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인형극단’과 마송고등학교 꿈꾸는교실 청소년(이하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인형극 워크숍이 끝났습니다. ‘칙칙폭폭인형극단’의 인형극 워크숍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나의 상황에 대해 멀리서 관찰하고 서로 공감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을 닮은 인형을 만들어 몸짓에 숨을 불어넣었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낸 대본을 한줄 한줄 적으며 자신의 꿈, 감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주 동안 한편의 인형극을 완성한 과정들을 함께 볼까요?
1. 걱정인형 만들기
- 걱정인형은 걱정이 많아 잠 못 드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실로 만든 인형을 건네주며 ‘이 인형이 네 걱정을 모두 가져가 줄 거야’라고 얘기하는 과테말라 인디언의 전래동화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은 각자의 고민과 생각들을 담아 나무로 걱정인형을 만들어보았는데요. 손가락보다 작은 나무를 다듬고 실제 자신의 모습처럼 꾸미는 작업과정에 차분하게 몰입하기도 하였지요. 알록달록 서 있는 걱정인형들이, 묘하게 각자의 모습을 쏙 닮아 보입니다.
2. 대본 작업
다경: 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싶다.
수업 종이 울린다. 다경이가 책가방을 메고 터덜터덜 나오다가 하늘을 본다. 다경: 와, 하늘 정말 예쁘다. 저렇게 푸른 하늘을 막 날아다니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그때 가전제품 대리점 안의 대형 텔레비전에서 네덜란드의 짙푸른 초원을 보여준다. 다경: 아, 열기구를 타고 저 푸른 하늘을 날아서, 저 네덜란드 초원에 가보고 싶다.
저기 저 야생화도 보고, 저 초원에 누워 자유를 누리며 편하게 잠이 들면 좋겠다.
- 걱정인형을 만들고, 또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대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써보는 대본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미용사가 되고 싶기도,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기도 한 청소년들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부터 명확하게 정리되진 않은 꿈이지만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까지- 마음을 담아보려 한줄 한줄 써보았지요.
3. 인형 만들기 + 소품
- 드디어 무대에 자기 대신 올라가 이야기해 줄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광목천으로 만들어진 인형에 솜을 넣고 얼굴을 그리고 채색까지 하면서 점차 각자를 닮은 인형이 완성되었어요. 극의 흐름에 도움이 되도록 소품도 함께 그려 만들었지요. 청소년들은 인형을 만드는 중간중간 인형을 들고 대사를 외치며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요, 그 모습을 보며 인형극이 완성될 날이 가까워졌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도 했고, 과연 어떤 인형극이 완성될지 기대되기도 하였지요!
4. 대본 연습 + 녹음
- 인형극이 완성되기 전날 모두가 대본연습에 박차를 가하며, 대사를 녹음했습니다. 아무래도 인형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대사와 인형 조작을 한꺼번에 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을 했고, 녹음된 목소리에 맞게 인형을 조작하기로 했지요. 만들었던 대사들을 실제로 읽으려니 부끄럽기도 하여 처음에는 목소리도 작고 쭈뼛쭈뼛 망설였지만- 판돌들과 강사분들의 격려와 시범으로 무사히 잘 마무리 지었답니다.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평소보다 말도 느리게 해야 했고 억양도 정확하게 해야 했기에 신경 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요. 후에 들어보니 너무 녹음이 잘 되어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5. 연극 + 촬영
- 인형극을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 촬영을 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연습했던 대사와 음향에 맞춰 자기 인형을 움직이며 인형극의 장면 장면을 채워갔습니다. 완성도가 높고 잘 짜인 공연처럼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문득문득 그간의 노력했던 과정들이 떠오르기도 하여 감동스러운 순간들을 맞이했어요. 서툰 솜씨지만 모두가 집중해서 인형을 움직이고, 그 모습들을 영상에 담으며 인형극을 마쳤습니다.
https://vimeo.com/199961428
이렇게 2016년 12월 21일을 마지막으로 마송고등학교 꿈꾸는교실 청소년들의 인형극 워크숍 <나를 연기하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들의 일 년간의 하자살이도 마무리가 되었네요. 온기가 살며시 올라오는 봄부터 시작되었던 만남이었는데 어느덧 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었어요. 하자센터라는 어색한 공간에서 수줍었던 청소년들, 의욕적으로 그들과 친해져 보려는 판돌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사이가 되려고 노력했던 강사들 모두의 좌충우돌 추억이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