업시키는 역할도 하고, 예측불허라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잦아들게도 합니다.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함께 만든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 서로 다른 우리가 두려움이 아닌 안심하며 살아보고픈 마음. 노력과 마음으로 유지되는 안전한 시공간에서 공동의 경험과 새로운 기억을 쌓아가며 배워나가는 것이 모두에게 계속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판돌 거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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