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참사 이후, 단원고등학교에 존치중이었던 기억교실을 학교밖으로 이전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하자작업장학교 죽돌 빈잔(최규성)은 래씨(류해찬)가 쓴 랩을 배경으로 마지막 시민공개일 2016년 7월 23일의 기억교실을 MV형태로 남겨두게 되었다.
현재(2017년) 기억교실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옮겨져 임시적이나마 원래의 교실을 복원하여 시민들의 방문이 가능하다."
랩 : 래씨 / 류해찬
녹음, 믹싱 : ANPI / 김하늘
사진 : 하자작업장학교
영상 촬영. 편집 : 빈잔 / 최규성
빈잔의 작업후기 <시인의 교실> M/V
작업을 시작하던 초반, 생각만으로 콘티를 그려보던 때에는 나는 그저 래씨의 랩을 영상에 담는 일은 간단하고 단순한 일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세월호 얘기가 계속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고, 영상 자체에 무게를 두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위해 찾아가 마주하게 된 단원고의 기억교실은 너무나 압도적이었고, 공간 스스로 던지고 있는 말과 질문들로 가득차 있었다.
기억교실 안에서, 나는 새삼, 세월호에 탔던 희생자와 생존자들이 이곳에서 지냈으며,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교실 뒷벽에 붙어있는 도덕이나 규율과 같은 단어들은 '복종하라'는 말로 들렸고, 교실의 달력마다 붙어있던 대학 분포도는 그 명령에 힘을 싣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뒷벽마저 애도의 대상인 듯, 기억교실 안에서는 태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노란 메모와 꽃에 둘러싸여 있었다는 것에, 나는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그들만의 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그 순간에서야말로 분명하게 체감되었던 것 같다.
편집작업에 들어가면서 나는 점점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는데, 카메라에 포착되어 조각난 이미지들로는 촬영하면서 내가 느끼고 본 것들을 잘 설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촬영을 하면서 세월호나 기억교실이 통째로 내 머릿속에 들어와버렸고 소화되지 않은 채로 들어앉아 있었다. 교실을 가득 채웠던 포스트잇과 사탕들 속에 깃들어 있는 기다림과 같은 마음들이 편집기로 몇 번씩 되감기되는 동안, 내 멋대로 같잖은 의미부여가 되어 영상에 남을까 조심스럽기만 했다.
다시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이전된 기억교실을 방문했을 때, 전시장이 되어버린 기억교실은 전과 달리 아주 인위적인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전에 느꼈던 서늘함은 사라졌다. 그런 식으로 다듬어지고 정리된 기억교실이지만 그나마 많은 분들이 겨우 지켜낸 결과라는 것이 소중하면서도 안타깝다. 아쉽고 어려운 마음으로 편집을 마무리 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여전히 그 공간에 남아있던 외침들이다. 수없이 적힌 말들, 기다린다, 사랑한다는 그 말들에서 나는 이 기억교실이 유가족들뿐 아니라 나에게도,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유의미한 공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너도, 그저 잊혀지기엔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 기억교실을 갖는 것도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는 일도 이미 많은 훼손이 생겨난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저버릴 수 없으며 지켜나가야 할 약속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