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일~9일까지 하자센터 999클럽에서는 방학마다 진행되는 무용가 남정호(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의 즉흥춤 교실이 여덟번째로 진행되었습니다. 유난히 뜨거운 여름, 십 대 참가자들 열 여섯명이 매일 만났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고, 알고 지낸 사람도 있고, 춤을 춰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고, 생애 처음 '무용'이란 것을 해보게 된 축구소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정호 무용가와 남정호 선생님의 세 제자들도 함께, 어떤 춤을 출 것인가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 토론을 하고 몸을 움직여 표현하고 연습하면서 강도 높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즉흥춤 교실의 화두는 <듣는 몸>.
참가자들은 몸으로 말하고 표현하는 춤의 언어를 자기 바깥의 세계,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듣는 언어'로 경험해보게 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춤을 보고 관찰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몸과 몸을 부딪치고 의존하고 조금씩 연결해가면서, 독립되고 개별화된 신체들이 아니라, 관계적이고 감응적이고 소통하는 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듣는 몸이 되어 나눈 대화들은 때론 친절하고 부드럽기도 하지만 때론 과격하고 직설적이기도 해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최대한 음악을 삭제하고 타인의 신체들을 듣는 데 집중했던 마지막 대화의 장면은 링크를 따라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동영상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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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리뷰
하자작업장학교 니나(은승채, 고등과정 5학기)
이번 즉흥춤 교실의 화두는 ‘듣는 몸’이었는데, 하고 싶은 말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어떻게 들을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시작했던 수업이었다.
수업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을 쓰기 전에 짧게라도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로서는 우리의 몸만이 아니라 생각들이 모인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었는데, 이야기를 할 때는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수업 셋째 날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문장, 살면서 가지고 가는 문장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그 문장을 하나의 키워드로 줄이고(예를 들면 즐겁게 살자는 '즐겁게'로, 순서가 있다는 '순서'로 줄였다.) 그 키워드와 어울리는 몸동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동작들을 이어서 후렴이 되는 몸짓을 만들었다.
또 어느 날에는 요즘 우리가 쉽게 시간을 보내는 전자기기와 비슷한 매체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모여 몸으로 만나고, 기대고, 의지하는 시간을 나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귀중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어서 우리는 감사함을 표현할 때 어떤 제스처를 취하지? 하며 동작을 찾아보고 그것을 쇼하자에 넣기도 했다.
이번에 가장 많이 연습했었던 것은 소위 ‘구조물’이라고 부르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믿으며 지탱하고 올라가는 부분이었다. 첫날과 둘째 날에는 사람 위에 올라간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했고 신체적으로도 힘이 많이 들었다. 구조물을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믿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구조물에 오르는 사람은 받쳐주는 사람을 믿어야 하고, 구조물을 만드는 사람은 오르는 사람이 어떤 자세를 잡을지 온몸으로 귀를 기울여야 했다. 말로 들으면 꽤 간단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는 수업 막바지에 가서야 수월하게 안기고 오를 수 있었다.
막상 수업 중에는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모두 마치고 돌이켜 보니 이번 쇼하자야말로 수업의 화두와 과정을 담은 쇼하자가 아니었나 싶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수업을 진행하며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몸짓으로 이어져서 한 구성이 되었고, 각자의 이야기, 키워드들을 다른 사람이 듣고 그 사람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나는 어떻게 듣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면서 ‘듣는 몸’에 대한 이해가 서서히 되었던 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더위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꼈고, 나의 말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춤을 춘다고 했을 때 더 중요해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일깨워 주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