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진 지금 '함께 모여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심지어 원한다면 컴퓨터로 혼자서도 얼마든지 음악을 만들어 업로드할 수 있는 시절에 말이죠.
"방금 동료의 연주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까?"
"편곡에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내가 다른 사람 곡에 대해 이렇게 이러쿵저러쿵 말해도 되는 걸까."
"차라리 혼자 한다면 불편하지 않을 텐데…"
"나는 상처 주고 싶지 않고, 또한 상처받고 싶지도 않은데… "
확실히 팀을 이루어 음악을 한다는 건 엄청 에너지를 써야 하는 비효율적인 일이 틀림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에 들어가야만 하죠.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하고,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음악적인 걸 떠나서 그동안 살아온 경험이 전혀 다른 타인과 소통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여기 우리는 굳이 모여서 음악을 만들고, 같이 들어보고 또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음악작업장 4기는 봄부터 지금까지 따로 또 같이 노래하고 연주하며 음악을 해보고 있습니다. 동료의 찌르는 말 한마디에 눈물을 왈칵 쏟기도 하고, 컴퓨터를 마주하고 몇 시간이고 끙끙대며 안 나오는 멜로디에 속상한 날도 있습니다. 때로는 멘토와 말다툼하기도 하고, 곡 작업을 해야 하는데 쏟아지는 졸음에 기타를 껴안고 잠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학교생활이나 입시 준비를 위해 동료 장이들이 하나둘 떠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나보다 먼저 이 과정을 지내본 수료 청소년들을 초대해 수다를 나누고 새로운 기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유난히 축축했던 지난 여름에는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를 동료들과 연습해 작은 무대에서 선보였습니다.
요즈음은 자기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보려고 다들 애쓰고 있습니다. 금세 새로운 곡을 완성했다고 하는 장이가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하나를 붙잡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래를 만드는 경험, 내 음악을 들려주는 것, 함께 연주하는 순간. 이때마다 서로 다른 취향과 경험을 가진 동료와 멘토가 내 영역에 들어와서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같이 연주를 하거나 녹음을 하다 보면, 없던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처음과는 뭔가 다르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같이 녹음한 작업물이 마음에 들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습니다. 이 노래는 그만 포기하고, 새로운 곡을 작업하는 게 낫겠다 싶은 날도 있습니다. 노래를 짓는다는 일이 결국 스스로 결정하고 해내야 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과 함께했을 때 생겨나는 다른 에너지는 대체할 수 없다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
각자 속도대로 함께 지내기 위해 모두가 서로 다른,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999 행성에서 보내는 신호음
<우리에겐 음악이 있다>, <각자의 속도로>, <999 행성에서 보내는 신호음>은 실은 매년 가을마다 진행하였던 음악작업장 수료 공연의 제목들이기도 합니다. 음악작업장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그동안 함께 보낸 시간을 돌아보면서 의논했던 제목들이죠. 올해 장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수료 공연은 어떤 제목을 가지게 될까요? 아직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아직 음악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옆의 동료와 부딪혀야 할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습니다. 장이들이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노래들은 완성과 끝이라기보다는, 처음으로 세상에 말 거는 신호이자 뾰족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함께 모여 음악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음악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번에 준비하는 무대에 충분히 담길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첫 걸음 내딛는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라봅니다.