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주 작은 방에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사는 ‘방살이’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이런 이들은 문화 매니아로 사회의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존재감 없는 잉여인간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자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가서 두문불출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일기 시작한 無緣(고) 사회에 대한 논의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우리도 무연의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을 대기 속으로 녹여버린다는 자본주의의 속도는 참으로 살인적이다.
일본 사회의 인구 문제 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지금 추세로 가면 2130년에 일본인구의 1/3이 단신으로 살고 있을 것이고, 한 번도 결혼을 안 한 남성이 29.4%, 여성이 22.5%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모든 ‘연’이 끊어진 홀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다수가 되는 무연사회가 올 것이라는 경고인데, 이 논의에서 초점이 되는 대상은 물론 은퇴한 노인층이 아니라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도 파트너도 없이 혼자 사는 30, 40대층이다.
NHK 2월 12일자 특집 방송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가상 드라마 한편을 보여주었다. 30대 중반의 비정규직 회사원이 동네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먹다가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다. 왜 결혼을 안 하냐고 닦달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는 비정규직인데 결혼하기가 쉬우냐며 어리광어린 목소리로 응대한다. 그리고는 20년이 흘러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그가 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끌고 병원으로 가고 있다. 외동아들인 그는 혼자 어머니 간호를 해야 하고, 열심히 병원을 들락거리느라 직장에 지각도 하고 정성을 쏟지 못하자 해고당한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나서 홀로 남은 남자의 어질러진 방안이 이 드라마의 끝 장면이다.
이미 이런 청년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고 30년 후에는 이런 이들이 다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그런 상황에 있는 한 전화 시청자는 현재 돌보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자기도 죽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였다. 돈도 없고 연도 없고 직장도 없는데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딱히 효성이 깊어서라기보다 그냥 막막해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들은 어릴 때부터 가족, 특히 부모가 시키는 대로 공부했고, 학교의 가르침대로 남에게 피해 안 주는 예절 시민으로 자랐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가 사주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대학 3학년 때 취직 결정이 나고 4학년을 잘 놀다가 취직을 하면 그곳에서 또 보호를 받으면서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 되는 인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취직이 안 되고 또한 결혼도 쉽지 않은 세상이 온 것이다. ‘귀한 자식’으로, 예민한 시민으로, 까다로운 소비자로 자란 이들은 적극적으로 연을 맺어본 적이 없다. 책임질 자신도 없고,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청년들은 점점 더 자기 동굴 속으로 들어 갈 수 밖에 없게 된다. 부모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히키고모리들은 이제 40줄에 접어들었고 부모가 은퇴를 하거나 돌아가시게 되면서 ‘무연 존재’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연’이 끊기지 않은 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재구조화를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치계를 포기한 지 오래인 일본 국민들이지만, 무연사회에 대한 토론의 열기는 뜨겁다. ‘너무나 먼 당신’인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제대로 연을 맺으며 자라나고 있을까? 자기 이익만을 위해 타인을 연결하고 통제하려는 부모세대의 연 맺기에 질려서, 그들은 점점 더 자기의 동굴 속에 숨어 있으려 하지는 않는가? 조만간 무연사회에 대한 한일 대토론회를 열어야 할 것 같다.
하자마을 3월 뉴스레터 머리에 실린 글과 함께 조한이 보내오신 글입니다. 이제 우리도 염두에 두고 가야할 중요한 주제인 일본의 무연사회론 관련 글입니다.
무연사회란 끈이 끊어진 사회라는 말로써
소비자로 까다로운 취향과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로,
타인에게 폐를 안 끼치는 시민으로,
연이 너무 강하고 많은 부모의 보호 아래 공부만 하면 되는 학생으로,
적극적 연을 맺은 경험도 욕구도 없는 이들이
직장이 안 생기면서 다들 외톨이로 죽어가게 된다는 것인데
일본에 지금 그런 형국이 역력하다고 합니다.
보내오신 원고에는 이런 메시지가 덧붙여 있었습니다.
“아, 정말이지 많은 연들로 하자가 올해는 활기를 띠면 해요.
그리고 오래된 연을 통해 상생의 활동들을 펼치면 해요.
나도 살고 남들도 살리는 동네가 하자 동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