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네트워크학교 오디세이학교 학생 왕방울이 고정희시인 추모기행을 다녀와서 쓴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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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꿈꾸었던 세상
“왜 많고 많은 시인 중에서 고정희 시인을 추모하는 여행을 떠날까” 고정희 추모기행을 떠나기 전, 내가 가진 의문이다. 두 번째로 가진 의문은 “고정희 추모기행 동안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것은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이었다. 당연히 세월호 참사를 추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이번 고정희 추모기행과 세월호 참사 추모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한 나는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추모기행을 준비하면서, 기행을 다니면서, 기행을 다녀오고 나서, 이 두 질문의 답변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고정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그녀의 시와 삶을 만나며 고정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해 보았다. 고정희는 약자를 생각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시들은 고단한 여성의 삶, 어느 한 장애인이 사는 이야기, 민주화를 위해 싸운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시에서, 그녀가 강자보다는 약자 편에 서서 강자를 향해 싸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여행이 담는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것은 여행에 관한 이해도 부족했던 그때의 나에게는 어려웠던 작업이었다. 2박 3일 동안, 나는 이 여행이 담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에, 지금 나에게 들려오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정했다. 고정희 생가에서 ‘우리 동네 구자명씨’ 시극을 보면서 나는 그녀가 말했던, 힘든 사람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세월호 참사 희생자 형제자매 분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에는 그분들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였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세월호 사건이 운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내가 이번에 바꾸지 않으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다.
6월 3일, 우리는 2박 3일 동안의 고정희 추모기행을 마쳤다. 마지막 날 하자센터로 돌아가기 전 팽목항에 들린 후 나에게는 슬픈 감정과 많은 여운이 남아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한 희생이 나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해진 것 같다. 나는 한참을 세월호 참사 생각만 하다가 문득 이 여행은 고정희 추모기행이라는 점을 자각하였다. 그때, 나는 비로소 고정희 추모기행과 세월호 참사 추모의 연관성을 느낄 수 있었다. 맞다. 알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느낄 수 있었다.
고정희 추모기행은 나에게는 소외되고 힘든 사람, 약자를 위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고정희라는 사람을 통해 우리는 약자들의 세상 속에 갈 수 있었고, 그녀가 보았던 세상을 통해 그녀가 꿈꾸는 세상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꿈꾸었던 세상 속에서는 세월호 참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