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영상팀 청소년들은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 당사국총회(COP21)를 앞두고 <전환을 위한 기후행동: 101개의 목소리>를 제작 중입니다. 이번 당사국총회는 모든 나라의 탄소배출 의무감축을 선언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이미 탄소배출 7위의 나라가 되었으나 지난 9월에 제출한 감축목표를 2030년 배출 전망치(BAU)를 기준으로 정하는 바람에 세계적인 빈축을 사고 있기도 합니다. 하자작업장학교 청소년들은 좀 더 적극적인 세계시민의 역할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소망을 차곡 차곡 담아내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비메오를 통해 아카이빙 중입니다. ‘101개의 목소리’가 모두 모이면 한 편의 인터뷰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당사국총회 한국 시민사회 부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영상팀 청소년 중 한 명인 김다울(설담)이 그 과정과 의미를 적어 보았습니다.
전환, 농사를 짓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일
‘전환을 위한 기후행동’이 출범한 이후 하자작업장학교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영상<101개의 목소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농부와 어부, 교사, 마을의 목수와 마을카페 운영자, 일반학교와 대안학교의 10대 청소년들도 만났습니다.
인터뷰 초기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질문에 충분한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어떻게 편집할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기후변화를 이미 알아서 잘 이야기해주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인터뷰를 어려워하기도 했습니다. 계속 걱정을 하다가 ‘전환을 위한 기후행동’이라는 이름처럼 인터뷰를 할 때 ‘전환’이라는 단어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기 시작했습니다.
‘기후변화’ 자체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소농을 하고 계신 농부에게 전환을 위한 농사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하고, 지역에서 적정기술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에너지 전환을 위해 만들고 있는 화덕에 대해서 물으면 그 후로는 기후변화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기후변화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 기후변화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보았던 사람 혹은 보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각자 있는 자리에서 전환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그런 활동들이 결국 기후변화 문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환경 운동가나 활동가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습니다.
음악가 봄눈별은 명상과 채식을 통해 마음을 비우는 것이 곧 소비문화를 줄이고, 시간에 쫓겨 살지 않는 방법이며 그것이 기후변화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날씨나 환경오염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실천하고 있는 명상과 채식을 연결지어 이야기해 준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결국 ‘전환’이라는 것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101개의 목소리>를 촬영하러 돌아다니며 만났던 사람들이 학교나 자신의 밭에서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 어업을 하고, 적정기술로 난로와 화덕을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처음 <101개의 목소리>를 시작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커서 인터뷰에 기후변화 이야기가 너무 적으면 어떻게 편집을 해야 할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고, 이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기후변화에 대한 시각들 속에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전환을 통해 기후변화 해결을 원하고, 또 모색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1개의 목소리>는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상인 만큼 그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