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정규 과정 이후 2개의 후속모임이 진행 중이며 후속모임에서 나온 글 중 일부를 구독자분들과 나눕니다.
6월의 글감은 ’편지’입니다. 저는 글이 잘 안 써질 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쓰곤 하는데요. 누군가에게 줄 편지라 생각하며 글을 쓰면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말을 더 잘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기도 가끔 편지 형식으로 쓰곤 한답니다. 또 편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온전히 그리고 솔직하게 전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편지’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글을 적어주세요. 누군가 나에게 보내주었으면 하는 편지를 상상하며 적어봐도,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를 적어봐도, 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적어봐도 좋겠습니다. 어떤 편지이든 환영입니다!
- 하자글방 죽돌 워나
숲에게
숲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벌써 9개월이 되어가네요. 우리가 처음 만난 가을 하자글방의 시간도 그만큼 흘렀겠군요. 그 시간이 저는 벌써 아득하게 느껴져요. 어떻게 두 달 동안 매주 꼬박꼬박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는지, 매 글에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그때 쓴 글을 보면 아등바등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부끄럽기도 해요. 제 안에는 항상 쿨해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거든요.. (전혀 안 쿨해 보이죠..)한편으로는 그만큼 몰입해 쓰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날들이 조금 그립기도 해요. 항상 다정한 질문으로 끝맺었던 숲의 글도 생각이 나요. 숲에게는 가을 글방의 시간이 어떻게 남았는지 궁금하네요.
숲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거의 글로만 만나니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알 수 없네요. 올 한 해 저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어요. 이별을 겪기도 하고, 한달간 숲에서 생활하며 많은 걸 배우기도 하고, 마고숲밭이라는 곳에서 게더링을 하다가 숲을 돌보는 요정이 되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최근 제가 다녀온 곳이 전부 숲이네요. 숲은 숲이 좋아서 숲이라고 했죠. 핀란드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도 숲이 많아서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요. 저도 숲을 좋아해요! 집 뒷산에 있는 잣나무 숲으로 가 납작한 돌멩이에 앉아 멍때리는 시간을 좋아해요. 처음 숲에 들어가면 도시의 소리가 점점 차단되며 고요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다 몸이 숲에 익으면 여러 소리가 들려와요. 여기저기서 짹짹 지저귀는 새 소리, 트드드득 나무를 타는 청설모의 소리, 위이잉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가는 큰 벌의 소리, 솨아아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들, 그런 소리를 듣다 보면 이곳이 많은 존재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걸 알 수 있어요.
숲 이야기를 하다 보니 떠오른 순간이 있어요. 작년 하루 낮, 하루 밤을 온전히 숲에서 보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혼자 보내는 밤의 숲은 정말 정말 무서웠어요. 마치 사람 비명같은 고라니 소리가 들려오고.., 아침에는 아름답게만 보였던 나무들이 매섭게 느껴지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무서웠던 밤이 지나 해가 뜨는 순간이 뚜렷이 남아있어요. 주위가 서서히 밝아지며 그림자를 만들고 저 멀리서부터 비춰오는 햇빛과 만나 따뜻함을 느꼈던 순간, 그 순간 따뜻한 햇빛만으로도 충만함을 느꼈어요. 숲에 있다 보면 생각보다 나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숲은 숲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숲과 함께 숲을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숲은 숲이라는 별명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장례식에 대한 글이라던가 파티를 열게 되어 뱅쇼 몇 십인분을 만들게 된 숲의 모습을 보면 마치 여러 존재들이 얽혀 살아가는 숲처럼 숲도 여러 꿍꿍이를 열어 다양한 존재들을 초대해 어울려 머물 수 있게하는 숲이 되는것 같아요.
우리가 글로 만나지 않았다면 숲이 이렇게 은은하게 웃긴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까요. 숲을 알게 되어 기뻐요. 숲이 준 하얀 꽃은 아직 책상 옆 벽에 걸려있답니다. 우리 다음에는 함께 숲으로 놀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